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성진 수석논설위원
많은 소비자는 가스요금 폭탄을 맞았다며 분통을 터뜨린다. 한 달에 40만원이 넘는 가스비를 내는 집이 허다하고 방 한 칸짜리 오피스텔에 25만원이 부과되어도 하소연할 데도 없다. 반면 가스공사 직원들의 평균 연봉은 8000만원이 넘고 지난해 말에는 성과급을 1561만원이나 지급했다. 소비자들이 땀 흘려 벌어서 낸 가스요금으로 독점기업이 잔치를 벌이고 있는 것이다.
가스요금을 낮추려면 우선 가스를 조금이라도 싸게 들여와야 한다. 그러나 독점체제여서 비싸게 사 와도 선택의 여지가 없다. 최근 1년 반 동안의 계약 체결분 250조원에서 1%만 깎아도 2조 5000억원이라는 돈을 절약할 수 있는데 말이다. 이 돈은 인천대교 전체 건설 공사비보다 많은 금액이다. 1990년 이후 한국의 가스 도입 가격은 늘 일본보다 높았다. 일본이 우리보다 높은 가격에 산 때는 원전 사고 이후뿐이다.
가스 도입을 경쟁체제로 바꿀 필요가 있다. 다양한 공급원으로부터 조금이라도 싼 가격에 들여올 길을 열어줘야 한다. 정부에서는 일단 민간의 직수입 규제를 완화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은 듯하다. 국회에서도 규제를 완화하는 내용의 도시가스사업법 개정안을 김한표 새누리당 의원이 발의해 놓고 있다. 그러나 이와 정반대로 규제를 강화하는 법안도 동시에 발의되어 대결 양상을 보이고 있다. 규제 강화를 추진하는 쪽에서는 가스 직수입 확대가 구매력을 약화시켜 도입가격을 상승시킬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현재 직수입 업체들의 도입 단가는 가스공사보다 절대 높지 않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가운데 가스 도입을 독점하고 있는 국가는 우리뿐이다. 일본은 종합상사 등 많은 회사가 경쟁체제로 가스를 수입하고 있다. 경쟁체제인 일본의 가스 도입 가격은 도리어 우리보다 낮다. 규제 강화 쪽에서는 또 직수입에는 일부 대기업들이 참여해서 이익을 챙길 것이라고도 한다. 그러나 빚더미에 올라앉아 있으면서도 막대한 이익을 독차지하고 해마다 고액의 성과급까지 받는 가스공사의 독점체제가 나은지, 아니면 다수 기업들이 그 이익을 나눠 갖는 것이 나은지는 생각해 보면 자명하다.
더욱이 셰일가스(암석에 갇힌 천연가스)의 등장은 천연가스 가격 하락 요인이다. 일부 발전사들은 셰일가스 등 상대적으로 값싼 가스를 들여와 전력생산 비용을 낮추려 한다. 이와 함께 정부가 추진 중인 LNG 발전소에 저렴한 가스를 공급하기 위해서도 도입 채널을 다양화하는 규제 완화가 따라야 한다. 그런데 우리보다 싸게 가스를 도입하고 있는 일본에서도 최근 유럽이나 미국보다 최대 3배나 비싸게 수입해 연간 2조~3조엔(약 23조~35조원)을 허비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일본 학자들은 일본의 LNG 도입가를 15% 낮추면 3년간 국내총생산(GDP)이 1조 7000억엔(약 20조원) 늘어날 것이며 5만명을 추가 고용하는 효과를 거둘 수 있다고 분석한다. 이런 점들을 종합해 볼 때 과연 가스 도입의 규제를 강화하는 게 옳은지 따져 묻지 않을 수 없다.
sonsj@seoul.co.kr
2013-06-01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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