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화가 오태학 ‘사제동행전’
뇌졸중으로 오른쪽 손발 마비된 오 화백왼손으로 그림 그리며 제2의 그림 인생
김선두·서정태·김진관·고찬규·이길우
은사 그림 옆 자신들 작품 나란히 전시
“괜찮네” 무덤덤한 스승 한마디에 반색
산동 오태학(오른쪽) 화백이 제자 김선두(왼쪽) 작가의 그림 앞에서 기념사진을 찍었다. 1991년 첫 개인전 때 “이건 장난”이란 혹평을 들은 제자는 “(그림이) 괜찮다”는 스승의 말에 날아갈 듯 기뻐했다.
갤러리나우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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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승은 1970년대 고대 벽화 기법을 도입한 석채화와 수묵화로 한국화의 새로운 양식을 개척한 산동(山童) 오태학, 제자는 현재 한국화의 현대적 변화를 이끄는 대표 작가 김선두다. 둘은 중앙대 한국화과 사제지간이다. 1978년 입학한 김선두는 학부와 대학원에서 산동에게 배웠고, 스승의 뒤를 이어 모교에서 제자를 길러 내고 있다.
스승 그림 옆에 제자 5명의 그림이 나란히 걸렸다. 서울 강남구 신사동 갤러리나우에서 지난 5일 개막한 ‘사제동행전’은 김선두를 비롯해 서정태 화백, 김진관 성신여대 명예교수, 고찬규 인천대 교수, 이길우 중앙대 교수 등 산동의 가르침을 받은 중앙대 제자들이 은사를 위해 마련한 그룹전이다.
오태학 화백의 1990년 작 ‘비천’. 색이 있는 돌가루로 그린 지본암채화로 고대 벽화 기법을 도입한 산동 양식의 묘미를 보여 준다.
갤러리나우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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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찬규 작가‘더 로드 테이큰’(The road taken).
갤러리나우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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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관 작가‘낙원 1’. 갤러리나우 제공
서정태 작가‘푸른 초상’. 갤러리나우 제공
이길우 작가 ‘보동리 234-dog 3’. 갤러리나우 제공
코로나19 때문에 오래 만나지 못하다가 개막 날 마스크를 쓴 채 조심스럽게 해후한 스승과 제자들은 전시장을 둘러보며 감회에 젖었다. 그토록 칭찬에 인색했던 스승은 이제 제자 한 명 한 명의 그림 앞에서 “괜찮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다들 열심히 노력해 이렇게 컸으니 기분이 좋네. 난 할 일 다했어.” 방명록을 쓰려고 장갑을 벗은 스승의 왼손이 까맸다. 먹물이 배어 아무리 비누로 씻어도 깨끗해지지 않는다고 했다. 제자들의 표정이 숙연해졌다. 전시는 오는 26일까지.
이순녀 선임기자 coral@seoul.co.kr
2021-01-07 2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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