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홍 사회부 기자
소문의 근거는 미국 국립보건원 홈페이지에 다국적 제약사인 얀센이 개발 중인 당뇨치료제 ‘JNJ-6466511’의 임상시험 환자 모집이 일시적으로 유예됐다는 내용이었습니다. 해당 당뇨 치료제는 지난해 11월 한미약품이 약 1조원 규모로 수출한 신약 관련 기술입니다. 한미약품은 이 같은 내용이 기사로 나오자 입장 자료를 내고 “임상 중 자주 발생하는 일시적 조치이고, 임상이 재개될 수 있다는 뜻”이라고 해명했습니다. 그럼에도 한미약품의 주가는 7일 하루 동안에만 3만 7500원(10.7%)이 떨어졌습니다. 이미 지난 9월 한 차례 늑장 공시 논란을 불러왔던 한미약품에 대한 시장의 불신이 그만큼 커졌다는 뜻입니다.
한미약품은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해 다음날인 8일 얀센이 “한미약품과 얀센의 파트너십은 여전히 굳건하며, 조속한 임상 진행을 희망한다”는 입장을 전달해 왔다면서 조속한 임상 진행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8일에도 주가는 전날보다 더 떨어졌습니다. 한미약품의 늑장 대응으로 결국 아무것도 모르는 개인 투자자들은 앉아서 떨어지는 주가를 바라봐야 하는 처지가 됐습니다.
한미약품은 억울하다는 입장입니다. 임상시험 중단은 제약 업계에서 흔히 있는 자연스러운 일인데 과도한 우려라는 것입니다. 하지만 이번 사건이 투자자들이 업계의 특성을 몰랐기 때문으로만 치부할 수 있을까요? 한미약품은 지난해 8조원대 기술수출 실적을 앞세워 6배가 넘는 주가 상승을 기록했습니다. 신약 개발 분야에서 국내 제약업체 선두주자로 올라선 만큼 그에 따른 책임감도 가져야 한다는 말입니다. 지난 9월 늑장 공시 논란이 채 수습되기도 전에 같은 일이 반복됐다는 건 한미약품이 이런 사태에 대한 심각성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는 뜻입니다. 사태가 벌어진 뒤에 “업계가 원래 이렇다”고 변명하기 전에 임상시험 중단 내용을 미리 투자자들에게 알리고 “자연스러운 일이니 걱정하실 필요 없습니다”라는 설명만 했다면 이 같은 혼란은 충분히 막을 수 있었을 것입니다.
박재홍 기자 maeno@seoul.co.kr
2016-12-09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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