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뒷배’ 러시아로 도피한 알아사드… 중동 권력 구도 재편 ‘각축전’

‘뒷배’ 러시아로 도피한 알아사드… 중동 권력 구도 재편 ‘각축전’

윤창수 기자
윤창수 기자
입력 2024-12-10 03:08
수정 2024-12-10 0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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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리아 정권 지원’ 러·이란 타격 커
이스라엘, 무기 밀수 통로 막아 수혜
美·튀르키예는 새 질서 흐름에 주목

반군 “여성에 히잡 강제 착용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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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현지시간) 시리아 수도 다마스쿠스의 아파트 단지에서 한 남성이 반군에게 붙잡히기 직전 러시아로 탈출한 바샤르 알아사드 대통령의 사진을 밟으며 지나가고 있다. 이날 이슬람 무장세력 하야트타흐리트알샴(HTS)을 주축으로 한 시리아 반군이 다마스쿠스를 완전히 점령하면서 2011년 3월 ‘아랍의 봄’ 이후 14년 가까이 이어진 내전이 반군의 승리로 마침표를 찍었다. 알아사드 대통령 일가의 50년 넘는 철권통치도 막을 내렸다. 다마스쿠스 AFP 연합뉴스
8일(현지시간) 시리아 수도 다마스쿠스의 아파트 단지에서 한 남성이 반군에게 붙잡히기 직전 러시아로 탈출한 바샤르 알아사드 대통령의 사진을 밟으며 지나가고 있다. 이날 이슬람 무장세력 하야트타흐리트알샴(HTS)을 주축으로 한 시리아 반군이 다마스쿠스를 완전히 점령하면서 2011년 3월 ‘아랍의 봄’ 이후 14년 가까이 이어진 내전이 반군의 승리로 마침표를 찍었다. 알아사드 대통령 일가의 50년 넘는 철권통치도 막을 내렸다.
다마스쿠스 AFP 연합뉴스


반세기 동안 시리아를 지배했던 알아사드 독재 정권이 무너지면서 미국과 러시아, 이란, 튀르키예가 이 지역에서 영향력을 확보하기 위해 치열한 각축전을 벌이고 있다.

바샤르 알아사드(59) 시리아 대통령을 지원한 러시아와 이란은 정권 붕괴로 큰 타격을 받을 전망이며 반군을 지지했던 미국과 튀르키예는 시리아에 새로운 질서가 들어설지 주목하고 있다. 13년간의 가혹한 시리아 내전은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IS)가 생기는 계기가 됐기 때문에 미국은 권력의 공백을 틈탄 ISIS의 재등장을 경계하고 있다. 알아사드 대통령은 아내, 세 자녀와 함께 러시아로 망명했다. 그는 다마스쿠스가 시리아 반군에 함락됐다는 보도가 나올 무렵 각종 명품과 고가의 차량을 대통령궁에 버려둔 채 황급히 항공기에 몸만 실어 모스크바로 향한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 국영 리아노보스티 통신은 8일(현지시간) 크렘린 소식통을 인용해 인도주의 차원에서 알아사드 대통령의 망명을 허가했다고 전했다. 미하일 울리야노프 빈 국제기구 러시아 상임대표는 자신의 소셜미디어(SNS)에 “알아사드 가족이 모스크바에 있다”며 “러시아는 미국과 달리 어려워진 친구를 배신하지 않는다”고 썼다. 러시아는 시리아 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를 9일 오후 소집했다.

2015년부터 시리아 내전에 개입한 러시아 내부 여론은 알아사드 대통령의 망명에 호의적이지만은 않다. 러시아의 애국조직 ‘크렘린 시크릿’은 텔레그램을 통해 “패배자 알아사드에게 도피처를 제공한 것은 수치 그 이상”이라며 “알아사드 때문에 러시아가 시리아에서 패배했다”고 비판했다.

미국과 러시아는 모두 반군 집단을 이끄는 하야트타흐리트알샴(HTS)의 수장 아부 무함마드 알졸라니(42)를 ‘테러리스트’로 규정하고 있다. 알졸라니는 미국 CNN의 인터뷰에 응하는 등 온건하고 합리적인 면모를 보이고 있지만 HTS의 뿌리가 9·11 테러를 일으킨 알카에다란 점에서 우려를 사고 있다. 미국은 그의 목에 1000만 달러(약 143억원)의 현상금을 걸어 둔 상태다.

수도 다마스쿠스에 입성한 알졸라니는 우마이야모스크에서 “이 승리는 이슬람 국가 전체의 승리”라며 “시리아를 이란의 놀이터로 만들고 종파주의를 퍼뜨리며 부패를 조장하는 위험한 역사의 새 장을 열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란과의 단절을 내세운 알졸라니의 연설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그들은 현재는 올바른 말을 하고 있으나 우리는 경계를 늦추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9일 알아사드 정권을 축출한 반군은 여성의 히잡 강제 착용과 옷 선택권을 침해하거나 여성 외모와 관련해 발언하는 것을 금지했다고 현지 일간 알와탄이 보도했다. 자신들을 이슬람 근본주의 테러단체로 보는 국제사회의 우려를 불식하고 ‘정상적 통치세력’임을 과시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알아사드 정권의 몰락으로 가장 큰 이득을 본 것은 이스라엘이다. 이스라엘군은 50여년 만에 골란고원의 시리아 영토에 침입해 무기고를 파괴하고, 이란 무기가 레바논으로 유입되는 소위 ‘밀수 통로’ 장악에 나섰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이날 이스라엘과 시리아 간 국경 지대를 찾아 “알아사드 정권은 이스라엘에 반대하는 이란의 악의 축에서 중심 고리”라며 “정권 붕괴는 이란과 헤즈볼라에 가한 타격의 결과”라며 시리아 반군의 승리를 자신의 공으로 돌렸다.
2024-12-10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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