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Out] 여전히 갈 길 먼 ‘한국형 순환경제’/홍수열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장

[In&Out] 여전히 갈 길 먼 ‘한국형 순환경제’/홍수열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장

입력 2019-04-07 23:12
업데이트 2019-04-08 0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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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수열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장
홍수열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장
전 세계가 쓰레기 처리로 몸살을 앓고 있다. 중국이 폐기물 수입을 금지하면서 선진국 쓰레기가 갈 곳을 잃고 떠돌고 있다. 저개발 국가에서는 쓰레기가 바다로 흘러가 해양 전체를 ‘플라스틱 수프’로 만든다. 우리나라도 처리시설 부족 등으로 불법 투기된 폐기물을 동남아시아로 몰래 수출하다가 국제적으로 망신을 샀다. 어떤 이들은 기후변화와 더불어 가장 큰 환경 문제로 쓰레기 문제를 꼽는다. 그만큼 쓰레기 문제 해결은 어렵고 힘들다.

지구상에 살고 있는 생물 가운데 순환의 고리를 벗어나 쓰레기를 자연에 내보내는 존재는 인간밖에 없다. 쓰레기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려면 자연생태계 순환의 원리를 따르는 체계를 만들어야 한다. 순환경제는 인간이 사용하는 물질이 쓰레기로 낭비되지 않고 사회·경제체계 내에서 계속 유통되는 것을 말한다. 자원을 버리지 않고 끝없이 유용하게 사용해 천연자원 채굴로 인한 생태계 파괴를 막고 쓰레기로 버려지는 양을 최소화해 유해물질로 인한 환경오염을 막는다. 순환경제는 생산과 유통, 소비의 혁신이 필요하기 때문에 혁신적 사고를 가진 청년들의 새로운 도전 영역이 될 수 있다. 재활용 가능 자원을 수집하고 선별, 가공하는 데 많은 인력이 필요하기 때문에 사회적 약자에게 좋은 일자리를 제공할 수도 있다.

한국형 순환경제는 어떻게 만들 수 있을까. 첫째, 생산과 유통 단계에서 자원의 사용을 최소화한 제품을 생산하고 유통해야 한다. 특히 과도한 플라스틱 포장재의 사용을 줄일 수 있는 제품 설계가 필요하다. 고형 샴푸를 만들어 플라스틱 샴푸통이 필요없게 만든 ‘러쉬’ 화장품 사례나 과일에 직접 레이저로 라벨을 표시해 과일 포장비닐을 없앤 네덜란드 ‘에오스타’ 사례가 대표적이다. 배달음식 활성화로 일회용 플라스틱 용기가 남용되는 현실을 안타까워해 배달음식 용기를 표준화하고 이를 수거·세척해 다시 쓰는 서비스 모델을 개발하려는 청년들도 있다. 이렇게 아이디어가 모여 혁신이 일어나면 조금씩 순환경제로 나아갈 수 있다.

둘째, 재사용 경제가 활성화돼야 한다. 재사용은 순수하게 사람의 힘으로만 할 수 있는 것이기에 가장 많은 일자리를 창출할 영역이기도 하다. 재사용은 단순 수리·수선을 넘어 부품의 교체 등을 통해 원래 수준으로 기능을 회복시키는 것이다. 최근 유럽연합(EU)과 미국에서도 재사용에 대한 관심이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 ‘소비자 수리권’(Right to repair)을 보장받기 위한 시민사회 운동도 활발하게 진행 중이다.

셋째, 버려진 것들은 쓰레기로 폐기하지 말고 이른바 ‘업사이클링’을 통해 고부가가치 자원으로 재활용해야 한다. 같은 용도로 반복적으로 쓸 수 있도록 높은 품질의 재생자원을 만드는 기술 중심 업사이클링이 널리 활성화돼야 한다.

지금 우리 사회의 위기는 잘 극복하면 오히려 새로운 기회가 된다. 오늘의 쓰레기 위기를 순환경제로 가는 디딤돌로 삼는 지혜가 필요하다.
2019-04-08 2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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