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박물관 ‘조선, 역병에 맞서다’
조선에 감염병이 돌았을 때 허준은 감염병 예방 수칙을 알렸다.
조선에 감염병이 돌았을 때 허준은 감염병 예방 수칙을 알렸다. 오늘 한국에선 정은경 질병관리본부장 역할인 셈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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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준이 집필한 온역에 관한 의서 ‘신찬벽온방’ .
국립중앙박물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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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에서 활인서와 혜민서를 설치한 것은 죽어 가는 사람을 의약으로 구하려는 뜻에서이다. 이처럼 백성이 질병이 있어도 오히려 관원을 두어 구제하는데, 하물며 병든 자보다도 더 다급한 버려져 구걸하는 아이들이야 어떻겠는가.”
●역병 대응 의서 편찬… 긴급구호 명령
1783년 정조는 흉년과 전염병으로 버려진 아이들에 대한 긴급구호 명령인 ‘자휼전칙’을 제정했다. 국가 위기 상황에서 무엇보다 약자 보호에 힘쓴 군주의 자세가 지금 시대에도 적지 않은 시사점을 던진다.
국립중앙박물관 상설전시실 1층에 마련된 테마전 ‘조선, 역병에 맞서다’는 지금보다 훨씬 가혹했던 전염병의 참상과 더불어 공포에 적극적으로 대처했던 선조들의 분투를 생생하게 보여 준다. 코로나19 재확산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역사가 전하는 전염병 극복의 지혜와 교훈을 돌아보는 의미 있는 전시다.
조선 초상화집 ‘등준시무과도상첩’에 실린 김상옥 얼굴에 두창으로 인한 ‘얽은 자국’이 남았다.
국립중앙박물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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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시대 대표적인 전염병은 두창이었다. 마마, 천연두로도 불리는 두창은 종두법 실시 이전까지 무수한 인명을 앗아갔다. 조선 중기 예학자 정경세가 두창으로 죽은 아들을 기리며 쓴 제문에는 애끓는 슬픔이 오롯이 담겨 있다. 1774년 특별시험인 등준시 무과 합격자의 초상화첩 ‘등준시무과도상첩’에 실린 18명 중 김상옥 등 3명의 얼굴에는 ‘얽은 자국’이 남아 있다. 국왕도 자식을 전염병으로 잃었다. 정조와 의빈 성씨 사이에서 태어난 장자 문효세자(1782~1786)의 장례 기록인 ‘문효세자예장도감의궤’에는 홍역으로 사망했다는 내용이 적혀 있다.
정조의 명을 받아 어의 강명길이 편찬한 종합의서 ‘제중신편’.
국립중앙박물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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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순녀 선임기자 coral@seoul.co.kr
2020-05-15 2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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