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칼럼] 안보리의 공전, 北 겨냥 ‘소다자 그물망’ 필요하다/이경주 워싱턴 특파원

[특파원 칼럼] 안보리의 공전, 北 겨냥 ‘소다자 그물망’ 필요하다/이경주 워싱턴 특파원

이경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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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22-11-29 20:32
수정 2022-11-30 0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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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주 워싱턴 특파원
이경주 워싱턴 특파원
북한의 도발과 관련해 올해 들어 10번째로 지난주에 열렸던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중국과 러시아의 반대로 성과 없이 끝났다. 중러의 비호 아래 북한은 올해만 63발의 미사일을 쐈다. ‘북한의 비핵화’가 불가능한 목표가 됐다는 자조 섞인 평가도 나온다.

유엔 안보리 무용론도 적지 않다. 다만 유엔은 국제법적 정당성을 지닌 ‘외교무대’다. 크고 작은 그룹들이 이해관계를 주장하고 해법을 도출하는 곳이니 성과가 클 때도 있지만, 거부권을 지닌 강대국 간에 대치가 벌어지면 공전한다.

미국은 유엔의 이런 한계를 극복하려 ‘소다자체제’(minilateral)를 활용해 왔다. 중국에 대응해 쿼드(미국·일본·호주·인도), 오커스(미국·호주·영국), 파이브아이스(미국·영국·캐나다·호주·뉴질랜드) 등 안보 그물망을 가동하는 게 대표적이다.

반면 북 도발에 대한 핵심 대응축은 사실상 한미일 공조뿐인 듯하다. 최근 주요 7개국(G7)이나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에서 대북 규탄 성명이 나오지만, 북한을 겨냥한 다자체제로 보기엔 무리가 있다.

물론 미국은 중국을 ‘가장 결정적인 지정학적 도전 국가’로 보는 반면 북한은 ‘핵·미사일 불법 개발을 지속하는 소규모 독재국가’ 정도로 평가한다. 하지만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사정거리가 미국 본토를 위협하는 상황에서 북한의 도발은 더이상 동북아의 문제가 아니라 인도태평양(인태)의 문제다. 실제 상대적으로 대북 문제에 대해 목소리가 크지 않던 저신다 아던 뉴질랜드 총리는 이달 중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회담에서 시간 대부분을 북한의 ICBM 시험발사 문제에 할애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이런 관점에서 이달 중순 태국 방콕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에서 카멀라 해리스 미 부통령의 요청으로 한덕수 국무총리,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 아던 뉴질랜드 총리,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 등이 회동한 것은 눈여겨볼 만하다.

북한의 ICBM 발사를 즉각 규탄한 6개국에 대해 미측은 사전 계획은 없었다는 분위기다. 현장에서 갑자기 참석 대상을 정했기에 미국이 평소 꼽았던 인태 지역의 핵심 안보 파트너 명단을 드러낸 것으로 보인다. 이 구도는 미국이 지난달 국가방위전략(NDS)에서 ‘통합억제’의 틀로 강조한 한국·미국·일본·호주 간 ‘4각 협력’도 포함한다.

물론 이들 6개국이 일회성 만남에 그칠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쿼드도 처음에는 2004년 인도네시아 쓰나미 사태를 지원하기 위해 구성됐다. 구성원의 노력에 따라 소다자체제의 성격은 언제라도 달라질 수 있다.

또 나토와 협력하는 아시아태평양파트너국(AP4)인 한국, 일본, 호주, 뉴질랜드 간 협력 관계도 향후 ‘대북 소다자체제’로 발전할 가능성이 있다. 이달 중순 조태용 주미대사 등 AP4 대사 4명은 국제전략문제연구소(IISS) 미국사무소가 워싱턴DC에서 개최한 토론회에서 대북 문제와 관련해 처음으로 머리를 맞댔다.

대북 소다자체제 구축은 윤석열 정부의 독자적인 인태 전략 구상에도 의미가 적지 않다. 애초에 일본이 적극 추진한 인태 전략이 중국 견제를 타깃으로 했다면 한국의 인태 전략은 보다 북한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중러가 북한의 도발을 비호하고 북한이 핵무기 고도화에 매진하는 상황은 향후 언제라도 반복될 수 있다. 우리 정부는 대북 소다자체제의 다층구조 구축에 힘쓰길 바란다.
2022-11-30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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