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격의 탈레반… 아프간 수도 카불 함락 위기

진격의 탈레반… 아프간 수도 카불 함락 위기

김태균 기자
입력 2021-08-11 20:48
수정 2021-08-12 0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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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만에 3곳 점령… “영토 65% 장악”
바이든 “아프간 지도자 스스로 싸워야”
강제 결혼·징집에 수만명 피란민 행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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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가니스탄의 한 어린이가 10일(현지시간) 수도 카불에 마련된 임시 난민 수용지에 주저앉아 울고 있다. 탈레반과 정부군 간 치열한 전투가 진행 중인 가운데 반탈레반 성향이 강했던 쿤두즈와 타크하르주 등 북부 지역이 탈레반 수중으로 넘어가면서 피란민이 대거 발생하고 있다. 특히 유엔아동기금에 따르면 지난 사흘간 교전으로 최소 어린이 27명이 숨지고 136명이 다쳤다. 카불 EPA 연합뉴스
아프가니스탄의 한 어린이가 10일(현지시간) 수도 카불에 마련된 임시 난민 수용지에 주저앉아 울고 있다. 탈레반과 정부군 간 치열한 전투가 진행 중인 가운데 반탈레반 성향이 강했던 쿤두즈와 타크하르주 등 북부 지역이 탈레반 수중으로 넘어가면서 피란민이 대거 발생하고 있다. 특히 유엔아동기금에 따르면 지난 사흘간 교전으로 최소 어린이 27명이 숨지고 136명이 다쳤다.
카불 EPA 연합뉴스
아프가니스탄의 이슬람 반군 탈레반이 파죽의 진격을 거듭하면서 전국 주요 지역들이 속속 탈레반의 수중에 들어가고 있다. 이런 식이라면 수도 카불의 함락이 머지않았다는 경고가 나온다. 미국은 아프간 정부군의 무기력한 대응에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하면서 현지의 자력 해결을 강조했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탈레반은 10일(현지시간) 하루에만 바글란주(州)의 주도 풀리훔리, 바다크샨주의 주도 파이자바드 등 북부 2개 도시와 서부 파라주의 주도 파라 등 3개 지역을 새롭게 점령했다. 이로써 아프간 전체 34개 주도 가운데 탈레반 장악 지역은 9곳으로 늘었다. 지난 6일 님로즈주의 주도 자란지 점령을 시작으로 불과 5일 만에 일어난 일이다.

탈레반은 지난 5월 미군의 철수가 본격화되자 아프간 전역에서 정부군에 맞서 총공세를 펼쳐 왔다. 유럽연합(EU) 고위 관리는 “탈레반이 현재 아프간 영토의 65%를 장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탈레반은 그동안 세력이 약했던 북부 지역을 먼저 장악한 뒤 최종적으로 카불을 향해 진격하는 전략을 세운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아프간 정부는 카불 주변으로 군사력을 집중시키고 있지만, 탈레반의 기세가 워낙 강해 수성을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아프간 정부 관료는 “탈레반에 반대하는 모든 정치 세력이 단합하지 않는다면 카불이 몇 주 안에 함락될 수도 있다”고 했다. 다급해진 아슈라프 가니 대통령은 탈레반에 포위된 북부 최대 도시 마자르 에 샤리프를 찾아 방어 태세를 점검하기도 했다.

미 행정부는 미군의 철수에도 불구하고 공중 지원, 군비 및 식량 공급 등 형태로 정부군을 돕는다는 방침이지만, 그 이상의 개입에는 선을 긋고 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아프간 상황과 관련한 기자들의 질문에 “아프간에서 미군을 철수키로 한 결정에는 변함이 없다”면서 “아프간 지도자들은 자신을 위해 싸우고 자신들의 국가를 위해 싸워야 한다”고 말했다.

미 행정부는 예상을 초월하는 탈레반의 진격 속도에 당혹스러워하고 있다. CNN은 이날 국무부 관료들의 말을 인용해 “카불 주재 미국 대사관의 추가적인 축소에 대해 적극적인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면서 “이는 탈레반의 급격한 세력 확장으로 상황이 매우 심각해졌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이런 가운데 탈레반의 폭압을 피해 많은 주민들이 피란길에 오르고 있다. 이미 탈레반 점령지에서는 거리에 시신이 널려 있고 강제 결혼, 강제 징집 등 참혹한 상황이 나타나고 있다. 국제구호기구 세이브더칠드런은 지난 주말 이후 쿤두즈 한 곳에서만 6만명이 탈출한 것으로 추산된다고 10일 밝혔다.
2021-08-12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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