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경제 블로그] 민원처리 전문직은 OB몫? 이제서야 오해 턴 금감원

[단독][경제 블로그] 민원처리 전문직은 OB몫? 이제서야 오해 턴 금감원

이유미 기자
입력 2016-08-10 22:46
수정 2016-08-11 0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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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쟁률 10대1… 불신 깊었지만 올 78명 중 금감원 출신은 3명뿐

금융감독원이 ‘제 식구만 챙긴다’는 세간의 오해를 간신히 털어버렸습니다. 금감원이 원성의 대상이 됐던 이유는 민원처리 전문직원 채용 때문이었습니다.

금감원은 올해부터 금융권 퇴직자로 이뤄진 민원처리 전문직원 제도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금융 민원에 대한 안내·상담이나 민원처리 내용 회신을 담당하는 역할이죠. 금융사에서 민원처리 경력 10년 이상이거나 금융사 근무 경력 15년 이상인 경우 지원할 수 있습니다.

상·하반기에 각각 38명, 40명을 뽑았습니다. 비정규직(계약 기간 2년 이내)에 연봉은 3000만원 수준이지만 경쟁률이 10대1에 이를 정도로 관심이 뜨거웠죠. 최근 선발한 40명은 지난 8일부터 현장에 배치됐습니다. 경쟁이 워낙 치열하다 보니 낙방한 지원자들 사이에 불만이 적지 않았습니다. 급기야 “알고 보니 죄다 금감원 출신들만 뽑혔고 우리(민간)는 들러리였다”는 괴담까지 나왔습니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김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은 금감원 측에 올해 합격자 78명의 이력을 모두 공개하라고 요구했습니다. 뚜껑을 열어 보니 실상은 소문과 달랐습니다. 상반기에는 금감원 출신이 3명, 하반기에는 40명 전원이 금융사 출신(보험 24명, 은행 15명, 증권 1명)이었던 거죠.

금감원은 OB(선배)들을 뽑는 게 오히려 더 부담스럽다고 고백합니다. “선배들을 줄줄이 앉혀 놓고 후배들이 마음 놓고 업무 지시를 할 수 있겠느냐”는 반문이지요.

해프닝으로 웃어 넘기기엔 뒷맛이 씁쓸합니다. 금융 당국을 향한 민간의 불신이 그만큼 뿌리 깊다는 반증일 테니깐요. 세월호 참사 이후 새로운 관피아법이 시행 중이지만 금융 당국 출신들은 큰 제약 없이 민간 금융사에 속속 낙하산으로 내려가고 있습니다. 굳이 사례를 일일이 나열하지 않더라도 OB들의 자리를 챙겨 주려는 금융 당국의 ‘노력’은 노골적이고 끈질깁니다. ‘자라 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 놀라는 것’처럼 민원 처리 전문직 지원자들의 ‘오해’에 충분히 공감할 수밖에 없는 것이 우리의 현실입니다.

이유미 기자 yium@seoul.co.kr
2016-08-11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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