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예산정책처 보고서
세금 내는 근로자에 부담 집중“특단 조치 있어야 면세자 줄어”
국민의당도 공제한도 제한 추진
국회예산정책처는 3일 ‘경제동향&이슈’에 게재된 보고서 ‘근로소득세 면세자 증가 배경과 개선 방안’에서 “면세자 비율 증가는 과세 기반을 잠식하고 소득세 부담자에게 더 많은 세 부담을 집중시킨다는 측면에서 적극적으로 시정해야 할 문제”라면서 “산출세액의 5%를 최소한의 소득세액으로 부과하는 경우 총급여 1500만원 이하의 근로자 26만명도 1인당 평균 약 5000원의 소득세를 낼 수 있다”고 밝혔다. 예정처는 이러한 적극적인 대책을 실시하지 않는다면 면세자 비율이 자연스럽게 2013년 수준으로 되돌아가기 위해서는 무려 8년 이상이 걸릴 것이라고 예측했다. 명목임금 상승으로 면세자 비율이 연간 2% 포인트씩 감소하는 것을 고려한 것이다.
국세청에 따르면 근로소득세 면세자 비율은 2005년 48.9%에서 2013년 32.4%까지 점차 줄어들었다가 2014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의 3배인 48.1%로 크게 늘었다. ‘연말정산 파동’에 따른 땜질식 보완 대책 때문이었다. 주요 선진국의 면세자 비율을 보면 일본은 15.4%, 독일 16.4%, 미국은 35.8% 등이다.
소득 구간별로 봤을 때 2014년 기준 저소득 근로자에 해당하는 연간 총급여 1000만원 이하는 100%, 1000만~1500만원은 87.0%, 1500만~2000만원은 40.6%가 면세자인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에 5000만~6000만원의 6.1%, 6000만~8000만원의 1.2%도 근로소득세액공제, 자녀세액공제, 특별세액공제 등의 혜택으로 소득세를 내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예정처는 이처럼 면세자가 크게 늘었음에도 불구하고 2014년 근로소득세수가 전년보다 15.6%(25조 4000억원) 증가한 것은 세금을 내는 근로자에게 더 많은 세부담이 돌아갔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모든 국민이 세금을 부담해야 한다는 ‘국민 개세주의’ 원칙에 맞지 않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정부도 이러한 문제를 인식하고 있지만 구체적인 대책은 내년 말이나 2018년에나 나올 것으로 보인다.
기획재정부는 지난달 국회에 제출한 2016년 중장기 조세정책운용계획에서 “소득세 면세자의 점진적 축소를 위해 ‘소득 수준에 따른 적정 세부담’ 구조로 전환하겠다”고 했지만 올해는 심층평가, 내년에는 공청회만을 열기로 했다. 국민들이 ‘증세’로 받아들일 수 있다는 부담 탓에 대선 이후로 미뤄 둔 셈이다.
법인세 인상 여부를 두고 신경전을 벌이고 있는 새누리당과 더불어민주당은 면세자 축소에 대해서는 뜨뜻미지근한 모습이다.
반면 국민의당은 연소득 2500만원 이상의 근로자에게 특별세액공제 한도를 부여하는 법안을 추진하고 있다. 공제 한도를 90%로 설정해 아무리 공제를 받아도 부과 세액의 10%는 세금으로 내게 하는 방식이다. 국민의당은 이를 통해 면세자 비율이 5.3% 포인트 정도 줄어든 42.8% 수준으로 떨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박완규 중앙대 경제학과 교수는 “근로자의 절반 가까운 인원이 근로소득세를 1원도 내지 않는다는 것은 ‘넓은 세원, 낮은 세율’이라는 기본 원칙에 위배된다”면서 “가난한 사람도 복지 재원인 세금을 조금이라도 부담해야 한다는 원칙 아래 세금은 ‘내고, 안 내고’의 문제가 아니라 ‘많이 내고, 적게 내고’의 시각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세종 장형우 기자 zangzak@seoul.co.kr
2016-10-04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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