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레반, 미군철수 앞두고 주요도시 장악
아프간 “평화로운 권력 이양” 항복 선언
美 등 서방국가 자국민 철수 작전 돌입
바이든 “미군 5000여명 아프간에 배치”
“아프간 떠나자” 탈출 러시
아프가니스탄 주요 대도시를 모두 점령한 무장반군 탈레반이 권력 인수 작업에 돌입한 15일 파키스탄과 발루치스탄주의 국경 도시 차만 쪽으로 몰린 아프간 국민들이 탈출하고 있다. 탈레반이 재집권하면 명예살인과 같은 인습이 되살아나 여성 인권이 크게 후퇴하고, 서방에 협조했던 주민들에 대한 보복이 감행될 것이란 공포가 퍼지고 있다.
차만 로이터 연합뉴스
차만 로이터 연합뉴스
지난 20년간의 아프간 재건 노력이 수포로 돌아간다는 비난에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철군 강행을 못 박았으며, 미국과 더불어 서방국가들은 외교관 등 자국민 철수 작전에 착수했다. 중국과 러시아는 탈레반 세력의 확대가 중앙아시아 국가들과 자국에서의 테러 위협을 키울 수 있다고 판단해 긴장하고 있다.
2001년 9·11테러 뒤 범행 배후인 알카에다의 수장 오사마 빈라덴을 넘기라는 미국의 요구를 거부했다가 침공당해 정권을 잃었던 탈레반은 지난 5월 미군이 철군을 시작하자 대대적인 공세를 펼쳐 3개월여 만에 아프간 내 세력 확장에 성공했다. 전날 아프간 북부 최대 도시인 마자르이샤리프에 이어 수도 카불 동쪽의 잘랄라바드를 점령하면서 주요 대도시를 모두 장악했다.
탈레반·아프간 권력이양 협상 착수
무장반군 탈레반이 아프가니스탄 주요 도시를 장악하고 수도 카불 외곽 진입을 시작한 15일 카불의 미국 대사관 근처에서 검은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다. 아프간 정부군은 이날 사실상 항복을 선언하고 권력이양 협상을 시작했다.
카불 AP 연합뉴스
카불 AP 연합뉴스
자랄리는 1940년 카불에서 태어났고 1987년 미국 시민권을 획득한 정치인이자 학자이다. 탈레반은 이날 향후 아프간 내 외국인과 각종 시설 운영 등에 관한 원칙도 밝혔다. 우선 수도 카불 내 외국인은 원할 경우 떠나거나 새 탈레반 정부에 등록할 것을 요구했다. 공항과 병원은 계속 운영되고 긴급 물품 공급 역시 중단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탈레반은 또 군대 해산을 지시했다. 여성 인권에 대해선 “히잡을 쓴다면 여성이 학업 및 일자리에 접근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위력 시위하는 탈레반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의 동쪽에 위치한 라그만주를 장악한 무장반군 탈레반들이 15일 차량 위에서 화기를 들고 위력 시위를 하고 있다.
라그만 AFP 연합뉴스
라그만 AFP 연합뉴스
탈레반이 아프간 수도에 빠르게 진입할 때 미국 대사관에는 헬기가 착륙했고 외교 차량이 빠져나갔으며 외교관들이 대사관 옥상에서 기밀 문서들을 파기하고 있었다. CNN은 “탈레반의 (빠른) 공격 속도에 (미국이) 당황했다”고 평가했고 WP는 “미군이 철수하면 6~12개월 안에 카불이 탈레반에 함락될 것이라는 정보 당국의 예측이 빗나갔다”고 전했다.
미국이 이날 철수 절차에 착수한 가운데 로리 브리스토 아프간 주재 영국 대사도 이달 말 대피하는 계획을 당겨 16일까지 귀국할 것으로 전해졌다. 영국 대사관 인원은 500명에서 수십명으로 줄었다. 이란 대사관도 16일까지 소개된다. 독일, 캐나다, 네덜란드, 덴마크, 노르웨이, 핀란드 등도 철수 작전을 진행하거나 진행할 예정이다. 바이든은 이날 성명에서 “미군과 동맹국의 질서정연하고 안전한 축소를 위해 미군 5000명을 (아프간에) 배치한다”고 밝혔다. 또 탈레반이 미국의 철수 작전을 방해하면 “무력 대응에 직면할 것”이라며, 내전 개입이 아닌 자국민 철수만을 위한 증원임을 강조했다. 이날 미 해병대 일부가 카불에 도착했다.
바이든은 “다른 국가의 내전으로 인한 미국의 끝없는 주둔은 용인할 수 없다”며 완전 철군 강행을 재확인했다. 다만 취임 후 최저 국정지지율(50%)을 보이는 바이든은 아프간 철군으로 다른 동맹국의 신뢰를 잃을 수 있으며, 아프간에서는 여성 및 인권 옹호라는 핵심 가치를 지키지 못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2021-08-16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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