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 오노레 프라고나르, ‘그네’, 1767년경
※(81×64.2㎝, 월러스 컬렉션, 영국 런던)
※(81×64.2㎝, 월러스 컬렉션, 영국 런던)
볼이 발그레한 젊은 여성이 그네를 타고 있다. 겹겹이 레이스가 달린 분홍색 드레스가 한 송이 꽃처럼 보인다. 왼쪽 아래 장미 덤불에서는 한 청년이 깜짝 놀란 얼굴로 여성의 치마 속을 바라보고 있다. 조그마한 발에서 벗겨져 날아오르는 슬리퍼는 왼쪽 큐피드상으로 시선을 인도한다. 큐피드는 손가락을 입에 대고 조용히 하라는 신호를 하고 있다. 누구에게? 큐피드의 시선을 따라가면 개가 있다. 막 짖으려는 개 뒤쪽 그늘에는 여자의 남편이 그넷줄을 잡고 있다. 남작은 이 남자를 주교로 해 달라고 주문했으나 화가는 비교적 온건하게(!) 늙은 남편으로 설정했다. 그는 앞쪽에 있는 젊은이를 미처 보지 못한 상태다.
로코코는 18세기 후반 프랑스 귀족들이 애호한 예술 사조다. 로코코 회화는 도덕에 신경 쓰지 않는다. 남녀 사이에는 유혹적인 몸짓이 오가고 화면은 에로틱한 상징으로 가득하다. 분홍, 하늘색, 민트그린 같은 파스텔색이 화사하게 소용돌이치고 땀 흘려 일한 적 없는 귀족들은 젊음의 유희와 쾌락을 예찬할 뿐이다.
이 작은 그림은 아주 가까이서 보아야 한다. 남작은 이것을 내실에 걸어 놓고 친한 사람에게만 보여 주었을 것이다.
이 그림은 돈과 권력, 섹스가 지배하는 공간을 묘사한다. 늙은 남편은 돈과 권력으로 젊은 여인을 사고 여성은 젊음과 미모로 남자들을 지배한다. 젊은 아내는 늙은 남편에게 벗어나고 싶어 하지만, 그의 돈과 권력은 그넷줄이라는 형태로 그녀를 묶어 놓고 있다.
19세기 중산층은 이 그림을 경박하고 비도덕적이라는 이유로 회화사에서 추방했으나 이 그림은 오늘날 다양한 패러디로, 패션에 영감을 주는 작품으로 되돌아왔다. 오늘날의 세계는 그것을 어떻게 얻었는지는 캐묻지 않고 돈과 권력, 미모를 무조건 찬양한다는 점에서 18세기 귀족 사회와 닮아 있다. 세상 모르고 권력과 쾌락으로 내달리던 귀족 사회는 프랑스대혁명의 단두대에서 끝났다. 지금의 이 세계는 어디로 가는 것일까?
2022-06-15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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