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덜란드 사진작가 어윈 올라프
새달 2일부터 공근혜갤러리서 개인전“전례 없는 바이러스 공포에 직면하니
만우절 거짓말에 속은 광대 같다 느껴
스스로 하얗게 분칠하고 고깔모자 써
나 아닌 노인이 느낀 공포 바라보길”
어윈 올라프는 “현실에서 벌어지는 사건들은 항상 내게 큰 영감의 원천”이라며 “내가 연출한 세계를 통해 관객에게 위안을 제공하는 것이 코로나 국면에서 사진작가로서 기여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말했다. 사진은 작가가 암스테르담 스튜디오에서 촬영해 보내 왔다.
공근혜갤러리 제공
공근혜갤러리 제공
네덜란드 사진작가 어윈 올라프(61)가 신작 ‘2020년 만우절’ 시리즈에 담은 코로나 팬데믹 시대의 우화다. 전 세계가 전례 없는 바이러스 공포에 직면한 현실을 작가는 만우절 거짓말에 속아 바보가 된 광대로 표현했다. 사진 속 남자는 작가 자신이다. “코로나가 발생한 첫 주 동안 두려움으로 마비가 된 느낌이었다”는 그는 기꺼이 광대를 자처했다.
April Fool 2020_9.45am_2020 ⓒErwin Olaf 사진제공 공근혜갤러리
만우절 연작 아이디어는 지난 3월 중순 네덜란드에 코로나 록다운(봉쇄)이 실시되기 직전 공포에 휩싸인 사람들이 슈퍼마켓에서 사재기를 하는 충격적 경험에서 비롯됐다. 그는 “필요한 물품을 살 수 없었던 그때 나를 사로잡은 두려움이 자극이 됐다”면서 “광대 분장과 고깔모자는 지금까지 느껴 본 적 없던 나 자신의 감정을 상징한다”고 했다. 이어 “만우절 작업 이후 마비가 된 듯한 느낌은 사라졌지만 이 두려움을 금방 잊지는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April Fool 2020ⓒErwin Olaf 사진제공 공근혜갤러리
모든 것이 불확실했던 지난 수개월 동안 희망도 느꼈다고 전했다. 그는 “시간과 거리 때문에 느슨해졌던 유대감과 우정이 다시 단단해졌다. 우리 모두가 함께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 것은 미래 문제를 함께 해결하는 데 자극을 주는 것 같다”고 했다.
저널리즘을 전공하고 기자로 활동하다 사진작가로 전업한 올라프는 1988년 ‘젊은 유럽 사진작가상’을 수상하며 두각을 나타냈다. 인종, 종교, 관습 등 사회적 문제를 날카롭게 포착하는 작업으로 세계적인 예술가 반열에 올랐고 2019년 네덜란드 정부가 수여하는 황금사자 기사작위 훈장을 받았다. 프랑스 파리 퐁피두미술관, 러시아 모스크바 현대미술관 등 세계 유수 미술관에 그의 작품이 소개됐다. 국내에서도 수차례 개인전을 열었다.
이순녀 선임기자 coral@seoul.co.kr
2020-08-25 2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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