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로 가다 강풍에 뒤집혀
대부분 아프간·파키스탄 국적자
“400~750명 승선… 선장은 도망”
그리스, 3일간 국가애도기간 선포
그리스 해안경비대가 14일(현지시간) 난민 수백명이 탄 낡은 어선이 펠레폰네소스 해안에서 75㎞ 떨어진 지점에서 전복돼 최소 78명이 숨지고 수백명이 실종되기 전 포착된 모습을 공개했다. 리비아 동부 항구 도시 토르브루크에서 출항해 이탈리아로 향하던 배 갑판 위에는 난민 수백명이 발 디딜 틈 없이 빼곡하게 서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로이터 연합뉴스
14일(현지시간) 가디언에 따르면 리비아 동부 항구 도시 토르브루크에서 주로 아프가니스탄, 파키스탄 국적의 난민을 태운 대형 어선이 이탈리아로 향하다 그리스 남부 해안 도시 필로스 서남쪽 80㎞ 바다에서 강풍으로 전복돼 침몰했다.
그리스 정부 관계자는 “약 104명의 승객이 구조됐고 최소 78명이 숨졌다”고 밝혔다.
배 안에 몇 명이나 타고 있었는지, 얼마나 많은 사람이 실종됐는지 아직 불분명한 상태다. 난민선 구조 지원 단체 ‘유럽 횡단 네트워크’는 20~30m 길이의 배에 750명이 탑승했을 수 있고, 선장은 작은 보트를 타고 도망쳤다고 주장했다. 그리스 정부 당국은 “배 안에 500명 이상이 탑승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고, 유엔난민기구(UNHCR)는 400명 정도 탑승했다고 추산했다.
지난달 21일 총선 이후 오는 25일 2차 총선 투표 전까지 집권 중인 그리스 과도 정부는 3일간의 국가 애도 기간을 선포했다.
이탈리아 해안 경비대는 전날 그리스 당국과 유럽 국경·해안경비청(프론텍스)에 침몰한 선박이 해안에 접근한다고 알렸다. 프론텍스는 “이날 오후에 상선 두 척이 이 배에 접근해 음식과 물품을 제공하려 했으나 이들은 어떤 지원도 거부하고 일단 이탈리아로 계속 가고 싶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유럽으로 가려는 난민들은 죽음의 위험을 무릅쓰고 유럽에서 가장 위험한 경로인 지중해를 건너고 있다. 유엔은 2014년 이후 지중해 지역에서 2만명 이상의 난민이 해상 사고로 숨지거나 실종됐다고 집계했다. 이들은 경비가 삼엄한 그리스 국경을 넘는 대신 화물선을 타고 이탈리아 등으로 밀항을 시도한다. 지난해 2만여명, 2021년 1만 6000여명에 이어 올 들어 5만명 이상이 이탈리아에 불법 입국했다.
2023-06-16 10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