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현지 스태그플레이션 갑론을박
IB·월가 “2분기부터 경기 냉각”소비 감소에 물가 완화 낙관론
학계 일부 “지출 줄이기 어려워”
‘끈적한 물가’ 유지·심화 비관론
세계적인 경제학자인 폴 크루그먼 미 뉴욕시립대 교수는 지난 25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 칼럼을 통해 전년 동기 대비 3.4% 성장한 것으로 집계된 1분기 개인 소비지출(PCE)에 대해 “인플레이션이 실제로 그렇게 가속화됐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면서 ‘통계적 소음’(statistical noise)이 작용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크루그먼은 미국의 제조업 및 서비스업의 업황을 나타내는 구매관리자지수(PMI)가 코로나19 팬데믹 이전인 2019년 중반 수준과 비슷하다는 점을 지적했다. 그는 “인플레이션이 여전히 팬데믹 이전보다 크게 높지 않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국제금융센터 등에 따르면 글로벌 투자은행(IB)과 월가는 뜨거웠던 미국 경기가 2분기부터 서서히 식어 가며 인플레이션도 둔화할 것이라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4월 제조업 PMI가 49.9로 4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하며 ‘위축’ 국면에 진입하는 등 여러 경제 지표가 미국 경기의 냉각을 시사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몇몇 지표는 향후 소비가 한풀 꺾일 가능성을 시사하고 있어, 소비의 호조가 인플레이션을 지탱하는 현상이 점진적으로 완화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1분기 서비스(3.4%→4.0%) 소비는 증가했지만 상품(3.0%→-0.4%) 소비가 마이너스로 돌아선 것에 대해 씨티는 “상품소비 감소는 일반적으로 서비스 소비 둔화로 이어지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3월 개인저축률(3.2%)이 2022년 10월 이후 최저 수준으로 하락한 것도 소비 둔화로 이어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그럼에도 낮은 실업률과 소득 증가, 주식 가격 상승 등 경기 호조의 과실을 누려 온 미국인들이 단기간 내에 소비를 줄이기는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마이클 피어스 옥스퍼드 이코노믹스 미국 수석 경제학자는 로이터통신에 “소득 대비 부채 비율이 낮고 가계 순자산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면서 “(소비에 있어) 낮은 저축률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조지프 라보그나 SMBC 닛코 증권 수석 경제학자는 “실업률이 4% 미만인 상황에서 물가가 내려가지 않는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니다”라면서 “소비지출이 단기간에 줄어들 가능성은 낮다”고 말했다. 실제 주거비와 에너지, 식료품을 제외한 근원 서비스물가를 나타내는 ‘슈퍼코어 인플레이션’은 1분기에 전기 대비 연율 환산 기준으로 5.1% 올랐다. 지난해 1분기(+5.2%) 이후 최고치를 기록하며 ‘끈적한 서비스 물가’를 입증하고 있다.
미국의 휴가철인 드라이빙 시즌(5월 말부터 9월 초)을 앞두고 통상 국제유가가 상승한다는 점도 주목해야 할 대목이다. 국제유가의 벤치마크인 브렌트유는 이미 이달 들어 배럴당 90달러 안팎에서 고공행진하고 있다. 미국 경제전문 매체 마켓워치는 “미국의 경제가 더 긴 시간 동안 고금리를 견뎌야 함을 시사한다”고 전했다.
2024-04-29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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