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In&Out] 터키 지방선거와 한국 보궐선거의 비교/알파고 시나씨 아시아엔 편집장

[글로벌 In&Out] 터키 지방선거와 한국 보궐선거의 비교/알파고 시나씨 아시아엔 편집장

입력 2019-04-09 17:28
업데이트 2019-04-10 0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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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파고 시나씨 아시아엔 편집장
알파고 시나씨 아시아엔 편집장
지난주 내가 태어난 터키와 새 조국인 한국에서 각각 선거가 있었다. 터키에서 에르도안 대통령은 이스탄불광역시장직을 엄중히 생각해서 현재 국회의장으로 재직 중인 비날리 이을드름을 후보로 출마시켰다. 그러나 야당에게 패배했다. 더 신기한 것이 선거 막바지, 야당 후보의 승리가 확실시되자 에르도안 대통령이 관리하는 국영매체들은 개표 상황 보도를 중단했다. 특히 친정부 언론들은 “이스탄불 시장 선거에서 여당 후보가 당선되었다”고 보도하기까지 했다. 더군다나 이날 밤 11시께부터 이스탄불광역시 곳곳에 비날리 이을드름의 당선을 알리는 플래카드가 걸렸다. 최고선거위원회는 마침내 이스탄불광역시 선거 결과 제1 야당인 CHP 소속 에크렘 이마목루 후보가 승리했다고 인정했다.

그러나 터키 민주주의는 더 큰 위기를 겪고 있다. 최고선거위원회가 이스탄불에서 야당의 승리를 발표하자, 집권당인 AKP는 “부정선거가 있었다”고 신고하면서 재개표를 요구했기 때문이다. 선거 후 8일 가까이 지났지만 이스탄불 시장에 당선된 야당 후보는 당선증을 받지 못하고 있다.

집권 AKP당의 요구에 따라 최고선거위원회는 재검표에 들어갔으나 결과는 바뀌지 않고 있다. 지난 월요일 기자회견을 연 에르도안 대통령은 최고선거위원회를 통해 했던 항의 말고는 사법부를 통해서도 항의하겠다며, 야당의 승리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 에르도안 대통령의 이스탄불 시장직의 욕심이 현재 터키 사회를 긴장시키고 있다.

반면에 한국은 창원에서 자유한국당과 정의당이 비교적으로 평화적 경쟁을 벌였다. 고작 504표 차이로 한국당이 패배를 했다. 여기서 유의미한 것이 한국당의 패배원인으로 바른미래당이나 대한애국당과 후보 단일화를 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바른미래당은 그렇다고 쳐도, 애국당과 후보 단일화가 이뤄졌더라면 애국당이 득표한 838표가 한국당 후보에게 가 당선할 수 있었다. 여기서 모범적인 장면은 이러한 배경에도 불구하고 한국당이 패배했다는 이유로 애국당 사무실을 공격하지 않았고, 애국당 소속 진순정 후보도 기습당하지 않았다. 터키 지역에서 후보 단일화 실패로 선거에서 패배하면 이러한 현상들이 언제라도 일어나기 때문에 나는 한국 민주주의를 무척 존경했다.

어떻게 보면 터키가 민주주의 뿌리는 더 깊다. 예를 들자면 터키에서 투표로 구성된 첫 국회는 1876년에 열렸고, 정당의 역사도 깊다. CHP는 건국 정당이고, 터키 공화국 선포와 함께 출발했으니, 약 100년에 가까운 정당이다. 반면 한국은 제헌의회가 1948년에 출범했고, 한국당을 김영삼 전 대통령의 민주자유당(민자당) 등에서 뿌리를 찾아도, 현재 정치판에 있는 정당들은 비교적으로 젊다. 즉 이승만의 자유당도, 전두환의 민주정의당(민정당)도 지금은 존재하지 않으니 말이다. 그렇다면 한국의 이러한 민주주의 비결은 어디에 있는 것인가?

물론 여러 가지 분석이 있지만, 이번 터키 선거 현상과 비교를 하다 보니까 한국의 민주적인 윤리의식도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싶다. 한국 정치인과 고위급 관료인들은 패배를 인정하는 편이다. 4·19혁명과 6·10민주화 운동 등의 성난 민심에 떠밀린 것이지만, 이승만이 하야를 한다던지, 전두환이 노태우의 6·29선언을 수용한다던지 하는 것이다. 민주적인 분위기 속에서 정권을 더이상 지속할 수 없을 때 최고 권력자들이 이를 인정한 것 같다.

민주주의는 관련 법이 국회를 통과한다고 되는 것이 아니다. 자식 키우듯이 국민이 훈련해야 민주주의를 성숙시킬 수 있다. 국민에게 민주적 윤리의식이 없다면, 명목상의 민주주의에서 국민의 뜻을 반영할 수가 없다.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인 4월 11일을 앞두고 하고 싶은 말은 한국의 민주주의는 앞으로 많은 나라에 모범이 될 것이라는 거다.
2019-04-10 3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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