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원석 딸기책방 대표](https://img.seoul.co.kr/img/upload/2022/01/26/SSI_20220126202154_O2.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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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원석 딸기책방 대표
괜한 집안싸움에 끼어드는 것도 난처한 일이라 한 걸음 물러나 갈등이 해결되기를 바라지만, 나는 내심 어린이가 고른 책을 지지하는 편이다. 물론 아이를 위해 책 고르기를 도와주려는 것이 어른의 마음이지만, 어른은 사실 아이의 마음을 잘 모른다. 우리는 모두 그 시절을 지나서 왔지만 그 시간을 망각하는 만큼 성장했으므로.
“그 책은 지금 읽었으니까 다른 책 골라서 사.” 어른은 새로운 책을 고르라 하지만 아이는 방금 읽은 책을 집에 데려가겠다고 고집을 피운다. 어른은 이미 알고 있는 내용의 책을 굳이 살 필요 없다고 믿지만 아이는 좋아하는 책을 반복적으로 읽는 것이 더 즐겁다. 줄거리를 파악하면 책 한 권을 다 보았다고 생각하는 어른과 달리 아이는 책장을 열 때마다 새로운 그림을 발견하고 새로운 이야기, 새로운 세계를 만난다. 수백 번은 들어 외울 정도였던 옛이야기를 날마다 반복해서 들려 달라고 어머니에게 졸라 댔던 기억을 떠올려 보자. 나이가 어린 아이일수록 반복을 통해 책을 즐기고 세상을 배운다.
“그 책보다 이 책이 좋겠다.” 어린이가 한참 고민 끝에 고른 책을 한쪽으로 치우며 어른이 고른 책을 권하는 경우도 있다. 어른이 아이보다 좋은 책을 고를 가능성이 높다. 또한 내 아이에게 내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관이 담긴 책을 선물하는 것은 당연하고 고상한 일이다. 다만 아이와 함께 책방에 왔다면 아이의 선택을 우선하는 것이 좋겠다. 아이가 여러 권의 책을 살펴 그중 한 권을 골라 사는 것, 그리고 그 책을 집에 가져가 짬짬이 다시 펼쳐 보며 즐기는 것, 이 과정 전체가 온전히 ‘내 책’을 소유하고 행복한 독서를 체험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 지금 그 아이에게 자기가 고른 것만큼 좋은 책은 없다.
어떤 책은 어린이가 읽기에 부족해 보이기도 하고, 어떤 책은 어린이가 보기에 부적절할 수도 있다. 하지만 책방지기들은 어린이들이 보기에 좋은 책들로만 서가를 채우기 위해 늘 노력한다. ‘어린이도서연구회’나 ‘행복한 아침독서’처럼 공신력 있는 어린이 독서 단체의 추천 리스트를 참고해 자기 지역의 어린 독자들과 만날 책들을 준비하고 있으니 아이들이 더 자유롭게 스스로 책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해 주는 것이 좋겠다.
아이와 함께 책방을 찾을 때 아이의 인생에서 가장 멋진 책 한 권을 골라 주기 위해 애쓸 필요는 없을 것 같다. 모처럼 찾은 책방에서 어른과 어린이 모두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면 좋겠다. 다음에도 아이가 웃는 얼굴로 책방 문을 연다면 성공.
2022-05-12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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