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 대신 화성 탐사 올인… UAE, 중동 첫 ‘희망’ 쏘다

석유 대신 화성 탐사 올인… UAE, 중동 첫 ‘희망’ 쏘다

이기철 기자
이기철 기자
입력 2020-07-20 20:58
수정 2020-07-21 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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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사선 ‘아말’ 6년 개발 끝 日다네가시마서 발사
美·中·러 등 우주강국 이어 세계서 7번째 성공
진두지휘한 30대 여성장관 “이것이 UAE 미래”
‘UAE 통일 50주년’ 내년 2월 궤도 진입 예정
“2117년 화성 정착존 건설로 청년들에게 희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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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다네가시마 우주센터에서 20일 발사된 아랍에미리트(UAE)의 화성 탐사선 ‘아말’이 일본 미쓰비시중공업의 발사체 ‘H2A’에 실려 대기권으로 날아오르고 있다. 아말은 지난 15일 발사 예정이었다가 기상 문제로 두 차례 연기된 끝에 이날 발사에 성공했다.  다네가시마 로이터 연합뉴스
일본 다네가시마 우주센터에서 20일 발사된 아랍에미리트(UAE)의 화성 탐사선 ‘아말’이 일본 미쓰비시중공업의 발사체 ‘H2A’에 실려 대기권으로 날아오르고 있다. 아말은 지난 15일 발사 예정이었다가 기상 문제로 두 차례 연기된 끝에 이날 발사에 성공했다.
다네가시마 로이터 연합뉴스
‘중동의 소국’ 아랍에미리트(UAE)가 화성 탐사선을 성공적으로 발사하면서 우주 강국 대열에 합류했다. 희망이라는 뜻의 탐사선 ‘아말’이 20일 오전 일본 남쪽 다네가시마 우주센터에서 H2A 로켓에 실려 날아올랐다.

UAE는 아랍 국가로는 처음으로 화성 탐사선 발사에 성공했다. 세계적으로도 미국, 러시아, 중국, 인도, 일본, 유럽연합(EU)에 이어 일곱 번째다.

아말은 발사 1시간 뒤 로켓에서 성공적으로 분리됐고 궤도에 진입했다. 시속 12만㎞로 7개월 동안 우주 공간을 비행해 UAE의 7개 소왕국 통일 50주년을 맞는 내년 2월 화성 궤도에 진입할 예정이다. UAE 첨단과학부 장관인 사라 알아미리(33)는 두바이TV와의 인터뷰에서 “형언할 수 없는 기분”이라며 “이것이 UAE의 미래”라고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두바이도 축제 분위기였다. 세계 최고층 건물인 부르즈 칼리파에서 발사 카운트다운 행사가 열렸고, 무함마드 빈 라시드 우주센터(MBRSC)에서 발사를 지켜보던 시민들은 1단계 추진체 분리를 보면서 서로 껴안고 축하하거나 손뼉을 치고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고 AP통신이 전했다.

UAE 화성 탐사선 책임자인 옴란 샤라프는 발사 90분 뒤에 가진 기자회견에서 “지금까지는 모든 것이 순조롭다”고 말했다. 발사체 개발사인 미쓰비시중공업도 “발사체의 궤적은 계획했던 대로 진행됐고 아말의 분리도 확인됐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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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AE의 화성 탐사 프로젝트를 주도한 여성 장관 사라 알아미리가 이날 다네가시마 우주센터에서 기자회견을 하는 모습. 다네가시마 AP 연합뉴스
UAE의 화성 탐사 프로젝트를 주도한 여성 장관 사라 알아미리가 이날 다네가시마 우주센터에서 기자회견을 하는 모습.
다네가시마 AP 연합뉴스
인구 937만명의 소국으로 석유 경제에 의존하는 UAE의 우주 탐사가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킨 이유는 또 있다. 이 프로젝트를 주도한 30대 여성 장관 알아미리는 12세 때 안드로메다은하 사진을 본 뒤 우주 연구에 관심을 가졌고, 이번 화성 프로젝트로 20년 만에 꿈을 실현했다. 샤르자 아메리칸대에서 컴퓨터공학을 전공한 그는 여성의 사회 진출에 제약이 많은 이슬람 국가에서 보기 드문 여성 장관이다. 과학기술 분야에 여성 인재를 적극 중용해 온 UAE에서 알아미리는 2016년 UAE 과학위원회의 수장이 됐고, 2017년 10월 첨단과학부 장관에 올랐다.

우주개발 경험이 많지 않은 UAE에서 그는 자신의 소망을 이루기 위해 독자 개발 대신 국제협력을 택했다. 미국 콜로라도대 대기우주물리학연구소, 애리조나주립대, 캘리포니아대 버클리 캠퍼스 등과 협력해 아말을 공동 개발했다. 자동차 크기의 아말은 최소 2년 동안 화성 궤도를 돌면서 대기와 기후변화 연구 임무를 수행한다.

UAE는 2117년까지 화성에 정착촌을 건설하는 ‘화성 2117 프로젝트’로 빈곤과 전쟁 등에 지친 아랍 청년들에게 희망을 불어넣겠다는 야심 찬 계획도 추진하고 있다. 샤라프는 이날 “UAE가 화성에 도달하는 것은 아랍 청년들에게 강한 메시지”라고 말했다. 또 두바이 외곽 사막에 화성과 비슷한 조건에서 실험과 기술 개발을 하는 ‘과학 도시’를 조성하는 등 혁신적 미래 기술에 투자하기로 했다.

아말이 성공적으로 화성 궤도에 안착하면 내년 9월부터 화성 시간으로 1년(687일)간 55시간마다 화성을 공전하며 대기 측정, 화성 표면 관측·촬영 등의 자료를 지구에 보내는 등 과학 임무를 수행한다. 화성에서의 운용비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아말 발사에 2억 달러(약 2400억원)가 들어갔다. UAE 정부는 화성 탐사를 포함한 우주 연구에 현재까지 55억 달러(약 6조 6000억원)를 투입했다.

이기철 선임기자 chuli@seoul.co.kr
2020-07-21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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