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정혜의 어쩌다 법정] 어쩌다 소송/법무법인 혜명 변호사

[손정혜의 어쩌다 법정] 어쩌다 소송/법무법인 혜명 변호사

입력 2022-01-09 20:16
수정 2022-01-10 0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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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정혜 법무법인 혜명 변호사
손정혜 법무법인 혜명 변호사
양육비를 못 받아 온 가정을 국가가 방치하고 실효적 제재 수단을 마련하지 않은 입법부작위는 위헌이라 주장한 헌법소원 재판이 구체적 입법 의무가 없음을 이유로 각하 결정이 난 소식이 지난해 세밑 전해졌습니다. 어쩌다 홀로 아이를 키워 오신 부모님들이 헌법재판소까지 가야 했을까요.

부모 자식 간은 천륜이라고 합니다. 실상은 양육비를 달라고 독촉하는 이혼한 전 배우자를 악성 채권자로 바라보거나, 내 돈을 왜 이혼해서, 정 떨어진 네게 주겠냐고 꽁꽁 숨어버리는 사람들이 간혹 있어요. 네가 키운다고 했으니 알아서 하라고.

네, 그렇게 양육비에는 인색하게 굽니다. 한번 주기 시작하면 계속 줘야 하는데, 그래서 아예 안 준다는 거예요. 줄 돈이 없다는 거예요. 나도 피해자다, 나도 새로운 가족이 생겼다고 변명하는 사람까지 있어요. 양육비 주기 어려우니 아이를 아예 보러 오지 않기도 합니다.

아이는 언젠가 나를 만나러 오겠지 기다리기도 하고, 언젠가 오면 뭐라고 할지 고민도 하고 원망도 해요. 그 엄마, 아빠는 이혼한 배우자에게 채무 독촉당하기 싫어 도망다니는 사례도 있는데. 아이는 내가 왜 사랑받지 못하나, 나를 버렸나 혼자 끙끙 앓으면서 자책하는 경우도 보여요.

한 사례에서는 전남편이 전화번호도 바꾸고 15년 이상을 연락 없이 잠적하고 살았어요. 글쎄 같은 동네에서 새 가정을 꾸리고 살아가다가 성인이 된 자녀와 마주친 거예요. 아들이 아르바이트를 구하러 갔는데 사장이 아버지인 거죠. 그 엄마는 오랜 기간 혼자 키우다가 전남편이 사업 망했다더니 정말 힘들어서 양육비 못 주나 포기하고 살았는데. 재혼 가정의 자녀는 버젓하게 지원받고 교육을 받았던 사실까지 알면요, 정말 배신감 느끼죠.

그래서 밀린 양육비 청구를 했어요. 성년이 된 자식의 지난 양육비를 어떻게 청구할 수 있냐고요? 과거 양육비 채권도 소멸시효가 있는데, 협의이혼 과정에서 협의가 있거나 재판상 이혼에서 양육비 결정이 있다면 그로부터 10년간, 협의나 재판이 없었다면 10년이 지나도 청구할 수 있어요. 그래서 어렵게 판결을 받았는데, 그래도 양육비 안 주는 부모는 어찌 해야 할까요.

위의 소송에서 헌법재판소는 양육비이행법 개정으로 양육비 미지급 부모에 관한 신상공개제도, 출국금지, 감치명령을 받고도 1년 이내에 주지 않으면 형사처벌하는 제도가 시행됐으니 국가가 어느 정도 입법의무를 이행했고, 예전보다 더 엄격한 제재를 할 수 있다고 보았어요.

다 떠나, 그분들을 위해 이렇게 말해 주고 싶어요. 전처, 전남편을 위해 주라는 거 아니에요. 당신을 위해서예요. 다 큰 자식이 찾아왔을 때, 그래도 부모로서 어른으로서 최소한의 의무는 했다고 낯을 들 수 있어야 하잖아요. 당신을 위해, 당신의 천륜을 위해서요. ‘어쩌다 양육비 소송’ 하지 않게요.
2022-01-10 2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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