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준우의 푸드 오디세이] 맛의 바탕을 깔아 주는 마법, 스톡의 세계/셰프 겸 칼럼니스트

[장준우의 푸드 오디세이] 맛의 바탕을 깔아 주는 마법, 스톡의 세계/셰프 겸 칼럼니스트

입력 2021-11-17 20:36
수정 2021-11-18 0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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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준우 셰프 겸 칼럼니스트
장준우 셰프 겸 칼럼니스트
요리하는 일은 화려해 보이지만 실상은 반대인 경우가 많다. 조리 과정을 100으로 본다면 주문을 받고 음식을 조리해 접시에 담는 일은 10에서 많아야 20에 불과하다. 나머지 80~90은 무엇이냐고 요리사에게 묻는다면 십중팔구 이렇게 대답할 것이다. “프렙(preparation의 약어)과 청소.” 청소의 중요성은 말할 것도 없고, 재료를 손질하고 조리 직전까지 준비하는 과정인 프렙이야말로 가장 기본이자 좋은 요리의 뼈대가 되는 중요한 작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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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톡(육수)은 서양 요리에서 맛의 밑바탕을 깔아 주는 역할을 한다. 졸여서 고기 요리에 걸쭉한 소스(사진)로 곁들이거나 생선 요리의 크림소스에도 들어간다. 야채 스톡은 감칠맛을 불어넣고 뵈프 부르기뇽에서도 맛을 더욱 풍부하게 만든다.
스톡(육수)은 서양 요리에서 맛의 밑바탕을 깔아 주는 역할을 한다. 졸여서 고기 요리에 걸쭉한 소스(사진)로 곁들이거나 생선 요리의 크림소스에도 들어간다. 야채 스톡은 감칠맛을 불어넣고 뵈프 부르기뇽에서도 맛을 더욱 풍부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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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톡(육수)은 서양 요리에서 맛의 밑바탕을 깔아 주는 역할을 한다. 졸여서 고기 요리에 걸쭉한 소스로 곁들이거나 생선 요리의 크림소스(사진)에도 들어간다. 야채 스톡은 감칠맛을 불어넣고 뵈프 부르기뇽에서도 맛을 더욱 풍부하게 만든다.
스톡(육수)은 서양 요리에서 맛의 밑바탕을 깔아 주는 역할을 한다. 졸여서 고기 요리에 걸쭉한 소스로 곁들이거나 생선 요리의 크림소스(사진)에도 들어간다. 야채 스톡은 감칠맛을 불어넣고 뵈프 부르기뇽에서도 맛을 더욱 풍부하게 만든다.
채소를 다듬고, 고기를 자르고, 소스를 만드는 일은 모두 프렙 과정에 있다. 이 중 하나도 하찮은 일이란 없다. 그중에서도 육수인 스톡을 만드는 일은 더없이 특별하다. 서양요리에서 맛의 밑바탕을 깔아 주는 역할을 하는 게 바로 스톡이기 때문이다. 기초공사를 위해 땅을 세심하게 다지듯, 맑고 섬세한 스톡을 잘 만들면 결과물의 질이 달라진다. 식당에서 먹는 음식의 맛과 집에서 만든 음식의 맛이 다른 결정적인 차이가 바로 스톡의 사용 유무다.

스톡은 보통 고기를 물에 넣고 오래 끓여 우려낸 육수라고 생각하면 쉽다. 닭이나 돼지, 소 등이 사용되고 주로 구이용으로 쓰이는 등심이나 안심 등 값비싼 인기 부위가 아닌 저렴한 비선호 부위나 뼈, 연골 같은 부속물을 재료로 쓴다. 여기에 향미를 더하기 위해 양파나 당근, 셀러리, 허브 등을 넣기도 하는데 양파와 당근은 스톡에 은은한 단맛을, 셀러리와 허브는 향을 불어넣어 주는 역할을 한다. 취향이나 목적에 따라 후추, 정향 등 향신료를 첨가하기도 한다.

스톡의 목적은 재료에서 맛과 향을 우려내는 것이다. 주재료와 부재료를 함께 넣고 끓여 고기에서는 육즙과 감칠맛을, 뼈나 연골에서는 젤라틴을 뽑아낸다. 젤라틴 성분은 스톡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액체에 젤라틴이 함유되면 점도가 높아지는데 단순히 흐르는 액체가 되는 게 아니라 입안에 넣었을 때 끈적하게 달라붙는 느낌을 주는 형태가 되기 때문이다. 풍미가 입안을 가득 채우는 작용을 해 한층 대상을 맛있게 느끼도록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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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톡(육수)은 서양 요리에서 맛의 밑바탕을 깔아 주는 역할을 한다. 졸여서 고기 요리에 걸쭉한 소스로 곁들이거나 생선 요리의 크림소스에도 들어간다. 야채 스톡(사진)은 감칠맛을 불어넣고 뵈프 부르기뇽에서도 맛을 더욱 풍부하게 만든다.
스톡(육수)은 서양 요리에서 맛의 밑바탕을 깔아 주는 역할을 한다. 졸여서 고기 요리에 걸쭉한 소스로 곁들이거나 생선 요리의 크림소스에도 들어간다. 야채 스톡(사진)은 감칠맛을 불어넣고 뵈프 부르기뇽에서도 맛을 더욱 풍부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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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톡(육수)은 서양 요리에서 맛의 밑바탕을 깔아 주는 역할을 한다. 졸여서 고기 요리에 걸쭉한 소스로 곁들이거나 생선 요리의 크림소스)에도 들어간다. 야채 스톡은 감칠맛을 불어넣고 뵈프 부르기뇽(사진)에서도 맛을 더욱 풍부하게 만든다.
스톡(육수)은 서양 요리에서 맛의 밑바탕을 깔아 주는 역할을 한다. 졸여서 고기 요리에 걸쭉한 소스로 곁들이거나 생선 요리의 크림소스)에도 들어간다. 야채 스톡은 감칠맛을 불어넣고 뵈프 부르기뇽(사진)에서도 맛을 더욱 풍부하게 만든다.
국물 문화에 익숙한 우리는 육수를 오래 끓일수록 좋다고 믿는 경향이 있는데 꼭 그렇지만은 않다. 육즙이나 젤라틴은 재료에 따라 일정 시간과 온도 이상이 되면 추출이 멈추기 때문이다. 보통 생선은 한 시간 미만, 닭은 두세 시간, 소는 하루 정도 소요된다. 이 시간이 지나면 더이상 맛 성분은 추출되지 않는다. 다만 계속 끓이면 물이 증발하면서 스톡의 농도가 짙어질 뿐이다. 농축된 소스를 만들 것이 아니라면 오래 끓일 필요는 없다.

스톡은 그 자체로 다양한 요리에 사용된다. 가장 먼저 친숙한 파스타를 만들 때도 단순히 면수만 넣는 것보다 상황에 맞는 스톡을 사용하면 파스타의 풍미를 한층 더 업그레이드시킬 수 있다. 스톡에 재료를 넣고 한소끔 끓여 익히면 간단한 국물요리가 완성된다. 흔히 접하는 크림소스도 스톡이 들어가야 훨씬 깊고 풍부한 맛을 내는 소스로 변모한다.

전문적인 레스토랑이 아니더라도 집에서도 손쉽게 스톡을 만들 수 있다. 보통 재료의 1~2배 되는 찬물을 넣고 천천히 가열해 물과 재료를 합한 무게의 절반 정도 될 때까지 끓이면 완성이다. 기다릴 여유가 없다면 압력솥을 이용해 20~30분 안에 육수를 뽑아낼 수도 있다.

한국 사람들은 국물이 뽀얗고 걸쭉할수록 맛과 영양이 풍부해진다고 여기지만 서양에서는 맑고 투명한 스톡을 제일로 친다. 여기서 비극이 발생하는데 육수를 맑게 하는 게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고기를 넣고 끓이면 회색의 칙칙한 단백질 입자들이 둥둥 떠다니게 되는데 이걸 제거해야 맑고 투명한 스톡이 완성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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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마트에 진열돼 있는 돼지고기 스톡. 프랑스에선 스톡을 ‘부용’이라고 한다.
프랑스 마트에 진열돼 있는 돼지고기 스톡. 프랑스에선 스톡을 ‘부용’이라고 한다.
고전 요리사들은 다양한 방식으로 스톡을 투명하게 하는 데 집착했다. 스톡이 끓는 불 옆에서 뚫어져라 살펴보며 부유물을 일일이 건져 내기도 하고, 재료를 한 번 데쳐서 단백질이 덜 응고되게 하는 방법도 있었다. 달걀 흰자를 스톡에 풀어 단백질 응고 과정에서 부유물과 결합한 흰자를 걷어냄으로써 부유물을 제거하는 방식도 사용됐다.

이렇게 맑은 스톡을 이용해 만드는 수프가 바로 ‘콩소메’다. 여러 번 입자를 거르고 새로 고기와 채소를 넣어 맛을 계속해서 더해 주는 게 묘미다. 고기로 만든 스톡을 원래 부피의 10분의1로 줄이면 ‘글라스 드 비앙’, 줄여서 고기 글라스가 되는데 스톡과 글라스의 중간 상태를 ‘데미글라스’라고 한다. 고기 요리의 풍미를 폭발적으로 증진시키는 소스다. 콩소메 수프와 고기 글라스는 만드는 데 손이 많이 가지만 그만큼 최고의 맛을 추구하는 프랑스 요리의 진면모를 보여 주는 아이콘이기도 하다.
2021-11-18 2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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