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지난해 코로나19 사태 충격을 견디지 못하고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악의 무역 성적을 기록했다. 사진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미 메릴랜드주 월터 리드 군 병원의 코로나19 백신 접종소를 찾아 관계자들을 격려하고 있는 모습. AFP 연합뷰스
AP통신 등에 따르면 미국 상무부는 지난 5일(현지시간) 2020년 미국의 연간 상품·서비스 무역수지 적자가 저년 같은 기간보다 17.7%가 늘어난 6787억 달러(약 762조 5000억원)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이같은 적자 규모는 2008년 이후 12년 만에 최대 규모라고 블룸버그통신이 전했다.
지난해 수출액은 60여년 만에 가장 큰 폭인 16% 급감한 2조 1300억 달러로 2010년 이후 최저 수준이다. 수입 역시 전년보다 9.5% 감소한 2조 8100억 달러로 지난 4년간 가장 작은 규모를 보였다. 특히 상품 무역 적자는 9158억 달러로 1961년 통계 작성 시작 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서비스 무역 흑자는 전년 같은 기간보다 18% 감소한 2371억 달러로 2012년 이후 최저 규모였다.
미국은 지난해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세계 각국과의 무역 전쟁을 선포하고 관세를 부여해 무역수지를 개선하려 했지만, 코로나19 충격 여파로 큰 타격을 입었다. 무역 상대국의 보복 조치와 관세에 따른 내수 경제 부담 등도 악영향을 미쳤다.
미국 최대 무역 상대국은 중국이었다. 정치적으로 민감한 대중 상품 무역 적자는 3100억 달러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10% 감소했다. 2019년 멕시코와 캐나다에 이어 3위로 밀려났던 중국은 지난해 초 도널드 트럼프 당시 행정부와 2000억 달러 규모의 미국산 제품을 수입한다는 내용의 1단계 무역합의를 타결한 바 있다.
마리 러블리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 선임 연구원은 “트럼프 행정부 시절 미국은 무역 적자를 줄이기 위해 실행 가능한 계획이 없었다”며 “중국에 대한 관세 부과는 중국 수입을 줄였지만, 수입 대부분은 다른 국가들로 대체됐다”고 말했다. 정치 전문매체 폴리티코는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는 기업과 소비자에게 더 큰 비용을 부과했다”며 “또 중국과 유럽연합(EU) 및 기타 국가들이 농산물을 포함한 많은 미국산 제품을 대상으로 보복 조치를 했다”고 설명했다.
김규환 선임기자 khkim@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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