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신보험’ ‘무료보험’으로 과장광고
당국 ‘주의 당부’에도 가입자 폭증
60세 이상 고령층을 대상으로 한 코로나19 백신 4차 접종이 시작된 14일 서울의 한 의료기관에서 4차 백신을 맞은 어르신들이 대기하고 있다. 2022.04.14 박윤슬 기자
7일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실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받은 ‘아나필락시스 쇼크 보장보험 관련 자료’에 따르면 국내 보험사 12곳에서 판매한 아나필락시스 쇼크 보장보험의 가입건수(판매 중단 상품 포함)는 지난 3월 31일 기준 154만 942건에 달했다. 아나필락시스 진단으로 보험금을 청구한 사례는 197건으로 현재 가입 건수 기준으로 0.013%, 1만 건 중 1.3건에 수준에 불과했다. 보험금 지급건수는 이보다 낮은 0.01%(161건)로 1만건 중 1건 정도였다.
아나필락시스 쇼크란 음식물이나 독소, 백신 등 특정 외부 항원에 반응해 일어나는 급성 전신성 알레르기 질환을 가리킨다. 지난해 백신 접종이 시작되면서 부작용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자 백신 부작용 중 하나로 꼽히는 아나필락시스 쇼크를 보장하는 보험 상품이 대거 출시됐다. 대체로 아나필락시스 쇼크로 진단받을 경우 연 1회에 한해 100만원에서 200만원의 진단비를 지급하는 상품이었다.
사진은 서울 서초구에 위치한 삼성화재 본사. 삼성화재 제공
그럼에도 해당 보험 가입 건수는 지난해 7월(약 20만건)에 비해 7배 이상 치솟았다. 보험사들 중 가장 많은 판매고를 기록한 건 삼성화재로 지난 3월 31일 기준 가입 건수가 100만건이 넘었다. 기존 보험에 특약으로 포함돼 있어 건당 가격은 월 평균 몇십원에서 많아야 140원 정도였지만 100세 만기 상품에 20년간 납부하는 형태의 상품이 많았다. 삼성화재에 이어 현대해상이 12만여건, 한화손해보험이 11만여건 순이었고, 뒤이어 농협생명이 4만 9000여건, 라이나생명이 4만 3000여건으로 나타났다.
보험 가입자 중 아나필락시스 쇼크 진단을 받아 보험금을 청구한 사례는 회사별로 많아야 수십건에 불과했다. 삼성화재의 경우 보험 청구 건수가 54건이었고 농협생명(39건)이나 캐롯손해보험(28건), 하나손해보험(25건), 현대해상(14건) 교보라이프플래닛생명(13건), 라이나생명(13건) 순으로 청구 건이 많았다. 한화손해보험(11건)이나 AIA생명(4건), 하나생명(4건), 삼성생명(3건), 흥국화재(2건)는 한 자릿수였다.
그러나 지급률이 절반에도 못 미치는 회사들도 있었는데 농협생명의 경우 39건 중 19건(총 3800만원)의 청구만 받아들였고, 캐롯손해는 28건 중 9건(1800여만원)만 지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백신 접종 후 아나필락시스 쇼크 증세를 겪은 비율은 보험 가입자에 비해선 낮은 편이다. 질병관리청이 지난 5일 발표한 ‘주간 코로나19 예방접종 이후 이상반응’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2월 26일부터 지난달 29일까지 코로나19 예방접종 후 아나필락시스 의심사례는 모두 2396건으로 전체 예방접종(6256만여건)의 0.0038%에 불과하다. 이 중 백신과의 인과성이 인정된 사례는 871건(0.0014%)이며 나머지는 아나필락시스 가능성이 낮거나 판정이 불가한 사례에 해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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