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영국 국적 여성, 이란서 5년 복역 마쳤지만… 런던 송환 불확실

이란·영국 국적 여성, 이란서 5년 복역 마쳤지만… 런던 송환 불확실

홍희경 기자
홍희경 기자
입력 2021-03-08 13:24
수정 2021-03-08 1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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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가리-랫클리프 ‘조용한 전복’ 혐의 5년형 마쳐
이란·영국 미지급 대금 협상과 송환 연계 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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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현지시간) 체제 전복 혐의로 이란에서의 5년형을 마친 나자닌 자가리-랫클리프. 로이터 연합뉴스
7일(현지시간) 체제 전복 혐의로 이란에서의 5년형을 마친 나자닌 자가리-랫클리프. 로이터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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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현지시간) 체제 전복 혐의로 이란에서의 5년형을 마친 나자닌 자가리-랫클리프의 남편 리차드 랫클리프가 지난 2017년 런던의 이란 대사관 앞에서 아내의 석방을 요구하는 촛불시위를 하고 있다. 런던 AP 연합뉴스
7일(현지시간) 체제 전복 혐의로 이란에서의 5년형을 마친 나자닌 자가리-랫클리프의 남편 리차드 랫클리프가 지난 2017년 런던의 이란 대사관 앞에서 아내의 석방을 요구하는 촛불시위를 하고 있다. 런던 AP 연합뉴스
이란에서 체제 전복 혐의로 5년 동안 복역한 영국·이란 이중국적 여성인 나자닌 자가리-랫클리프가 7일(현지시간) 가택연금을 마쳤다고 AP통신이 보도했다. 그러나 자가리-랫클리프는 또 다른 혐의로 재판을 받아야 하는 처지다. 영국 외교당국은 자가리-랫클리프 송환에 적극 나서고 있지만, 양국 간 42년 전의 미지급 전차대금 정산 문제와 자가리-랫클리프 송환 문제가 연동돼 해결 기미가 잘 보이지 않고 있다.

지난 2016년 4월 딸과 함께 이란의 친정에 방문했던 자가리-랫클리프는 영국으로 돌아가려다 공항에서 체포됐다. 이란 혁명수비대는 ‘조용한 전복’ 혐의를 자가리-랫클리프를 적용했다. ‘조용한 전복’이란 무력이 아닌 반(反)이슬람·반정부 선동을 인터넷이나 소모임으로 유포하는 행위를 말한다.

자선단체인 톰슨로이터재단 활동가로 일하던 자가리-랫클리프는 혐의를 부인했지만, 5년형을 받고 고문으로 악명이 높은 이란의 에빈 교도소에 수감됐다. 독방 수감과 같은 혹독한 감옥 생활 끝에 자가리-랫클리프는 지난해 2월 교도소를 나와 전자발찌를 차고 테헤란의 친정에 가택연금됐다. 코로나19로 교도소 과밀 해소가 시급해지면서, 수감형이 가택연금형으로 바뀐 덕분이었다.

자가리-랫클리프에 대한 이란의 처우가 부당하다고 주장해 온 영국 정부는 2019년 그에 대해 ‘외교적 보호’를 개시했다. 재외국민보호 장치인 외교적 보호는 자국민이 외국에서 불법적인 취급을 당할 때 외교기관을 통해 항의, 자국민을 구제하는 조치이다. 그러나 이중국적을 인정하지 않는 이란은 자가리-랫클리프를 자국민으로 보고 영국의 요구에 불응해왔다. 이란은 또 지난해 9월 반체제 선동 혐의로 자가리-랫클리프를 추가 기소했다.

물밑에선 이란이 영국으로부터 4억 파운드(약 6200억원)를 받는 조건으로 자가리-랫클리프를 석방하는 협상이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4억 파운드는 이란이 1976년 영국에서 전차 1500대를 도입하기로 하고 지불했다가 떼인 금액이다. 계약 이후 영국이 185대까지 전차를 인도했지만, 1979년에 이란혁명이 발발하며 전차 인도가 중단됐다. 이란은 이후 미인도분 대금 환급 요구를 이어갔고, 2002년 영국 법원에 공탁이 이뤄지기도 했다. 그러나 대이란 경제제재가 가동되는 상황이어서 이 돈이 이란으로 어떻게 전달될 지 오리무중이다. 양국은 공식적으로는 자가리-랫클리프 석방과 42년 전의 전차대금 환급 협상은 별도의 문제라고 선을 긋고 있다.

홍희경 기자 salo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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