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레반 포용은 없었다

탈레반 포용은 없었다

김진아 기자
김진아 기자
입력 2021-08-22 22:10
수정 2021-08-23 0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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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대파 경찰청장 잔인하게 처형당해
도망친 가니 대통령 동생은 충성 맹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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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군 수송기 가득 메운 아프간 민간인들
미군 수송기 가득 메운 아프간 민간인들 19일(현지시간) 탈레반 정권을 피해 아프가니스탄 카불 국제공항을 떠난 민간인들이 미군 수송기 내부에 가득 들어차 있다. 2021-08-21 미군 중부사령부 제공
이슬람 무장세력 탈레반이 아프가니스탄을 장악한 지 일주일이 된 22일 탈레반의 ‘포용’은 역시 말잔치에 그쳤다는 정황이 짙어지고 있다. 탈레반은 ‘사면령’ 선포가 무색하게 이전 정부 관계자 색출은 물론 반대 세력을 잔인하게 처형하는 등 보복을 일삼고 있다.

외신에 따르면 탈레반에 대항해 왔던 아프간 바드기스주의 하지 물라 아차크자이 경찰청장이 지난 18일 밤 처형됐다. 트위터에는 그의 처형 순간을 담은 동영상이 퍼져 큰 충격을 줬다. 천으로 눈을 가리고 두 손이 묶인 채 무릎을 꿇은 경찰청장에게 수십발의 총탄이 쏟아졌다. 총질은 그가 사망한 이후에도 그치지 않았다. 끔찍한 모습에 아프간인들은 ‘탈레반은 역시 탈레반’이라며 공포에 떨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아프간 지도층 가운데 탈레반과 손잡는 세력이 나오면서 혼돈과 절망은 깊어지고 있다. 특히 탈레반에 쫓겨 국외로 도망친 아슈라프 가니 아프간 대통령의 동생이 탈레반에 충성을 맹세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의 충성 맹세 현장 영상 또한 트위터로 퍼지면서 논란이 일었다. 동영상을 보면 가니 대통령의 친동생인 하슈마트 가니 등 한 무리의 남성이 서로 손을 잡고 구호를 외친 뒤 이마에 키스하고 기뻐하는 모습이 담겼다. 이 자리에는 탈레반 연계조직 ‘하카니 네트워크’의 지도자 칼릴 알라흐만 하카니가 참석했다.

하슈마트 가니는 아프간의 정치인이자 ‘가니 그룹’이라는 사업체의 회장이다. 형은 국민을 버리고 2000억원 가까운 돈을 가지고 아프간을 떠나 아랍에미리트(UAE)에 체류 중이고, 동생은 탈레반과 손을 잡았다며 비판이 거세다. 이에 하슈마트는 트위터에 “나는 매일 밤마다 교육계와 경제계 관계자들이 아프간을 떠나지 않도록 설득하고 있다”고 말하며 탈레반 측에 선 것이 정당하다고 역설했다.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UAE에 사업장을 둔 아프간계 기업은 탈레반의 정권 장악이 기업인으로서는 오히려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한 아프간인 사업가는 이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지난 20년 동안 아프간에서 기업인을 대상으로 몸값을 요구하는 유괴가 빈번했는데 그런 범죄 조직이 탈레반을 두려워하기 때문에 치안 강화로 그런 범죄가 줄어들 것”이라고 기대했다.

2021-08-23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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