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바지 입었니?” 탈레반, 청바지 입은 시민 매질…부르카 폭등

“청바지 입었니?” 탈레반, 청바지 입은 시민 매질…부르카 폭등

강주리 기자
강주리 기자
입력 2021-08-25 19:36
수정 2021-08-25 1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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英 일간지 텔레그래프 보도

“청바지, 이슬람 복장 아냐” 행인 구타·위협
여성 전신 가리는 부르카 가격 두배로 껑충
카불 기업체서 전직원 소집 후 여성만 해고
“안보 이유로 여성 사회서 제거” 증언 속속
이슬람 교도 복장이 아닌 서양식 청바지를 입었다는 이유로 탈레반 조직원으로부터 폭행과 위협을 당하고 있는 아프간 청년(빨간 원안)의 모습. 트위터 캡처.
이슬람 교도 복장이 아닌 서양식 청바지를 입었다는 이유로 탈레반 조직원으로부터 폭행과 위협을 당하고 있는 아프간 청년(빨간 원안)의 모습. 트위터 캡처.
이슬람 교도 복장이 아닌 서양식 청바지를 입었다는 이유로 탈레반 조직원으로부터 폭행과 위협을 당하고 있는 아프간 청년(빨간 원안)의 모습. 트위터 캡처.
이슬람 교도 복장이 아닌 서양식 청바지를 입었다는 이유로 탈레반 조직원으로부터 폭행과 위협을 당하고 있는 아프간 청년(빨간 원안)의 모습. 트위터 캡처.
미군의 철수에 따라 아프가니스탄을 재장악한 이슬람 무장단체 탈레반이 길거리에서 청바지 차림의 행인에게 이슬람 복장이 아닌 “서구식 옷차림을 입었다”며 매질을 했다고 영국 일간지 텔레그래프가 보도했다. 탈레반이 여성들의 사회 생활을 제재하고 여성의 전신을 가리는 부르카를 착용하지 않은 여성에 총격을 가하는 일이 발생하면서 부르카 가격도 폭등했다.

이슬람식으로…“남성 복장도 규제 검토”
25일 보도에 따르면 지난 22일(현지시간) 페이스북, 트위터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는 탈레반 조직원으로 추정되는 남성이 행인을 상대로 몽둥이 등을 휘두르는 장면이 속속 게시됐다.

“청바지 차림은 이슬람 복장이 아니다”라는 이유로 탈레반 조직원에게 매질을 당했다고 주장하는 아프간 청년들도 페이스북에 등장했다.

이들 청년은 친구들과 카불 거리를 걸어가던 중 탈레반 조직원과 마주쳤으며, 일행 가운데 2명은 도망쳤으나 나머지는 구타, 매질, 총구 위협 등을 당했다고 말했다.

아프간 현지 매체에 따르면 탈레반은 남성 복장과 관련한 결정을 검토하고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또 카불에서는 여성의 전신을 가리는 복장인 부르카 수요가 치솟으면서 가격이 두 배로 뛰어오른 것으로 텔래그래프는 전했다.

탈레반은 지난 5월 미군 철수가 본격화하면서 아프간을 휩쓸기 시작해 지난 15일에는 수도 카불까지 점령하고 20년 만에 정권을 다시 잡았다.
지난 20일 아프간 수도 카불 거리에서 탈레반이 아프간 청년(빨간 원)의 복장이 불량하다고 지적하며 총구로 공격하고 있다. 트위터 캡처
지난 20일 아프간 수도 카불 거리에서 탈레반이 아프간 청년(빨간 원)의 복장이 불량하다고 지적하며 총구로 공격하고 있다. 트위터 캡처
지난 20일 아프간 수도 카불 거리에서 탈레반이 아프간 청년(빨간 원)의 복장이 불량하다고 지적하며 총구로 공격하고 있다. 트위터 캡처
지난 20일 아프간 수도 카불 거리에서 탈레반이 아프간 청년(빨간 원)의 복장이 불량하다고 지적하며 총구로 공격하고 있다. 트위터 캡처
지난 20일 아프간 수도 카불 거리에서 탈레반이 아프간 청년(빨간 원)의 복장이 불량하다고 지적하며 총구로 공격하고 있다. 트위터 캡처
지난 20일 아프간 수도 카불 거리에서 탈레반이 아프간 청년(빨간 원)의 복장이 불량하다고 지적하며 총구로 공격하고 있다. 트위터 캡처
서양화 된 복장을 입었다는 이유로 길거리에서 총으로 위협하고 폭행하는 탈레반(왼쪽)
서양화 된 복장을 입었다는 이유로 길거리에서 총으로 위협하고 폭행하는 탈레반(왼쪽)
수많은 여성 근로자 실직
탈레반 “빈 자리, 남성 친인척이 채우라”
탈레반은 평화, 용서, 여성 존중 등을 내걸었으나 실제로는 수많은 여성 근로자가 실직했으며, 대신 남성 친인척이 자리를 채우도록 했다고 텔레그래프는 전했다.

카불에 있는 직장을 다니는 한 여성은 “지난 22일 탈레반이 전직원을 소집하더니 이 가운데 여성만 해고했다”면서 “여성에게 좋지 않은 상황이라는 이유를 들더라”라고 트위터에 적었다.

이러한 상황은 미국이 아프간을 침공하기 전 탈레반 집권기(1996∼2001년)에도 비슷했다고 텔레그래프는 짚었다.

실제로 이 여성은 “1990년대에도 그들은 이런 일을 되풀이했다”면서 “안보를 명분으로 사회에서 여성의 모습을 지웠는데, 이번과 다를 게 뭐냐”고 꼬집었다.

탈레반은 1996∼2001년 집권 당시 이슬람 샤리아법(종교법)을 앞세워 엄격하게 사회를 통제했다. 특히 아프간 여성은 남성의 동행 없이는 외출이 안 됐고 취업 및 각종 사회 활동이 제약됐으며 교육 기회가 박탈됐다. 외출할 때는 부르카까지 착용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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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제 무기 들고 수도 카불 순찰하는 탈레반
미제 무기 들고 수도 카불 순찰하는 탈레반 아프가니스탄을 장악한 이슬람 무장세력 탈레반 병사들이 18일(현지시간) M16 소총 등 미제 무기를 들고 수도 카불의 와지르 아크바르 칸 지역을 순찰하고 있다. 카불 AP 연합뉴스
탈레반, 여성 인권 존중한다더니 “부르카 미착용 여성 총살”
탈레반, 여성 인권 존중한다더니 “부르카 미착용 여성 총살” 총격에 피투성이가 된 채 숨진 아프간 여성과 가족들. 폭스뉴스 홈페이지 캡처
탈레반 “여성 인권 존중” 하루 만에
‘부르카’ 미착용 외출 여성 총살
앞서 탈레반은 “여성 인권을 존중하겠다”고 공개적으로 천명했지만 전신을 가리는 부르카를 입지 않은 여성이 총에 맞아 숨지기도 했다. 탈레반 대변인은 여성이 부르카를 입을 필요가 없을 것이라고 언론에 공개적으로 밝히기도 했지만 현실은 판이하게 달랐다.

폭스뉴스에 따르면 아프간 타크하르주 주도 탈로칸에서 전날 한 남색 원피스 차림의 여성이 피투성이가 된 채 숨져 있고, 부모와 주변 사람들이 여성을 끌어안은 채 비통해하는 사진이 찍혔다.

폭스뉴스는 지난 17일 “아프가니스탄 타하르 지역의 한 여성이 몸을 다 가리는 의복 ‘부르카’를 입지 않고 외출했다가 무장 세력이 쏜 총에 맞아 숨졌다”고 보도했다.

뉴욕포스트는 여성의 권리를 존중하는 새로운 포용적 시대를 열겠다고 탈레반이 약속한 날, 사건이 발생했다고 전했다.

자비후라 무자히드 탈레반 대변인은 전날 첫 기자회견을 통해 “전쟁이 끝났다”고 선언하고 “이슬람 율법이 보장하는 선에서 여성 인권을 최대한 존중하겠다”고 발표했다.

탈레반 정치국 대변인 수하일 샤힌은 영국 스카이뉴스와 인터뷰에서 “여성들이 전신을 가리는 부르카를 입을 필요는 없을 것”이라고도 말했다.

그러나 이날 복장 문제로 총에 맞아 여성이 숨지면서 아프간인들은 탈레반이 주장하는 온건 통치에 회의적이라고 폭스뉴스는 전했다.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에서 여성들이 ‘부르카’를 입고 길을 걷고 있다. AP 연합뉴스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에서 여성들이 ‘부르카’를 입고 길을 걷고 있다. 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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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비훌라 무자히드 탈레반 대변인이 17일(현지시간) 아프가니스탄 카불에서 탈레반의 아프간 장악 후 첫 공식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카불 EPA 연합뉴스
자비훌라 무자히드 탈레반 대변인이 17일(현지시간) 아프가니스탄 카불에서 탈레반의 아프간 장악 후 첫 공식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카불 EPA 연합뉴스
살해 위협 속 유니폼·신분증 불태운
아프간 여자축구 선수들 도움 속 탈출
한편 살해 위협을 받았던 아프간 여자축구 선수들은 호주 정부의 도움으로 무사히 아프간에서 탈출했다.

탈레반이 아프간에서 집권함에 따라 ‘자유의 상징’이던 아프간 여자축구 선수들이 보복의 두려움에 떨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많은 선수들이 목숨을 부지하기 위해 은신처에서 숨죽여 살고 있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아프간에서는 탈레반 추종자들이 국가대표 여자축구 선수들에게 공공연하게 살해 협박을 했었고 이로 인해 선수들은 대표 유니폼 등 축구 장비를 태우거나 신분증을 없애야 할 위기에 처했다.

이에 국제축구연맹(FIFA)과 국제축구선수협회(FIFpro)는 아프가니스탄 여자 축구 선수들을 탈출시켜 달라는 서한을 여러 나라 정부에 보냈고, 마침내 호주가 이들의 탈출을 도왔다.

로이터통신은 25일 호주 ABC 방송을 인용해 “호주 정부가 아프가니스탄 여자 축구 선수를 포함한 50명 이상의 여자 스포츠 선수들과 그들의 가족을 탈출시켰다”고 보도했다.

FIFpro는 아프가니스탄 여자 스포츠 선수들의 탈출 소식에 성명을 내고 “호주 정부가 아프가니스탄에서 많은 여자 축구 선수를 탈출시켜줘서 고맙다”라며 “젊은 여자 선수들과 활동가들은 위험에 직면해 있었다. 전 세계 동료를 대표해서 감사드린다”고 밝혔다.

도움을 호소했던 전 아프가니스탄 여자 축구대표팀 주장인 칼리다 포팔도 “여자 축구선수들은 위기의 순간에도 용감하고 강인했다. 그들이 아프가니스탄을 떠나 더 좋은 삶을 살기를 희망한다”고 전했다.
국가대표 유니폼 입은 아프간 여자축구 대표팀 선수들
국가대표 유니폼 입은 아프간 여자축구 대표팀 선수들 국가대표 유니폼 입은 아프간 여자축구 선수들. 얼굴은 신변 안전을 우려해 모자이크 처리했다. 2016년 3월 8일 출시된 히잡이 달린 아프간 여자축구대표팀 유니폼. 히잡 뿐 아니라 무릎 등 얼굴을 제외한 신체 대부분을 이슬람 문화대로 가렸다. 험멜 홈페이지 캡처
‘아프간 여자 축구선수 보호’ 호소하는 전 대표팀 주장 칼리다 포팔. 코펜하겐 AP연합뉴스
‘아프간 여자 축구선수 보호’ 호소하는 전 대표팀 주장 칼리다 포팔. 코펜하겐 AP연합뉴스
아프간 여자 축구 선수들이 축구하는 모습.
아프간 여자 축구 선수들이 축구하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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