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아와 수육 먹고 ㅅㄷㄹ에서 춤 출래요”
은어·‘앱’ 진동 횟수로 거래… 구입처 불법 보조금 천차만별페이백 피해, 시행 후 급증… “체감하는 개정안 도입해야”
‘현아랑 수육 먹고 ㅅㄷㄹ서 춤출래요.’ 이를 해석하자면 ‘삼성전자 갤럭시S6(수육)를 현금완납(현아) 조건으로 신도림(ㅅㄷㄹ)에서 판매합니다’라는 의미가 된다.
‘빠삭’과 ‘뽐뿌’ 등 휴대전화 온라인 가격정보 공유 커뮤니티에는 단속을 피해 은어를 사용한 글들이 넘쳐나고 있다. 초성을 따서 만든 은어가 많은데 페이백(현금 돌려받기)의 경우 ‘표인봉’으로, 현금완납은 ‘현아’로 쓰인다. 휴대전화 이름도 은어로 통용된다. 애플 아이폰은 ‘사과’로 갤럭시7엣지는 ‘갤럭키 모서리’ 등으로 불린다.
처음에는 몇몇 사람이 만들어 낸 암호였지만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 시행 2년이 지난 지금 업계 은어로 굳어졌다. 이렇게 커뮤니티를 통해 알게 된 ‘좌표’(유통점)에서 구입하면 공시지원금보다 20만~30만원 정도 싸게 살 수 있다. 동일 단말기 구입자라도 어디에서 구입하느냐에 따라 보조금이 천차만별인 셈이다.
‘이용자 차별을 없애겠다’는 목적으로 만들어진 단통법이 지난 1일로 시행 2년을 맞았지만 불법 보조금 경쟁은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오히려 더욱 음성화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폰파라치’(이동전화 불공정행위 신고포상제)를 피해 보조금 규모를 휴대전화 진동으로 알리거나 이어폰으로 녹음된 음성을 들려 주기도 한다.일부는 ‘떴다방’ 형식으로 일정 기간만 오피스텔에서 휴대전화를 판매하다 보니 소비자 피해도 우려되는 상황이다.
음성적으로 거래가 이뤄지다 보니 소비자 피해도 늘고 있다. 2013년 3월부터 2016년 3월까지 3년간 미래창조과학부·방송통신위원회 누리집과 국민신문고에 페이백 관련 민원은 총 93건이 접수됐다. 단통법 이전인 2014년 9월까지 접수된 민원은 9건에 그쳤지만 단통법 시행 이후인 2014년 10월부터 2016년 3월까지 접수된 민원은 무려 9배가 많은 84건이었다. 이 중 32건이 ‘페이백 약정 미이행’이었다.
김성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최근 녹색소비자연대와 함께 단통법 소비자인식조사를 실시한 결과 이용자 차별 해소에 대한 질문에 ‘도움이 되지 않았다’는 응답이 63.2%였다. ‘도움이 됐다’는 대답은 17.2%에 그쳤다. 단통법 시행 이후 가계통신비의 요금 변화를 묻는 질문에는 48.2%가 “변화가 없다”고 답했다. 심지어 가계통신비가 이전보다 증가했다는 응답도 30.9%나 됐다. 이전보다 줄었다는 응답은 11.0%에 불과했다.
이주홍 녹색소비자연대 국장은 “단통법 시행 이후 과거보다 이용자 차별이 더 심해졌다”며 “개정안이 도입되지 않는다면 내년엔 법 자체를 일몰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윤수경 기자 yoon@seoul.co.kr
2016-10-03 14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