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사태로 ‘헬리콥터 돈 풀기’ 정책에 따른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사상 최저 수준으로 떨어진 데다 재택근무가 일반화하며 넓은 교외주택에 대한 수요가 크게 늘어나면서 미국 집값이 6년 만에 최대폭 급등했다. 사진은 매물로 나온 미 매사추세츠주의 한 주택. AP 연합뉴스
29일(현지시간) AP통신 등에 따르면 미국 스탠더드앤드푸어스 다우존스(S&P Dow Jones) 지수의 지난 10월 S&P 코어로직 케이스-실러 주택가격지수(계절조정치)는 전년 같은기간보다 8.4% 급등했다. 미국 전역의 집값이 이 정도 수준으로 올랐다는 뜻이다. 2014년 3월(8.9%) 이후 6년여 만의 최대 상승 폭이다. 칼 케이스 웰즐리대 교수와 로버트 실러 예일대 교수가 공동 개발한 이 지수는 미국의 대표적인 주택가격지수다. 2000년 1월을 100으로 놓고 지수를 산출한다. S&P와 부동산 전문가들로 구성된 지수 위원회가 관리를 맡고 있는 만큼 공신력이 가장 높다.
집값 오름세는 다른 실물 지표들과 그 흐름이 다르다. 대부분 지표들은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이 본격화한 올해 3월을 기점으로 큰 변동을 겪었으나, 케이스-실러 지수는 계속 상승했다. 올해 2월 이후 상승률(전년 같은기간 대비)은 4.2%→4.5%→4.6%→4.4%→4.4%→4.8%→5.8%→7.0%→8.4%를 기록했다. 최근 추세라면 지난달 수치는 더 올랐을 가능성이 높다. 케이스-실러 지수를 내기 시작한 1988년 이후를 분석해보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직전인 2003~2005년과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12~2013년에 이은 제3의 상승기를 맞고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상승 이유는 여러가지다. 무엇보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엄청난 유동성이 풀리면서 시중금리가 급락한 게 가장 큰 호재로 꼽힌다. 현재 미국 내에서 15년 만기 모기지 금리는 낮게는 2% 초반대에 불과하다. 사상 최저치다. 30년 만기의 경우 2% 후반대다. 여기에다 미국은 주택담보대출비율(LTV), 총부채상환비율(DTI) 같은 주택 규제가 한국에 비해 완화적이다. 주식과 함께 부동산 가격이 오를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져 있는 셈이다.
수급 문제 역시 상승을 견인하고 있다. 팬데믹 이후 복잡한 도심을 피하려는 수요가 많아진 데다 재택 형태의 근무 문화가 퍼지면서 넓은 교외 주택으로 이주하려는 수요가 많아진 것이다. S&P 다우존스 지수의 크레이그 라자라 매니징 디렉터는 “코로나19 사태는 도심 아파트로부터 교외 주택으로 이사하려는 수요를 더 높였다”고 지적했다.
이에 비해 미 주요 20개 대도시의 10월 지수 상승률은 7.9%로 조금 낮았다. 애리조나주 피닉스가 전년 같은기간과 비교해 무려 12.7% 뛰며 상승률 1위를 기록했다. 워싱턴주 시애틀(11.7%),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11.6%) 등은 상승률이 두자릿수를 보였다. 주로 서북부 지역의 도시들이다. 북부 오하이오주 클리블랜드(9.5%), 동북부 매사추세츠주 보스턴(9.4%) 역시 높았다. 다만 ‘세계 경제·문화 중심지’로 불리는 뉴욕주 뉴욕의 경우 6.0%로 가장 낮은 상승률을 나타냈다.
김규환 선임기자 khkim@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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