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과 詩가 있는 아침] 난 결심했어/메리 올리버

[그림과 詩가 있는 아침] 난 결심했어/메리 올리버

입력 2022-06-02 20:32
수정 2022-06-03 0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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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결심했어/메리 올리버

난 산속에 집을 마련하기로 결심했어
추위와 정적 속에서 편하게 사는
법을 배울 수 있는 저 높은 곳에
그런 장소에서는 계시를 발견할 수
도 있다고 하지 정신이 추구하는 걸,
정확히 이해하진 못한다고 하더라도
결국 느끼게 될 수도 있는 곳 물론
천천히, 난 휴가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게 아냐

물론 그와 동시에 지금 내가 있는
곳에 머물 작정이야

내가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알겠어?

결심은 초여름 석양 무렵 불어오는 남풍 같은 것일 수도 있습니다. 작으면서도 소중하고 사랑스러운 꿈을 현실에 옮기는 거죠. 너무 큰 꿈은 태풍을 피하기 위해 요트를 혼자 선창에 올려놓는 일과 같죠. 그러니 결심은 작고 부드러운 일부터 하세요. 작은 결심들이 모이고 모여 언젠가 큰 결심의 순간을 만날 수 있지 않겠는지요. 산 높은 곳, 계시를 발견할 수도 있는 곳으로 잠시 떠나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지금 내가 있는 곳에 계속 머무를 거라는 사실이죠. 지금 내가 머무는 곳, 그래요, 모든 삶의 시작은 바로 이곳이지요. 누추하고 영혼의 핍박이 있는 곳. 그곳에서 생의 새로운 계시는 시작될 것입니다.

곽재구 시인
2022-06-03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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