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일 끝나고
얼음 얼기 전 이맘때
댕댕이넝쿨 바구니와 얼기미 들고
마른 억새 된서리 헤치며
논둑 따라 둠벙에 가면
방개가 저쪽 끝으로 도망가고
송사리 떼가 새까맣게 물을 튀기는데
가장자리 슬쩍 훑으면
톡톡 튀는 새뱅이 한 웅큼 올라온다
통통하게 살이 오른
송사리와 새뱅이 한 사발 내기
그리고 쌀방개 몇 마리
금세 바구니 가득 챙겨
젖은 발 시린 줄도 모르고
엄마한테 뛰어간다
열한 살 꽁꽁 언 발
아궁이 앞에서 녹이고 있으면
이듬해 먼 곳으로 가버린 엄마는
빨간 새뱅이찌개를 만든다
새뱅이찌개 새뱅이찌개. 혼자 중얼거리는데 기분이 좋아지네요. 음식 이름을 듣고 시가 좋아지기는 백석의 시 ‘국수’ 이후 처음입니다. ‘국수’를 읽고 있으면 내가 조선 사람이라는 의연한 자부심이 들지요. 새뱅이는 민물새우입니다. 어린 시절 고무신으로 새뱅이를 잡고 놀았지요. 새뱅이는 작고 귀엽고 살빛이 사랑스럽습니다. 새뱅이를 생각하니 나도 엄마 생각이 납니다. 새뱅이는 이 땅의 산하에 이 땅의 어머니들이 풀어놓은 하고많은 그리운 우리들의 얼굴인지도 모릅니다.
2022-05-06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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