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직 볼루아르테 탄핵안 발의
불법 재산 증식 의혹에 휩싸여
야당 “도적적 무능력” 총공세
임기 2년 안 돼 벼랑끝 내몰려
쿠친스키 후 3명 불명예 퇴진
디나 볼루아르테 페루 대통령.
AF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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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루 국회는 1일(현지시간) 마르고트 팔라시오스 등 야당 의원들이 발의한 대통령 탄핵안을 공개했다. 팔라시오스 의원은 소셜미디어(SNS)에 “명품 시계와 보석류 등으로 문제를 일으킨 볼루아르테 대통령에 대해 ‘도덕적 무능력’을 이유로 탄핵안을 발의했다”고 밝혔다. 페루 국회는 총의석수 40%(52명) 이상 동의하면 탄핵 절차를 개시하고 재적의원(130명) 3분의2(87명)를 넘으면 탄핵안이 가결된다.
앞서 페루의 한 팟캐스트 프로그램은 볼루아르테 대통령의 공식 SNS 계정 속 사진들을 분석해 1만 9000달러(약 2570만원) 상당 롤렉스 등 고급시계 14점과 5만 달러짜리 까르띠에 팔찌를 찾았다고 밝혔다. 워싱턴포스트(WP)는 “매달 4200달러 월급을 받는 대통령이 50만 달러 상당의 보석을 갖고 있었다. 취득 경위에 대한 궁금증이 커졌다”고 전했다.
대통령이 손목에 찬 롤렉스 시계는 페루의 평균 직장인이 40개월 넘게 한 푼도 쓰지 않고 월급을 모아야 살 수 있다. ‘공직자가 어떻게 그런 사치품을 다수 구입할 수 있었는가’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볼루아르테 대통령은 “18세부터 쉬지 않고 일한 결과”라면서 “롤렉스 등 고가명품은 2022년 12월 대통령 취임 전 구입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검찰이 지난달 말 대통령 자택에서 압수수색을 진행해 롤렉스 정품 인증서를 확인해 보니 일부 제품의 구입 일자는 대통령 집권 이후인 2023년 7월이었다.
페루 헌법은 반역 행위나 선거방해 등 특정범죄뿐만 아니라 신체·도덕적 무능력 등을 이유로 국회가 대통령 탄핵을 의결할 수 있도록 했다. 도덕적 무능력이라는 건 전적으로 의원들의 판단에 따른 것이라 2016년부터 대통령 단명의 원인이 됐다.
WP는 “페루에서 1985년 이후 거의 모든 대통령이 최소 한 번 이상 범죄 수사 대상이 돼 탄핵 논의가 이뤄졌다”고 분석했다. 일본계 알베르토 후지모리(재임 1990~2000년)는 장기집권을 위한 부정선거를 시도하다 탄핵당했고 페드로 파블로 쿠친스키(2016~2018년)와 마르틴 비스카라(2018~2020년)도 도덕적 무능이 해임 사유가 됐다. 카스티요(2021~2022년)의 쿠데타 시도 역시 국회에선 도덕적 무능이라고 판단했다.
2024-04-03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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