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한국 백만장자 105만명, 전세계 500만↑…그늘은 짙어져

지난해 한국 백만장자 105만명, 전세계 500만↑…그늘은 짙어져

임병선 기자
입력 2021-06-23 16:47
수정 2021-06-23 1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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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레디트 스위스 은행의 2020 글로벌 웰스 리포트에 따르면 저금리 기조에 주택이나 금융자산 값이 많이 올라 전 세계 백만장자가 크게 늘어난 것으로 드러났다. 하지만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이 덮친 가운데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심화돼 세계경제의 모순을 심화시키고 있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  게티이미지 자료사진
크레디트 스위스 은행의 2020 글로벌 웰스 리포트에 따르면 저금리 기조에 주택이나 금융자산 값이 많이 올라 전 세계 백만장자가 크게 늘어난 것으로 드러났다. 하지만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이 덮친 가운데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심화돼 세계경제의 모순을 심화시키고 있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
 게티이미지 자료사진
지난해 미국 달러로 100만 달러(약 11억 3000만원) 이상의 재산을 보유한 한국인(성인 기준)은 105만명으로, 전 세계 백만장자의 2%를 차지한 것으로 추정됐다. 일인당 기준이니 한 채에 22억원쯤 나가는 아파트를 대출 없이 보유하고 자녀를 출가시켰다면 부부가 백만장자가 된다는 얘기다.

스위스계 투자은행(IB) 크레디트 스위스가 22일(현지시간) 발간한 ‘2021 글로벌 웰스 리포트’에 따르면 지난해 말 전 세계 성인 일인당 평균 순자산(부채를 뺀 재산) 규모는 7만 9952달러로 일년 전보다 6.0% 증가한 것으로 추정됐다. 이 은행은 매년 각국 정부의 가계 자산 조사 등을 기초로 성인의 달러화 환산 순자산 규모를 추정한 보고서를 낸다. 부동산과 금융자산을 위주로 한 조사란 한계를 지닌다.

코로나19 팬데믹의 영향으로 세계경제는 상당한 타격을 입었지만 전 세계에서 520만명 이 백만장자 대열에 새롭게 합류해 5608만 4000명으로 추정됐다. 일년 전 5087만 3000명보다 무려 10.2%가 늘었다. 세계경제는 팬데믹 영향으로 단기 충격에 빠졌지만 지난해 6월을 기점으로 반전해 완만하게 회복했고, 여기에다 각국 중앙은행이 초저금리 정책을 쓰면서 부동산과 주식 등 자산 가격이 오른 혜택을 부자들이 온전히 누린 결과다. 보고서를 주도한 앤서니 쇼록스는 자산가격의 상승이 없었더라면 전 세계 가구의 부는 어쩌면 줄어들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세계 인구의 상위 1%에 들기 위한 순자산 규모도 일년 전 98만 8103달러에서 지난해 105만 5337달러(약 12억원)로 늘어났다. 앞의 예시와 비슷하게 24억원 정도 있으면 세계인의 상위 1%에 드니 잘 살았다고 만족할 만하다는 얘기가 된다.

지난해 각국의 백만장자 숫자를 살펴보면 미국이 2195만 1000명으로 무려 39.1%를 차지했다. 중국(527만 9000명), 일본(366만 2000명), 독일(295만 3000명), 영국(249만 1000명), 프랑스(246만 9000명), 호주(180만 5000명), 캐나다(168만 2000명), 이탈리아(148만명), 스페인(114만 7000명)이 뒤를 이었다. 한국은 105만 1000명으로 네덜란드(103만 9000명), 스위스(103만 5000명), 스페인과 더불어 세계 백만장자의 2%를 차지했다. 주요 국가 순위표를 보면 한국은 11위에 해당했다.
나라별 성인 인구 가운데 백만장자의 비율은 스위스가 14.9%로 가장 높고 호주(9.4%)와 미국(8.8%)이 그 뒤를 이었다. 한국은 2.5%로 집계됐다.

지난해 순자산이 5000만달러를 넘은 세계 최상위 부유층은 21만 5030명으로 일년 전보다 4만 1420명(23.9%) 늘어났다. 성인 일인당 순자산이 가장 많은 나라는 스위스로 67만 3960달러로 집계됐다. 전체 성인을 재산 순위에 따라 일렬로 세울 경우 중간값은 호주가 23만 8070달러로 가장 많았다. 한국의 중간값은 8만 9670달러로, 전 세계 19번째로 집계됐으나 평균값은 상위 20위권에 들지 못했다.

2000년 1만~10만 달러 자산을 가진 이들은 5억 700만명이었는데 지난해 중반까지 17억명으로 늘어 세 배로 불어났다고 영국 BBC는 지적했다. 중국 경제가 도약한 것과 개발도상국의 중산층이 두터워진 것이 함께 작용한 결과였다. 가난한 이들의 자산은 더욱 줄었을텐데 이런 통계를 찾아보기 어려워 더 찾아보아야겠다.

크레디트 스위스 은행은 저금리 정책이 경기를 부양시키는 긍정적 효과에도 이제 “값비싼 대가를 치를 때가 됐다”고 경고했다. 국내총생산(GDP) 가운데 공공채무 비중이 20% 이상인 나라가 상당히 많은 점도 세계경제를 회복시키는 데 한계로 작용할 것이다.

임병선 평화연구소 사무국장 bsnim@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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