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소피아’ 85년 만에 이슬람사원으로 …유네스코 “세계유산 재검토” 반발

‘성소피아’ 85년 만에 이슬람사원으로 …유네스코 “세계유산 재검토” 반발

이재연 기자
이재연 기자
입력 2020-07-12 18:06
수정 2020-07-13 0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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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키 최고법원 “박물관 아닌 모스크”
1500년간 이슬람·정교 교당 번갈아 거쳐

“에르도안 민족주의 앞세운 정치 행보”
“전 세계 기독교 반감” 美·EU 등 비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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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키 최고행정법원이 이스탄불에 있는 유네스코 세계유산인 성소피아 대성당을 85년 만에 박물관에서 사원으로 되돌리는 결정을 내린 10일(현지시간) 이를 지지하는 시민들이 대성당 밖에서 이슬람 깃발을 흔들며 환호하고 있다. 이스탄불 AFP 연합뉴스
터키 최고행정법원이 이스탄불에 있는 유네스코 세계유산인 성소피아 대성당을 85년 만에 박물관에서 사원으로 되돌리는 결정을 내린 10일(현지시간) 이를 지지하는 시민들이 대성당 밖에서 이슬람 깃발을 흔들며 환호하고 있다.
이스탄불 AFP 연합뉴스
유네스코 세계유산이자 세계 7대 불가사의 중 하나인 터키 이스탄불의 성소피아 대성당이 85년 만에 ‘박물관’에서 ‘사원’ 지위를 되찾았다. 1500년 동안 동방정교와 이슬람 교당을 번갈아 거쳤던 비운의 역사를 간직한 대성당이 종교시설 역할을 되찾은 것이지만 특정 세력의 지지를 얻기 위한 정치적 목적으로 문화유산을 희생시켰다는 국제사회의 반발이 거세다.

터키 최고행정법원은 10일(현지시간) 성소피아 대성당의 지위를 박물관으로 정한 1934년 내각회의 결정을 만장일치로 취소했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은 이날 법원 결정 직후 성당을 모스크로 개조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동로마제국 유스티니아누스 1세 시절인 537년 콘스탄티노플(현 이스탄불)에 완공된 성소피아 대성당은 916년간 정교회의 총본산이었다. 그러나 1453년 오스만제국에 콘스탄티노플이 함락된 뒤 황실 모스크로 개조됐다. 제1차 세계대전으로 오스만제국이 멸망한 이후 세속주의를 앞세운 무스타파 케말 아타튀르크 초대 대통령이 1934년 내각회의에서 대성당을 박물관으로 전환했다.

대성당은 매년 400만명이 방문하는 터키 최대 관광명소로 자리잡았다. 유네스코 세계유산 목록에도 ‘이스탄불 역사지구’ 내 박물관으로 등재돼 있다. 그러나 2000년대 들어 에르도안 대통령의 집권이 이어지면서 무슬림 사이에서 모스크 전환 요구 목소리가 커져 왔다. 이에 최고행정법원은 지난달부터 지위 변경 안건 심의에 착수했고, 이날 “성소피아는 성격이 모스크로 규정됐고 그 외 사용은 법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못박았다.

대성당 밖에서는 신도 수백명이 환호했지만 유네스코와 미국, 유럽연합(EU), 정교회가 강력한 그리스·러시아 등은 거세게 반발했다. 당장 에르도안 대통령이 이슬람 민족주의를 앞세워 하락하는 인기를 되살리려 한다는 비판이 떨어졌다. 유네스코는 “다음 회의에서 대성당의 세계유산 지위를 재검토할 것”이라고 공개 반대했다. 세계 교회 협의회는 항의 서한에서 “터키의 개방성을 뒤집고, 대성당을 배척과 분리의 상징으로 바꾼 결정”이라고 비판했다. 앞서 정교회 수장인 바르톨로메오스 1세 콘스탄티노플 총대주교도 “전 세계 수백만 기독교인이 이슬람에 반감을 가지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역사적 ‘앙숙’인 그리스의 리나 멘도니 문화부 장관은 “전 문명세계에 대한 공개 도발”이라며 “에르도안 대통령의 민족주의가 터키를 6세기로 되돌렸다”고 비난했다. EU 역시 유감을 표시했다.

이재연 기자 oscal@seoul.co.kr
2020-07-13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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