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도립미술관 내일 개관
건물 유리 외벽이 캔버스처럼 주변 풍경을 담는 전남도립미술관 전경.
예향(藝鄕) 남도의 명성을 만들고 지켜 온 전남 출신 한국 미술사의 거장들이다. 이러한 든든한 전통을 자산으로 지역 미술의 구심점이자 현대미술의 미래와 함께하는 글로벌 미술관을 지향하는 전남도립미술관이 23일 문을 연다. 2014년 미술관 건립 계획 수립 이후 7년 만이다. 전남 광양시의 옛 광양역사 터에 자리한 미술관은 지하 1층, 지상 3층 규모로 9개의 전시실과 대강당, 교육실 등을 갖췄다.
지난 19일 미리 둘러본 미술관은 건물 외벽 전면을 장식한 유리창으로 쏟아져 들어오는 햇빛이 전시실이 위치한 지하 공간까지 깊숙이 비춰 밝고 개방적인 분위기가 인상적이었다. 개관 전시는 신생 미술관의 정체성과 방향성을 보여 주는 첫 관문이다. 전남도립미술관은 ‘산을 등지고 물을 바라보다’를 주제로 지역 미술의 강점인 전통을 되새기고, 이어 현대적인 재해석을 두루 살피는 한편 현대미술의 미래까지 아우르는 작품들로 개관전을 펼친다.
전시 들머리는 남종 문인화의 양대 산맥으로 꼽히는 의재 허백련(1891~1977)과 남농 허건(1907~1987)의 발자취로 채웠다. 호남 남종화의 시조인 소치 허련(1808~1893)의 맥을 이은 두 작가는 닮은 듯 다르다. 의재가 이상향으로서의 관념적 산수화를 고수하며 남종화의 전통을 끝까지 지킨 반면, 남농은 남종화법과 현실 풍경을 접목한 재해석으로 새로운 길을 개척했다. 의재의 ‘산수팔곡병풍’, ‘계산정취’ 등과 남농의 ‘조춘고동’, ‘취우후’ 등 전시장에 걸린 30여점의 작품을 통해 남종화의 정수를 감상할 수 있는 기회다.
전남도립미술관 개관전 ‘산을 등지고 물을 바라보다’는 전통을 바탕으로 현재와 미래의 새로운 조형예술을 창조하는 다양한 작품을 펼친다. 미디어 아티스트 이이남의 ‘반전된 산수’는 의재 허백련의 ‘산수팔곡병풍’을 재해석했다.
전남도립미술관 제공
전남도립미술관 제공
전남도립미술관 개관전 ‘산을 등지고 물을 바라보다’는 전통을 바탕으로 현재와 미래의 새로운 조형예술을 창조하는 다양한 작품을 펼친다. 프랑스 작가 로랑 그랑소의 회화 ‘과거에 대한 고찰’은 공재 윤두서의 ‘말 탄 사람´, 겸재 정선의 ‘금강내산총도’와 신비로운 자연현상을 한 화면에 담았다.
전남도립미술관 제공
전남도립미술관 제공
2008년 ‘마르셀 뒤샹상’을 수상하고, 파리 퐁피두센터와 오르세 미술관 등에서 전시를 열며 국제 미술계에서 주목받은 작가의 작품 34점을 선보이는 ‘로랑 그라소: 미래를 연 역사’가 전시의 마지막을 장식한다. 역사, 자연, 과학 등에서 소재를 차용해 회화, 설치, 영상 등 다양한 작업을 하는 그랑소의 작품이 국내 미술관에서 대규모로 선보이는 것은 처음이다. 이지호 전남도립미술관장은 “전통에서 새로운 미래를 창조하는 미술관의 지향점을 잘 보여 주는 작가”라고 소개했다. 전시는 7월 18일까지.
광양 이순녀 선임기자 coral@seoul.co.kr
2021-03-22 23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