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아르메니아 아르차흐공화국-아제르바이잔 서로 “상대가 먼저”
아르메니아 국방부가 홈페이지에 올려놓은 27일(현지시간) 아제르바이잔 영토 안의 아르메니아인 거주지 나고르노카라바흐(아르차흐 공화국) 독립파와 교전 끝에 파괴된 아제르바이잔 군 차량들이 파괴되는 동영상 중 한 장면이다.
아르메니아 국방부 제공 AFP 연합뉴스
아르메니아 국방부 제공 AFP 연합뉴스
카프카스 산맥 깊숙한 오지에 4400㎢ 지역이다. 아르메니아는 전통적으로 기독교의 일파인 아르메니아 정교를 신봉하고 아제르바이잔은 튀르크계 이슬람 국가로 인종적, 종교적으로 대립해 왔다. 1992~94년 독립을 지원하는 아르메니아와 이를 막으려는 아제르바이잔이 전쟁을 벌여 100만명 정도가 삶의 터전을 잃고 유랑했으며 3만명 정도가 목숨을 잃었다. 전쟁 뒤 아르메니아는 나고르노카라바흐와 인접한 아제르바이잔 영토 일부를 점령했다. 이에 따라 나고르노카라바흐는 국제법으론 아제르바이잔 영토지만 아르메니아가 실효 지배하는 분쟁지역이 됐다.
30년 가까이 영토 분쟁을 해오고 있어 전 세계에서 가장 해묵은 분쟁지 중 하나다. 나고르노카라바흐 공화국은 아르메니아를 빼고는 유엔 회원국 중 단 한 나라도 국가로 승인하지 않은 미승인 국가로 2017년 국민투표로 터키어에서 유래한 ‘나고르노카라바흐’라는 이름을 ‘아르차흐(Artsakh)’로 바꿨다.
옛 소련 시절에는 이 지역 인구의 5분의 1 정도를 아제르바이잔 인들이 차지했으나 2015년 인구조사(센서스)에 따르면 14만 5053명 인구 가운데 아제르바이잔 인은 한 명도 살고 있지 않고 있다고 영국 BBC는 전했다. 아제르바이잔이 터키의 지원을 받고 있지만 수니계가 대부분인 터키와 달리, 시아파를 자처하는 점도 이색적이다. 시리아 내전 때 아사드 정부를 지지하는 이란, 러시아와 아제르바이잔은 한 편에 서기도 했다.
니콜 파쉬냔 아르메니아 총리는 27일(현지시간) 오전 페이스북을 통해 아제르바이잔 군이 아르차흐지역의 민간인 정착촌에 공격을 가했다고 밝혔다. 그 뒤 아르메니아 국방부는 공격에 대한 보복으로 아제르바이잔 군의 헬기 2대와 드론 3대를 격추했다고 발표했으며, 아제르바이잔 전차를 격파했다고 주장하며 영상을 공개했다.
그러나 아제르바이잔 국방부는 아르메니아 쪽이 먼저 나고르노카라바흐와 가까운 자국 영토 내 군기지와 주거지역에 대규모 도발 행위를 저질렀다고 반박했다. 아르메니아 쪽의 도발로 민간인이 사망하고 민간시설에 심각한 피해가 발생해 자국민 보호를 위해 어쩔 수 없이 보복했다는 주장이다.
아제르바이잔은 나고르노카라바흐의 일곱 마을을 장악했다고 밝혔으나, 아르차흐 공화국은 부인했다. 아르차흐 공화국은 계엄령을 선포하고 성인 남성들의 동원령을 선포했다. 이번 무력 충돌로 적어도 23명이 희생됐고 100명 이상이 다쳤다고 영국 BBC는 전했다.
아르메니아는 “아제르바이잔군이 나고르노카라바흐의 수도인 스테파나케르트를 포함해 민간인을 공격했다”며 “비례적 대응”을 천명했다. 파쉬냔 총리는 “우리는 아제르바이잔의 침략으로부터 모국을 지키기 위해 군과 함께 할 것”이라며 “우리의 신성한 조국을 지킬 준비를 하라”고 말했다.
러시아는 양측의 자제를 촉구했다. 러시아 외무부는 “양측은 즉시 사격을 멈추고 사태를 안정화하기 위한 대화에 착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프랑스도 양측에 “적대행위를 중단하고 즉시 대화를 재개하라”고 촉구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아제르바이잔과 아르메니아의 평화를 위해 기도하겠다”며 “양측이 협상을 통해 이견을 해소해달라”고 호소했다.
반면, 같은 튀르크계 국가인 아제르바이잔을 지원해 온 터키는 아르메니아를 비난하고 나섰다. 이브라힘 칼른 터키 대통령실 대변인은 “우리는 아제르바이잔에 대한 아르메니아의 공격을 크게 우려하고 있다”며 “아르메니아가 민간인을 공격해 휴전을 깨뜨렸다”고 주장했다.
두 나라는 지난 7월에도 무력충돌을 빚었다. 아제르바이잔은 11명이 사망하고 4명이 부상했으며, 아르메니아군 약 100명을 사살했다고 주장했다.
임병선 평화연구소 사무국장 bsnim@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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