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재, 亞 첫 에미상 남우주연상
하녀·관상 등서 다양한 배역 소화
청춘스타서 대기만성 배우 거듭나
스타워즈 새 시리즈 주인공 맡고
영화 ‘헌트’로 성공적 감독 데뷔도
에미상 무대 오른 ‘영희’
12일(현지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 마이크로소프트 극장에서 열린 제74회 에미상 시상식에서 이정재(사진 왼쪽부터)와 정호연이 버라이어티 시리즈 부문 시상자로 무대에 오르자 ‘오징어 게임’에서 인기몰이한 ‘영희’ 인형(오른쪽)이 함께 등장해 박수갈채를 받았다. 이날 시상식에서 이정재는 아시아 국적 배우 최초로 에미상 남우주연상을 수상했다.
로스앤젤레스 AFP 연합뉴스
로스앤젤레스 AFP 연합뉴스
그는 ‘오징어 게임’을 통해 미국배우조합상, 스피릿어워즈, 크리틱스초이스에 이어 네 번째 남우주연상을 받았다. 또 영화 ‘헌트’를 통해 성공적인 감독 데뷔를 하며 제2의 전성기를 맞고 있다. 영화계에서 ‘2022년은 이정재의 해’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모델 출신으로 1990년대 중반 김민종, 손지창과 함께한 드라마 ‘느낌’과 말수 없는 보디가드 재희를 연기한 ‘모래시계’를 통해 청춘스타로 떠올랐던 그는 한때 침체기를 겪었으나 40대 들어 다양한 도전을 거듭한 끝에 ‘대기만성형’ 배우로 거듭났다.
평생지기 정우성과 함께 출연한 ‘태양은 없다’(1999)로 27세의 나이에 청룡영화제 남우주연상을 수상한 그는 ‘시월애’, ‘태풍’, ‘흑수선’ 등 멜로, 액션물에 잇달아 출연하며 여느 청춘스타와 다름없는 전철을 밟아 갔다. 그러다가 칸영화제 경쟁 부문 진출작인 임상수 감독의 ‘하녀’(2010)가 전환점이 됐다. 이 작품에서 욕망에 충실한 주인집 남자 훈 역으로 강렬한 인상을 남긴 그는 ‘도둑들’의 비열한 뽀빠이, ‘관상’의 카리스마 넘치는 수양대군, ‘암살’의 변절자 염석진 등 악역도 마다하지 않으며 연기 스펙트럼을 넓혔다. ‘신과 함께’ 등 1000만 작품도 4개나 거느리게 됐다.
제74회 에미상 시상식에 참석한 ‘오징어 게임’ 주역들. 왼쪽부터 배우 오영수·정호연, 황동혁 감독, 김지연 싸이런픽쳐스 대표, 배우 이정재·박해수.
로스앤젤레스 로이터 연합뉴스
로스앤젤레스 로이터 연합뉴스
그의 행보가 연기에만 그친 것은 아니다. 각본부터 연출, 연기, 제작까지 1인 4역을 맡은 첩보 영화 ‘헌트’가 지난 5월 칸영화제에서 월드프리미어로 세계에 처음 공개됐고, 8월 국내 개봉해 흥행에 성공했다. 그는 수상 직후 현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번 수상을 통해 언어가 다르다는 것은 크게 중요하지 않다는 것이 증명된 것 같다”면서 “이야기를 전달하는 방법보다 메시지나 주제가 훨씬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 ‘오징어 게임’이 그런 부분에서 호평받아 기쁘다”고 말했다. 이어 “‘아시아인이 메인 캐릭터로 상을 받는 데 오래 걸렸구나’라는 생각에 (마음이) 그리 가볍지만은 않다”면서 “한국 분들뿐만 아니라 다른 아시아 국가의 분들도 기뻐해 주셔서 이 상이 저 혼자서 기뻐할 수 있는 상이 아니라고 느꼈다”고 말했다.
2022-09-14 2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