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로코스트 피해자 재산 환수’…이스라엘·폴란드 외교 충돌

‘홀로코스트 피해자 재산 환수’…이스라엘·폴란드 외교 충돌

김태균 기자
입력 2021-08-15 22:18
수정 2021-08-16 0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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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부도덕한 입법” 대사 철수 강경책
폴란드 “국유화 30년 지나 반환 불가”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6일 오시비엥침(’아우슈비츠’의 폴란드 표기)을 취임 이후 처음 찾아 홀로코스트 희생자들 사진을 배경으로 연설하고 있다. 오시비엥침 AP 연합뉴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6일 오시비엥침(’아우슈비츠’의 폴란드 표기)을 취임 이후 처음 찾아 홀로코스트 희생자들 사진을 배경으로 연설하고 있다.
오시비엥침 AP 연합뉴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 나치 정권이 자행한 홀로코스트(유대인 대학살) 피해자들의 재산 환수를 둘러싼 이스라엘과 폴란드 간 갈등이 심각한 외교 충돌로 비화됐다.

AP통신은 14일(현지시간) 야이르 라피드 이스라엘 외무장관이 폴란드 정부에 항의하는 차원에서 현지 주재 자국 대리대사를 본국으로 불러들이고, 차기 대사의 부임을 보류시켰다고 보도했다.

이스라엘의 강경 조치는 안제이 두다 폴란드 대통령이 이날 ‘정부 행정조치가 이뤄지고 30년이 지나면 해당 사안에 대해 개인들이 이의를 제기할 수 없다’고 시한을 정하는 법률안에 서명한 데 따른 것이다.

이 법률이 논란을 부른 것은 홀로코스트 희생 유대인들의 재산 환수와 관련돼 있다. 폴란드는 2차 대전이 발발하기 전 유럽에서 가장 많은 300만명 이상의 유대인이 거주했던 나라다. 이들의 약 90%가 홀로코스트로 희생되면서 폴란드 내에는 막대한 규모의 유대인 재산이 남겨졌다. 그러나 종전 후 들어선 폴란드 공산 정권은 전쟁 중 나치가 몰수했던 그들의 재산을 전부 국유화했다. 이에 주로 이스라엘에 거주하는 피해자 유족 및 후손들은 재산을 돌려받기 위해 갖은 노력을 기울여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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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홀로코스트 희생자 추모일’인 27일 마테우시 모라비에츠키(가운데) 폴란드 총리와 각료들이 과거사를 기억하기 위해 남겨진 대표적인 유대인 강제수용소인 오시비엥침의 아우슈비츠 수용소에서 열린 추모식에서 고개를 숙인 채 희생자들의 명복을 빌고 있다.  오시비엥침(폴란드) 로이터 연합뉴스
‘국제 홀로코스트 희생자 추모일’인 27일 마테우시 모라비에츠키(가운데) 폴란드 총리와 각료들이 과거사를 기억하기 위해 남겨진 대표적인 유대인 강제수용소인 오시비엥침의 아우슈비츠 수용소에서 열린 추모식에서 고개를 숙인 채 희생자들의 명복을 빌고 있다.
오시비엥침(폴란드) 로이터 연합뉴스
폴란드가 이번에 행정조치 이의제기 시한을 30년으로 못박으면서 1989년 공산정권 붕괴 이전에 국유화된 모든 재산의 반환 청구는 원천적으로 불가능하게 됐다.

이스라엘은 “부도덕한 반(反)유대주의 입법”이라며 두다 대통령을 규탄했다. 나프탈리 베네트 총리는 법안 서명에 대해 “홀로코스트의 기억에 대한 부끄러운 결정이자 수치스러운 모욕”이라며 “모든 것을 잃어버린 사람들에게 계속해서 피해를 주려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입법 과정에서 이스라엘의 맹방인 미국도 강하게 반대해 왔다. 그러나 두다 대통령은 자국 내 범죄행위 등을 막기 위해 불가피한 조치라며 서명을 강행했다. 그는 “법률적 혼돈 상태를 해소하고 범죄집단의 사유화 악용 및 이에 따른 국민 불안을 종식하기 위한 조처”라고 말했다. 실제로 그동안 폴란드에서는 범죄조직이 홀로코스트 희생자의 후손이라는 등 거짓 주장을 통해 불법으로 재산을 갈취하고 거주자들을 쫓아내는 등 사회문제가 지속돼 왔다.

AP통신은 “라피드 외무장관 등 홀로코스트 생존자의 자녀들이 최고위층에 포진한 이스라엘 새 정부가 폴란드와 밀월 관계를 유지했던 이전 베냐민 네타냐후 정부에 비해 훨씬 더 대립적인 접근 방식을 택했다”고 평가했다.
2021-08-16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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