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으로 사임당을 만나다] 율곡의 어머니로만 기억된… ‘위대한 여류 화가’의 예술혼

[그림으로 사임당을 만나다] 율곡의 어머니로만 기억된… ‘위대한 여류 화가’의 예술혼

함혜리 기자
입력 2017-01-24 22:42
수정 2017-01-25 0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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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미술관 특별전 ‘사임당, 그녀의 화원’… 첫 일반 공개

‘동양 신씨는 어려서부터 그림을 공부했는데 그의 포도와 산수는 절묘하여 평하는 이들이 안견의 다음이라고 한다.’

이숙권의 ‘패관잡기’에 나온 대목으로 여기서 동양 신씨는 율곡 이이의 어머니이며 조선 중기의 뛰어난 예술가인 신사임당(1504∼1551)을 가리킨다. 서울 종로구 부암동에 소재한 서울미술관은 미술관이 소장하고 있는 신사임당의 그림 15점을 소개하는 특별전 ‘사임당, 그녀의 화원’을 열고 있다. 미술관 개관 5주년을 기념해 그동안 근현대미술 중심의 소장품전에서 벗어나 처음으로 기획한 고미술 특별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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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에 처음 공개되는 신사임당의 작품 ‘묵란도’. 작품의 소장 역사와 가치를 평가한 우암 송시열의 발문이 상단에 배접돼 있다. 서울미술관 제공
일반에 처음 공개되는 신사임당의 작품 ‘묵란도’. 작품의 소장 역사와 가치를 평가한 우암 송시열의 발문이 상단에 배접돼 있다.
서울미술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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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지에 그린 신사임당의 초충도. 식물과 곤충이 어우러져 가정의 건강과 행복을 기원하는 의미를 담고 있다. 서울미술관 제공
감지에 그린 신사임당의 초충도. 식물과 곤충이 어우러져 가정의 건강과 행복을 기원하는 의미를 담고 있다.
서울미술관 제공
●“들여다볼수록 소소한 행복 느낄 것”

사임당은 포도와 산수뿐 아니라 화초와 풀, 곤충이 어우러진 초충도를 잘 그린 것으로 유명하다. 그러나 여성이 사회활동을 하지 못하던 시절이라 작품에 이름을 남기지 않은 탓에 진위 감식은 항상 논란거리였다. 서울미술관 설립자인 안병광 회장(유니온제약 회장)은 “이번 전시에 소개되는 작품 15점은 감정가협회의 진품확인 등 공신력 있는 과정을 거쳤기 때문에 진품으로 인정할 수밖에 없는 것들”이라며 “규모는 크지 않지만 꾸밈없고, 과장도 없이 진솔해서 들여다볼수록 소소한 행복을 느끼게 해 주는 사임당 예술의 진면목을 보여줄 것”이라고 말했다.

●송시열 “손가락 밑에서 자연 이뤄” 극찬

가장 돋보이는 작품은 이번 전시를 통해 일반에 처음 공개되는 ‘묵란도’다. 빛이 많이 바랜 비단에 부드러운 필선으로 한가운데에 난초 한 포기를 그린 것이다. 2005년 KBS 1TV ‘TV쇼 진품명품’에 등장해 진품으로 인정받은 작품으로 안 회장이 2년간 공들인 끝에 손에 넣었다. 구매가는 당시 감정가(1억 3500만원)의 약 2배 수준이라고 알려져 있다. ‘묵란도’를 특별하게 만드는 것은 그림 위에 붙은 우암 송시열(1607∼1689)의 발문이다. 율곡 이이(1536∼1584)의 학통을 계승한 송시열은 “그 손가락 밑에서 표현된 것으로도 오히려 능히 혼연히 자연을 이뤄 사람의 힘을 빌려 된 것은 아닌 것 같다”고 격찬하며 “과연 율곡 선생을 낳으심이 당연하다”고 했다.

나머지 14점은 풀과 벌레를 그린 초충도다. 이 중 10점은 감으로 물을 들인 짙은 남색의 감지 위에 그린 것으로 모두 한 화첩에 있던 것이다. 꽈리와 맨드라미, 구절초, 오이, 가지, 쇠뜨기 풀, 패랭이꽃 등 다양한 식물에 잠자리와 나비, 쇠똥구리, 쥐 등 곤충과 동물이 노니는 정겨운 모습을 담았다.

미술관 측은 “사임당의 작품과 후세의 여러 글들을 함께 살펴보면서 현모양처의 상징만이 아닌 당대 예술적으로 높은 평가를 받았던 화가로서의 신사임당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미술관은 설 연휴 기간 동안 정상 개관하며 전시 기간 동안 매일 오후 2시 해설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전시는 6월 11일까지. (02)395-0100.

함혜리 선임기자 lotus@seoul.co.kr
2017-01-25 2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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