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라지는 세법개정안 사례별로 모두 적용한 결과...고소득자 세 부담이 늘어나는 구조
28일 발표된 세법개정안은 서민·중산층의 세 부담을 줄이는 소득·세액 공제가 늘어난 것이 특징이다. 주거 비용과 학자금 상환, 출산·양육비 부담이 큰 청년이나 젊은 부부가 눈 여겨볼 내용이 많다. 반면 연봉 7000만원 이상인 고소득자의 세금 부담은 상대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한 대기업에서 일하는 직원 3명의 사례를 들어 달라지는 세법개정안을 짚어봤다.연봉 5000만원인 A대리(33)는 2019년까지 올해와 같은 188만원의 신용카드 소득공제를 받을 수 있다. 신용카드로 연 2500만원을 쓴다고 치면 세금 경감액은 28만원이다. 2년 전 결혼한 A대리는 서울 동작구에 보증금 2억원의 ‘반전세’를 신혼집으로 얻었다. 매달 집주인에게 50만원을 보내준다. 지금은 연말정산할 때 1년치 월세액의 10%인 60만원을 공제받지만 내년부터 월세 세액공제율이 12%로 오르면서 공제액이 72만원으로 늘어난다. 공제한도는 연간 750만원, 월 62만 5000원이다.
대학과 대학원을 합쳐 4년치 학자금을 대출받아 공부한 A대리는 취업 후 5년째 학자금을 갚고 있다. 연 상환액은 200만원 정도다. 내년부터 취업 후 갚는 ‘든든 학자금’이 교육비 세액공제 대상에 포함된다. 공제율이 15%이므로 A대리의 세금 부담은 30만원 줄어든다. 자녀가 하나뿐인 A대리가 내년에 둘째를 낳으면 출산 세액공제를 50만원 더 받을 수 있다. 올해는 30만원이 적용된다.
경차를 모는 A대리는 내년에 차를 바꿀 생각이다. 자동차 구입액은 신용카드 소득공제 대상에서 빠졌지만, 내년부터 중고차 구입액의 10%가 소득공제 대상에 포함된다. 예를 들어 1500만원짜리 중고차를 신용카드로 산다면 150만원이 소득공제에 포함돼 4만원의 세금을 아낄 수 있다. A대리가 위에서 언급된 공제를 모두 챙기면 연말정산에서 66만원을 돌려받을 수 있다.
B차장(42)은 이번 세법개정안이 그저 그렇다. 신용카드 소득공제 한도가 줄어드는 게 좀 신경쓰인다. 연봉 8000만원인 B차장은 신용카드로 연 3800만원 정도 쓴다. 이를 통해 아끼는 세금은 65만원. 하지만 2019년부터 같은 돈을 쓰더라도 세금 경감액이 60만원으로 줄어든다. 연봉 7000만원 초과자의 소득공제 한도가 300만원에서 250만원으로 축소되기 때문이다. 자녀의 소풍, 수학여행비에 대해 세액공제를 받는 것은 위안이 된다. 내년부터 체험학습비가 중학생은 연 20만원, 고등학생은 연 30만원까지 교육비 세액공제에 포함된다. B차장의 올해 세금 감경액은 65만원이지만 달라지는 세법개정안을 적용하면 2019년부터 67만 5000원이 된다. 세 부담이 2만 5000원가량 줄어드는 것이다.
C부장(48)의 표정이 가장 어둡다. 연봉 1억 3000만원으로 고소득자에 속하는 그는 내년부터 ‘13월의 보너스’로 불리는 연말정산 환급액을 종전보다 적게 돌려받는다. 연봉 1억 2000만원 이상 근로자는 신용카드 소득공제 한도가 내년부터 300만원에서 200만원으로 줄어들기 때문이다. 신용카드 사용액이 5000만원이라고 하면 이에 따른 세금 감경액이 92만원에서 70만원으로 축소된다. 고등학생 자녀 2명의 체험학습비(60만원) 세액공제를 감안해도 지금보다 연 13만원의 세금을 더 내야 하는 셈이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소득이 많을수록 신용카드 소득공제 혜택이 많다는 지적을 반영해 급여 수준에 따라 공제한도를 달리했다”면서 “급여가 상대적으로 적은 서민층에 유리해진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 오달란 기자 dalla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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