학고재, 추상의 시작과 현재 한자리에
이상욱 대표작, 20여년만에 전시 나와
이상욱 RHEE Sang-Wooc, 무제 Untitled, 1979, 캔버스에 유채 Oil on canvas, 100x100cm
겹겹의 붓자국으로 이야기를 전하는 ‘서정의 추상’, 추사의 획에서 영감받은 ‘서체의 추상’을 구가해 온 이상욱(1923~1988)이 대표적이다. 추상 1세대인 1910년생 김환기·유영국, 1930년 전후에 태어난 단색화 화가들 사이의 ‘낀 세대’로 상대적으로 덜 알려졌던 그의 대표작 48점을 학고재가 재조명했다. 1997년 일민미술관 회고전 이후 20여년만에 한국 추상에 또다른 뿌리를 냈던 작가의 작품을 한 점 한 점 되짚어볼 기회다.
이상욱 RHEE Sang-Wooc, 작품 84 Work 84, 1984, 캔버스에 유채 Oil on canvas, 130x130cm
1970년대 중반 이후 발전한 서체 추상에서는 거침없이 내려그은 붓질로 옹골지게 응축된 힘과 생동감을 부각시킨다. “추사가 내 선생”이라고 말해온 작가인 만큼 추사의 서체와 정서, 사상 등을 연구해온 결과물이 작품에 투영된 것이라는 설명이다.
고 이상욱 화백
학고재 제공
학고재 제공
해체된 자리 쌓아올린 새 풍경..김세은의 감각
언어 밖의 사물과 세계...유리의 그림으로 지은 시
김세은 Seeun Kim, 핏 스탑 Pit Stop, 2020-2023, 캔버스에 수용성 유화와 아크릴 스프레이, Water mixable oil and acrylic spray paint on canvas, 200 x 210 x 3cm
근경과 원경을 하나로 합치고, 시시각각 바뀌는 도시 풍경을 허물고 쌓고 다시 허물고 쌓으며 새로운 풍경을 추상으로 빚어내는 김세은의 작품은 감각적 색채와 기발한 이미지 구성이 돋보인다. “나의 미술은 언어로 채울 수 없는 언어를 다룬다”는 유리는 기존의 언어로 규정할 수 없는 사물과 세계를 회화로 펼치며 호기심을 자아낸다. 작품이 곧 그림으로 지어내는 한 편의 시인 셈이다. 29일까지.
유리 Yoori, 아주 느슨한 시 A Loose Poem, 2023, 캔버스에 유채 Oil on canvas, 181.8x227.3c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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