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컷 없어서” 스스로 임신한 암컷 악어, 알 낳았지만…

“수컷 없어서” 스스로 임신한 암컷 악어, 알 낳았지만…

이정수 기자
이정수 기자
입력 2023-06-08 11:16
수정 2023-06-08 14: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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英생물학회보에 악어 단성생식 사례 실려
고립된 악어 홀로 알 낳아… 부화엔 실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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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어.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함. 위키피디아 제공
악어.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함. 위키피디아 제공
암컷 악어가 스스로 임신해 자기복제 알을 낳은 사례가 처음으로 확인됐다고 7일(현지시간) 영국 BBC가 보도했다.

이날 영국 왕립학회가 발행하는 ‘생물학 회보’(Biology Letters)에 실린 연구 결과에 따르면 이 악어는 2018년 1월 중미 코스타리카 렙틸라니아 동물원에서 자기복제 알을 낳았다.

2살 때부터 거의 일생을 다른 악어들과 분리된 채 지낸 이 악어는 18살이 된 해에 이른바 ‘처녀 생식’(virgin birth)으로 알을 낳았다.

다만 이 악어가 낳은 알 속의 새끼 악어는 완전한 형태로 발달했지만 부화하지는 못했다.

이례적인 상황을 접한 동물원 측은 처녀 생식으로 불리는 단성 생식(parthenogenesis)을 11년간 연구한 미국 버지니아 공과대 워런 부스 박사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부스 박사의 분석 결과 실제로 죽은 새끼 악어는 유전적으로 어미 악어와 99.9% 일치했다.

또한 어미를 임신시킨 수컷도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부스 박사는 “상어, 새, 뱀, 도마뱀 등에서도 이러한 사례를 확인할 수 있다”며 “놀랄 만큼 흔하고 널리 퍼진 현상”이라고 말했다.

다만 악어류에서 단성 생식에 대한 보고가 없었던 이유에 대해서는 사람들이 사례를 찾을 기회가 없었기 때문이라고 부스 박사는 설명했다.

그는 “사람들이 애완 뱀을 기르면서부터 단성 생식에 대한 보고가 크게 늘었다”며 “하지만 파충류를 사육하는 사람들이 악어를 기르진 않는다”고 부연했다.

부스 박사에 따르면 이 같은 사례는 단성 생식이 가능한 종이 개체 수 감소나 멸종 위기에 처할 경우 나타날 수도 있다.

그는 단성생식이 매우 다양한 종에서 발견되고 있다는 점에 비춰 먼 조상 격인 공룡도 단성생식을 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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