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근배 ‘벼루 용비어천가’ 전시
문방사우 중 하나의 ‘예술적 반전’‘위원화초석’·‘남포석’ 100점 엄선
1000여점 수집… 관련 시도 80편
이근배 대한민국예술원 회장이 서울 가나아트센터 ‘해와 달이 부르는 벼루의 용비어천가’ 전시에서 벼루 소장품을 설명하고 있다.
시인의 벼루 사랑은 유별나다. 연벽묵치(硯癖墨痴·벼루 먹 수집에 미친 선비)를 자처한다. 그동안 수집한 벼루가 어림잡아 1000여점을 넘는다. 벼루와 관련한 연작시도 80여편을 썼다. 이번 전시에선 시인이 가장 아끼는 위원화초석 벼루 60여점과 남포석 벼루 40여점을 엄선해 내놨다.
시인 등단 60주년을 맞아 준비한 이번 전시에선 섬세한 문양이 새겨진 남포석 장생문연(조선 19세기) 등 엄선한 벼루를 선보인다.
가나문화재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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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등단 60주년을 맞아 준비한 이번 전시에선 녹두색과 팥색이 어우러진 위원화초석 기국농경장생문연(조선 15~16세기) 등 엄선한 벼루를 선보인다.
가나문화재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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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장에서 만난 시인은 “농부가 밭이 있어야 농사를 짓듯 선비도 벼루가 있어야 글농사를 지을 수 있다”면서 “일생일연(一生一硯), 즉 평생에 좋은 벼루 하나를 갖기 원한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문방사우 가운데서도 선비들의 각별한 애정을 받았다”고 예찬했다. 이어 “벼루는 한중일 세 나라에서 사용하는데 중국은 돌은 좋지만 조각 기술이 떨어지고, 일본은 좋은 돌도 기술도 없다”면서 “두 가지를 다 갖춘 한국 벼루가 세계 최고”라고 단언했다.
한학자이자 명필이었던 할아버지 곁에서 어릴 때부터 자연스럽게 벼루를 접했지만 본격적으로 벼루에 홀린 건 1973년 창덕궁에서 문화재관리국 주최로 열린 벼루전시회를 본 직후였다. ‘좋은 벼루를 갖고 싶다’는 열망에 휩싸여 100만원이란 거금을 주고 중국 벼루를 처음 수집했다. 중국 벼루가 최고인 줄 알던 때였다. 그러다 1980년대부터 우리나라 벼루의 아름다움을 깨닫고 국내는 물론 해외까지 물불 안 가리고 수집에 나섰다. “요즘도 벼루 전시회나 박물관 등에 가면 혹시 내 벼루보다 뛰어난 게 있을까 하는 기대와 내 벼루보다 좋은 벼루가 있으면 어쩌나 하는 걱정이 든다”는 시인은 “다행인지 불행인지 아직 내 벼루보다 나은 건 못 봤다”며 웃었다. 전시는 오는 27일까지.
글 사진 이순녀 선임기자 coral@seoul.co.kr
2021-06-22 2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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