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기업지배구조 현황’ 발표
대주주의 전횡을 감시해야 할 사외이사와 기관투자자들이 반대 목소리를 좀처럼 내지 않고 있다. 총수일가는 이른바 ‘알짜 계열사’의 이사직만 골라서 맡는 경향이 강한 것으로 나타났다.분석 결과에 따르면 26개 대기업집단의 169개 상장회사에서 이사회 내 사외이사 비중은 50.6%로 지난해보다 0.4% 포인트 상승했다. 사외이사 비중은 지난해 처음 50%를 넘어서는 등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대우건설(66.7%), 두산(65.9%), 금호아시아나(60.9%) 등은 사외이사 비중이 60%를 넘었다. 반면 오씨아이(36.0%), 효성(38.2%) 등은 낮았다.
하지만 사외이사들은 목소리를 제대로 내지 않았다. 지난해 4월 1일부터 1년 동안 이들 집단의 이사회 안건 4361건 중 사외이사 반대로 원안대로 통과되지 않은 안건은 전체의 0.39%인 17건에 불과했다.
국내 기관투자자도 주주총회에서 반대 의견을 거의 내지 않았다. 국내 기관투자자는 162개 대기업집단 상장사 주주총회(안건 1048건)에 참여해 의결권을 행사했는데 찬성 비중이 94.2%에 달했다. 총 1030건의 의결에 참여한 해외 기관투자자들의 찬성 비중이 89.1%인 것과 비교하면 ‘예스맨’에 더 가깝다.
또 총수일가는 핵심 계열사나 일감몰아주기 대상 회사를 중심으로 이사직을 맡고 있다. 사익편취 규제 대상 회사에서 총수일가가 이사로 등재된 회사의 비율은 49.0%로 비규제 대상 회사에서의 이사 등재 비율(13.7%)은 물론 전체 평균(17.3%)보다 훨씬 높았다. 주력회사에서 총수일가가 이사로 등재된 회사의 비율도 45.1%로 기타 회사(2조원 미만 상장사, 비상장사)에서의 이사 등재 비율(14.7%)을 크게 웃돌았다.
소수주주 권한 강화를 위한 제도 도입은 늘어났지만 실효성은 떨어지고 있다. 집중·서면·전자 투표제 중 하나라도 도입한 상장사는 전체의 30.2%로 2011년 15.1% 이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그러나 집중투표제는 의결권 행사 사례는 단 한 건도 없었다.
공정위 관계자는 “국내 기관투자자 찬성 비율이 높다는 점에 체계적인 분석이 필요해 보인다”면서 “발행주식 총수 3% 이상인 상법상 집중투표제 청구 요건을 소수주주가 충족하기 쉽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세종 오달란 기자 dallan@seoul.co.kr
2017-12-28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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