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간 아기 어르던 美 해병대 女병장, 엿새 뒤 자폭 테러에

아프간 아기 어르던 美 해병대 女병장, 엿새 뒤 자폭 테러에

임병선 기자
입력 2021-08-29 18:17
수정 2021-08-29 1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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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국방부 제공 AP 연합뉴스
미국 국방부 제공 AP 연합뉴스
아프가니스탄 카불의 하미드 카르자이 국제공항 안에서 지난 20일(이하 현지시간) 현지인 아기를 어르며 달래던 미국 캘리포니아주 출신 해병대 병장 니콜 지(23)의 모습이다.

다음날 미국 국방부가 공개했고 본인도 인스타그램에 올려놓았는데 지 병장은 짧고 굵은 코멘트 “난 내 일이 좋다”를 남겼다. 불과 닷새 뒤인 지난 26일 그녀는 12명의 다른 병사들과 함께 자살폭탄 테러에 희생되고 말았다고 일간 USA 투데이가 AP 통신 기사 등을 인용해 28일 보도했다.

그녀의 인스타그램 계정에 이번 주 초 올라온 다른 사진은 수송기에 몸을 싣기 위해 긴 줄을 지어 기다리는 현지인 행렬 옆에 소총을 받쳐든 채 경계하는 그녀의 모습이 담겨 있다. 그녀는 자신의 임무를 “피난민들이 새 안에 들어가게 경호하는 일”이라고 묘사했다.

최근의 다른 사진들 중에는 스페인과 그리스에서 친구들과 지내는 모습, 사우디아라비아에서 낙타를 타는 모습, 불과 3주 전 병장으로 진급하며 기뻐하는 모습 등 여느 젊은 여성의 일상과 다르지 않은 모습이다.

기 병장은 캘리포니아주 로스빌을 고향이라며 2016년 오크몬트 고교를 졸업했고, 일년 뒤 해병대에 자원 입대했다. 남편 재로드도 같은 학교 졸업생이며 역시 해병대원이다.

3년 넘게 한 방을 썼다는 맬로리 해리슨 병장은 페이스북에 20장 이상의 사진을 게재하고 고인을 추모했다. “내 가장 친한 친구이자 영원한 내 누이, 나의 다른 반쪽. 우리는 함께 (군대에) 발을 들였다. 상병도 함께 됐고, 병장 계급장도 함께 달았다. 지금껏 3년 넘게 참호부터 군사학교는 물론 여기 우리 집까지 룸메이트였다. 우리는 처음부터 엉덩이를 딱 붙인 채였다. 이제 그녀를 다시 볼 수 없다니 내 느낌을 설명할 수도, 현실을 깨닫기도 어렵다. 그녀가 마지막 숨을 내쉴 때까지 사람들, 아프간인들을 돕는 일을 하고 있었다. 그랬는데 폭발이 있었고, 이렇게 저세상으로 가고 말았다.”

해리슨은 더 나이가 있는 이라크와 아프간 참전용사들이 들려준 얘기와 “더 이상 크게 다르지 않더라”고 털어놓았다.

한편 미국 국방부는 카불 테러로 희생된 전사자 13명의 신원을 공개했는데 평균 나이는 22세로 해병 11명, 해군 의무병 1명, 육군 소속 1명이었다고 뉴욕 타임스(NYT)가 보도했다. 다른 여군 전사자 조해니 로사리오 피차르도(25) 병장은 보급 부대에서 일하며 꼼꼼한 일 처리와 전문성으로 인정받았다. 그를 가르쳤던 학생군사훈련단(ROTC) 교관에 따르면 그는 고등학교 시절 ‘완벽한 전사’였다. 존 코폴라 중위는 그가 “수천 명의 여성과 아이를 대피시키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며 “미국 가치를 수호하고 다른 이들이 이를 누릴 수 있도록 스스로를 희생했다”고 추모했다.

이 두 명은 카불 공항 게이트를 통과하는 여성과 아이들을 수색하는 일에 자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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