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민수의 고대 이집트 기행] 피라미드가 왜소해진 까닭/한국 이집트학 연구소장

[곽민수의 고대 이집트 기행] 피라미드가 왜소해진 까닭/한국 이집트학 연구소장

입력 2022-08-15 20:06
수정 2022-08-16 0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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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민수 한국 이집트학 연구소장
곽민수 한국 이집트학 연구소장
솁세스카프의 뒤를 이어 왕위에 오른 우세르카프는 자신의 무덤을 다시 피라미드로 짓기 시작했다. 사후라의 시대부터는 파라오의 이름에도 다시 태양신의 이름 ‘라’가 포함됐다. 태양 신앙의 영향력을 견제하고자 했던 솁세스카프의 노력은 이렇게 결국 실패로 끝났다.

그런데 솁세스카프 이후에 지어진 피라미드들은 이전 시대의 피라미드들보다 규모가 눈에 띄게 작아진다. 기자에 지어진 4왕조 시대의 피라미드들은 그 높이가 각각 146미터, 143미터, 65미터에 이르는 데 반해 5왕조 시대의 피라미드들은 겨우 50미터가량의 높이로 지어졌다. 이 피라미드들은 공학적 완성도도 상당히 떨어져 여전히 보존 상태가 매우 좋은 기자의 피라미드들과는 달리 돌무지 형태로 남겨져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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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왕조의 파라오인 사후라의 피라미드. 오른쪽으로 저 멀리 기자의 4왕조 시대 피라미드들이 보인다.
5왕조의 파라오인 사후라의 피라미드. 오른쪽으로 저 멀리 기자의 4왕조 시대 피라미드들이 보인다.
이와 같이 피라미드의 규모가 작아지고 완성도도 급격히 쇠락한 이유로는 먼저 경제적인 불황을 생각해 볼 수 있다. 실제로 5·6왕조 시대에는 나일강의 범람이 예전보다 작은 규모로 일어나게 돼 이집트 전체의 농업 생산력이 줄어들었다. 이것은 결국 고왕국이 몰락하는 배경이 됐다.

그러나 경제적인 이유만으로 피라미드의 쇠락을 설명하는 것은 충분하지 않다. 경제적 상황 변화와 더불어 이집트의 주요한 의사 결정권자들의 가치관도 상당히 달라졌던 것으로 보인다.

태양 숭배가 극에 달하면서 태양신만을 위한 특별한 시설이 필요해졌던 것이다. 그 시설은 바로 태양 신전이다. 태양 신전은 거대한 규모로 지어졌는데, 그러다 보니 파라오들은 피라미드 건설에 공을 덜 들일 수밖에 없었다. 과거에는 국가적 역량을 모두 다 피라미드를 짓는 데 투입할 수 있었지만, 이제는 태양 신전도 지어야 했기 때문에 피라미드의 규모와 완성도가 조정돼야 했다.

사카라와 기자 사이에 위치한 아부고라브(Abu Gorab)에 지어진 5왕조 시대의 태양 신전들은 작년 11월 폴란드 팀이 새롭게 발굴한 것을 포함해 현재까지 총 6개가 확인되고 있다.
2022-08-16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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