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에서 대입 면접 전형을 치르는데
창가에는 사슬에 묶인 두 마리 원숭이가 묶여 있다
창 너머로 하늘이 날아다니고
바다는 멱을 감는다
나는 인류의 역사에 관해 구두시험을 보는 중
말을 더듬으며 한창 죽을 쑤고 있다
원숭이 한 마리가 나를 뚫어져라 바라보며
빈정거리듯 듣고 있고
또 한 마리는 꾸벅꾸벅 졸고 있는 듯
내가 질문을 받고 말이 막히면
원숭이 한 마리가 가만히 사슬을 흔들어
살짝 귀띔해 준다
심보르스카의 이 시 따스하다. 훗날 노벨문학상의 주인공이 될 시인은 대학 입시 구두시험에서 말을 더듬으며 죽을 쑨다. 사슬에 묶인 원숭이가 그 모습을 바라보며 귀띔해 준다. 뭐라 얘기했을까. 당신이 사랑할 세상과 아무 관련이 없어요. 그러니 당신이 쓰고 싶은 시를 얘기하세요. 암기한 지식을 묻는 모든 시험은 초라하다. 인간의 꿈과 거리가 멀다.
대학 시절, 오월 항쟁이 있었고 강의는 제대로 열리지 않았다. 기말시험 답안지에 그 무렵 내가 쓴 시 몇 편을 정성스레 적었다. 수강신청 과목 모두 다른 시들을 적었음은 물론이다. 다 함께 아팠던 그 시절, 엉뚱한 선생들은 내 답안지에 A를 주었다. 인간의 꿈이 살아 있던 아름다운 시절이었다.
곽재구 시인
2022-03-25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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