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줄날줄
  • [씨줄날줄] 장하성의 ‘빼박’ 무지개/황수정 논설위원

    [씨줄날줄] 장하성의 ‘빼박’ 무지개/황수정 논설위원

    ‘무지개’ 정년 퇴임사의 침도 안 말랐다. 청와대의 퇴임 서류에는 이제 겨우 잉크 자국이 마를까 말까 하겠다. 장하성 전 청와대 정책실장 이야기다. 그가 신임 주중 대사로 내정됐다는 소식이 들린다. 인터넷 공간이 후끈거린다. 설왕설래의 온도를 청와대가 과연 감지나 하는지 궁금하다. 지난달 27일 장 전 실장은 고려대 교수로 정년 퇴임했다. 지난해 11월 청와대를 떠나 곧장 모교인 고려대 강단으로 돌아갔던 그의 퇴임사는 이제 생뚱맞기 짝이 없어졌다. “현실정치에 정치인으로 참여하는 것은 과거에도 지금도 관심이 없다”며 자신을 “이상주의자”라고 했다. “철없이 무지개를 좇는 소년으로 살고 싶다”고도 했다. 그렇다면? 국민경제 체질을 바꿔 생몸살 나게 한 소득주도성장(소주성)은 무지갯빛 이상에서 나왔던가. 부동산값 폭등에 “내가 강남 살아봐서 아는데, 모두가 강남 가서 살 이유가 없다”던 황당 발언. 그것도 정치적 몽상가의 입에서 자연발생적으로 나온 건가. 뒤늦게 아귀를 맞춰들 봤겠으나, 고해성사를 들은 마당에 누가 야박하게 쪽박을 깨겠나. 이제는 무지개 소년으로 살겠다는데. 그 고백이 들린 바로 다음날 주중 대사 내정설이 나왔다. 그러니 사정은 딴판이다. 뒤통
  • [씨줄날줄] 책사의 배신/이순녀 논설위원

    [씨줄날줄] 책사의 배신/이순녀 논설위원

    끊임없이 불거진 온갖 불법·비리 의혹에도 끄떡없던 이명박 전 대통령이 지난해 10월 1심에서 징역 15년의 중형을 면치 못했던 결정적인 이유는 오랜 세월 가신 노릇을 해온 최측근들의 폭로였다. 그중에서도 40년 지기이자 ‘MB 책사’로 불린 김백준 전 청와대 총무기획관의 배신이 정점을 찍었다. 그는 이 전 대통령 혐의와 관련해 초반에는 “나는 전혀 모르는 일”이라고 버텼지만, 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 수수 혐의로 자신이 구속되자 저격수로 돌변해 이 전 대통령의 유죄를 입증할 핵심 진술을 쏟아냈다. 이 전 대통령의 고려대 2년 선배인 김 전 비서관은 외환은행 근무 시절이던 1976년 현대종합금융으로 스카우트되면서 당시 현대건설 사장인 이명박과 인연을 맺은 후 줄곧 최측근 자리를 지켰다. 서울시장과 대통령 재임 동안에 각종 심부름과 재산 관리를 도맡아 ‘영원한 집사’로 통했다. 하지만 배신은 독했다. 이 전 대통령 측은 최근 열린 항소심 재판에서 증인으로 신청한 김 전 비서관이 나오지 않자 고의로 증인 출석을 피하고 있다며 검찰에 협조를 요청했다. 미국 정계에서도 최고지도자를 향한 희대의 폭로극이 벌어졌다. 10년 넘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충복이었던 옛 개인
  • [씨줄날줄] 금리 인하 요구권/박현갑 논설위원

    [씨줄날줄] 금리 인하 요구권/박현갑 논설위원

    “최저 이율 부채통합 진행 가능해서 연락드립니다.” “직장인 대상, 금리 2.8%~, 한도 1억 4000만원까지, 일반 기업체 근로자도 진행 가능, 내부 등급으로 판단(신용등급이 낮아도 가능)” 대출을 받고자 은행 등 금융회사에 문의하면 이 같은 문자들이 수시로 날아온다. 정보 제공에 동의한 게 빌미가 돼 이곳저곳에서 좋은 조건이라며 돈을 빌려 가라고 권유한다. 금융회사로선 정부에서 지난해 10월부터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규제로 돈줄을 틀어쥐면서 금고에 쌓인 돈을 이자놀이에 활용하려는 것이다. 하지만 신용등급이 낮거나, 이미 담보 대출을 받은 소비자라면 추가 대출이 힘든 경우가 많다. 이런 경우 2금융권이나 사채시장 등을 기웃거린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김병욱 의원이 신용평가회사인 나이스평가정보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6월 말 현재 국민의 37%인 1903만명이 가계부채(사채를 제외한 금융권의 개인명의 가계대출)를 갖고 있었다. 1인당 평균 부채는 8043만원이었다. 이 가운데 주택 담보대출자 631만명(33.2%)의 1인당 부채는 1억 5486만원으로 전체 가계부채 평균의 약 두 배였다. 주담대가 없는 대출자의 1인당 부채는 434
  • [씨줄날줄] 공익신고자 김태우/박록삼 논설위원

    [씨줄날줄] 공익신고자 김태우/박록삼 논설위원

    공익신고는 세상을 바꾼다. 미국이 ‘통킹만 사건’을 조작해 일으킨 베트남 전쟁의 추악함도, 닉슨 미 대통령이 은폐하고자 했던 ‘워터게이트 사건’도 공익신고로 세상에 드러났다. 국내는 1990년 이문옥 감사관의 대기업 부동산 투기에 대한 감사 중단 외압 양심선언을 시작으로 공익신고의 물꼬가 트였다. 윤석양 이병의 군 보안사의 민간인 사찰 폭로, 이지문 중위의 군 부재자 투표 부정, 그리고 최근 최순실 국정농단 등까지 공익신고는 한국 민주주의 발전의 한 축이었다. 내부 기밀에 접근할 수 있는 이는 내부 구성원뿐이다. 이들은 불의를 외면하지 않은 대가로 동료들에게 배신자라는 손가락질을 받았고, 감옥에 갇혔고, 경제적으로 큰 불이익을 받았다. 이 탓에 많은 이들은 불합리한 관행과 부정부패 앞에서도 움츠러든 채 눈치를 보며 몸을 사릴 수밖에 없었다. 2011년 뒤늦게나마 공익신고자보호법이 만들어진 배경이었다. 공익신고자들이 겪었던 불이익, 2차 피해 등을 더이상 반복하지 않도록 하겠다는 취지다. 지난 22일 국민권익위원회는 김태우 전 수사관을 “(그의 해임은) 불이익 조치에 해당하지 않는다”면서도 어쨌든 “공익신고자”라고 인정했다. 청와대의 심기는 불편한 듯하다.
  • [씨줄날줄] 6포 세대/박현갑 논설위원

    [씨줄날줄] 6포 세대/박현갑 논설위원

    청년은 패기와 정열의 상징이다. 무기력이나 좌절과는 거리가 멀다. 연령대로 구분하자면 20대다. 이상과 현실 사이에 고뇌하는 햄릿의 모습보다는 자기주장을 위해 돈키호테처럼 전진하는 패기만만함이 넘치는 때다. 이 같은 열정은 부조리한 사회현실 고발과 사회변혁을 이끌어 낸다. 2002년 대선 때는 인터넷 공간에서 노무현 후보 당선에, 3년 전 촛불시위 현장에서는 문재인 정권 탄생에 기여했다. 요즘 20대는 패기에도 불구하고 절망감에 내몰린 고달픈 세대다. 연애, 결혼, 출산을 포기한 ‘3포 세대’를 지나 내집 마련과 인간관계를 포기한 ‘5포 세대’가 된 지 오래다. 대학 졸업유예는 다반사고, 비정규직 취직은 현재진행형이다. 경제학자 우석훈이 비정규직으로 사회생활을 시작하는 20대의 암울한 현실을 지적한 2007년의 ‘88만원 세대’는 안정적 일자리를 찾겠다는 ‘공시족’으로 변했을 뿐이다. 왜 이런가? 실력이 부족해서? 아니다. 사회생활을 위한 열정을 보자면 지금의 20대가 단연코 최고일 게다. 그럼에도 꿈을 펴기가 힘든 건 저성장 경제 속 양질의 일자리 창출이 부족해서다. 박근혜 정부 시절의 ‘창조경제’나 현 정부에서 강조하는 ‘혁신’은 이 같은 경제위기 인식
  • [씨줄날줄] 약산 김원봉/이두걸 논설위원

    [씨줄날줄] 약산 김원봉/이두걸 논설위원

    조승우와 이병헌. 한국 영화를 이끌고 있는 대표적인 배우들이다. 이들은 또 다른 공통점이 있다. 모두 동일 실존 인물을 연기했다는 점이다. 독립운동가 약산(若山) 김원봉(1898~1958)이 바로 그다. 조승우는 2015년 개봉한 영화 ‘암살’에서 “내가 밀양 사람 김원봉이오”라는 대사로 짧지만 굵은 카리스마를 선보였다. 이병헌은 이듬해 ‘밀정’에서 강인하면서도 인간미 넘치는 약산을 보여 준다. ‘암살’은 최동훈, ‘밀정’은 김지운 등 한국 영화계의 거장들이 메가폰을 잡았다는 점을 떠올리면 문화계가 바라보는 약산은 이미 대한민국 독립운동사의 거인이다. 오는 5월 그를 주인공으로 하는 TV 드라마도 방영된다. 김원봉은 독립운동 단체 ‘의열단’(義烈團)과 따로 놓고 이야기할 수 없다. ‘의열’은 ‘정의로운 일을 맹렬히 실행한다’는 뜻이다. 1919년 11월 결성한 의열단은 조선총독부와 일본 군부, 친일파 등을 주적으로 삼고 폭력 투쟁을 전개한다. 이들의 행동강령은 1922년 단재(丹齋) 신채호가 저술한 ‘조선혁명선언’에 집약돼 있다. 단재는 “민중은 우리 혁명의 대본영이고, 폭력은 우리 혁명의 유일한 무기”라고 설파한다. 종로·부산·밀양경찰서 및 총독부 폭파
  • [씨줄날줄] 서울 청년수당/박현갑 논설위원

    [씨줄날줄] 서울 청년수당/박현갑 논설위원

    청년기는 인생에서 힘과 열정, 그리고 패기가 가장 넘치는 때다. 부모의 경제적 지원에서 벗어나 독립적 사회생활을 시작하는 시기이기도 하다. 그런데 요즘 청년은 부모 지원도 모자라 정부나 지자체의 금전적 지원 대상이다. 서울시는 취업 준비생에게 ‘청년수당’을 지급 중이다. 만 19~34세로 졸업한 지 2년이 지난 미취업 청년을 대상으로 매월 50만원의 청년수당을 두 달에서 최대 6개월간 신용카드로 지급한다. 청년들은 이 돈을 학원 수강 등 교육비나 독서실 비용 등 직접적인 구직활동뿐 아니라 이 활동을 위해 소요되는 식비, 교통비, 통신비로도 쓸 수 있다. 시행 첫해인 2016년에는 정부 반대로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3000명에게 지원했다. 이후 2017년 5000명, 지난해 7000명 지원에 이어 올해는 5000명이 지원 대상이다. 경기도는 소득과 관계없이 기업에 한 차례라도 면접을 보러 가면 1회 5만원씩, 최대 30만원을 청년면접수당으로 지급할 예정이다. 이런 청년수당은 부산, 대전 등 9곳의 광역 지자체와 경기 성남, 전북 전주 등 기초 지자체에서도 비슷하게 운영 중이다. 청년수당 시책이 청년 일자리 정책을 훼손한다며 반대하던 정부는 정권이 바뀌자 청년
  • [씨줄날줄] ‘전략적’ 자퇴/황수정 논설위원

    [씨줄날줄] ‘전략적’ 자퇴/황수정 논설위원

    인기 드라마 ‘스카이 캐슬’에서 예서가 자퇴를 결심했을 때 인터넷의 엄마들은 궁금했다. “‘공신’(공부의 신)이 자퇴했다고 서울대를 못 가겠나?” 누군가의 질문에 답변들이 꼬리 물었다. “검정고시 만점에 수능 만점이면 정시로 (서울대 의대도) 간다”, “시험에 최적화된 예서는 자퇴를 한들 불리할 게 없다” 등. 엄마들이 결국 입을 모은 대목. “수십억원 들인 내신 코디 비용이 아까울 뿐이지 서울대 인기 학과를 골라 잡아 간다”였다. 엄마들이 예서에게 무한 신뢰를 보낸 근거가 있다. 자퇴하겠다는 예서가 제 손으로 짜서 보여 준 ‘홈스쿨 일과표’는 찬란(?)했으니까. 고득점 학습법을 온몸으로 꿰뚫고 있는 예서에게 검정고시는 땅 짚고 헤엄치기. 온갖 신경 다 써야 하는 학생부 관리에 손을 떼고 수능에만 올인하면 바늘구멍 정시인들 거침없이 뚫을 것이기에. 새 학년을 맞는 고등학교 교실이 어수선해질 때다. 교실 분위기만이 아니다. 1, 2학년 때 내신성적을 제대로 받지 못한 학생들은 심란하기 짝이 없다. 중상위권이라면 한번쯤 자퇴 고민을 해보는 때가 이즈음이다. 현실을 따져 보자면 이런 주판알을 튕기지 않을 수 없다. 내신 1, 2 등급을 따지 못했다면 어차피 상위
  • [씨줄날줄] 스텔라데이지호 블랙박스/박록삼 논설위원

    [씨줄날줄] 스텔라데이지호 블랙박스/박록삼 논설위원

    ‘긴급 상황입니다’ ‘본선 2번 포트 물이 샙니ㅏ’ ‘포트 쪽으로 긴급게’ ‘ㄱ울고 ㅣㅆ습니다’ 2017년 3월 31일 밤 11시 20분쯤 스텔라데이지호 선장 조모씨가 선박 소유 회사 폴라리스 쉬핑에 잇따라 보낸 카카오톡 메시지들이다. 다급함을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3월 26일 철광석 26만톤을 싣고 브라질을 떠나 중국 칭다오로 가던 스텔라데이지호는 이 소식을 끝으로 연락이 끊겼고, 남대서양에서 침몰했다. 한국인 선원 8명과 필리핀인 선원 14명이 실종됐다. 배는 두 동강 난 채 침몰했음이 사고 직후 우루과이 해군 보도자료를 통해 확인됐다. 실종자 가족들은 사고가 나자마자 국가에 손을 내밀었다. 황교안 대통령권한대행 시절이었다. 심해 수색을 요구했지만, 해군은 깊이 3000m가 넘는 심해 수색은 불가능하다고 답했다. 그해 5월 10일 문재인 정부 출범 뒤 침몰 사고 원인 규명과 실종자 수색은 ‘1호 민원’으로 접수됐다. 정부는 예비비 지출을 통해 미국의 심해 수색 전문업체 오션인피니티와 48억 4000만원에 계약을 체결했다. 그리고 지난 14일 사고 해역 조사를 시작한 지 3일 만에 일종의 블랙박스인 항해기록저장장치(VDR)를 회수하는 데 성공했다. V
  • [씨줄날줄] 아마존의 뉴욕 본사 철회/임창용 논설위원

    [씨줄날줄] 아마존의 뉴욕 본사 철회/임창용 논설위원

    “아마존이란 새 도시를 만들겠다.”(조지아주 스톤크레스트시) “70억 달러의 세금 감면 혜택을 주겠다.”(뉴저지주 뉴어크시) “초고속 열차를 놓겠다.”(텍사스주 댈러스시) 미국 시애틀에 본사를 둔 아마존이 2017년 제2본사(HQ2) 설립 계획을 밝히자 수많은 도시가 파격적인 인센티브를 제시하면서 러브콜을 보냈다. 캐나다와 멕시코까지 나서 모두 238개 도시가 뛰어들었고, 경쟁률은 119대1까지 치솟았다. 그럴 만도 한 것이 아마존은 HQ2 설립 계획을 밝히면서 50억 달러(약 5조 6000억원)를 투자해 6만여명을 고용할 계획이라고 공언했기 때문이다. 유치전에 뛰어든 대도시들은 이미 아마존이 시애틀에서 400억 달러에 가까운 직간접 투자와 4만여개의 일자리를 창출하면서 ‘황금알을 낳는 거위’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는 걸 확인한 터였다. 아마존은 1년여간 제안서를 면밀히 검토한 끝에 지난해 11월 버지니아주 북부 내셔널랜딩과 함께 뉴욕주 퀸스의 롱아일랜드시티를 제2본사 부지로 확정했다. 뉴욕주와 뉴욕시는 30억 달러 상당의 세금 혜택과 지원을 약속했다. 유치 도시들의 기대감은 컸다. 각각 2만 5000여개의 일자리를 창출하고 2025년까지 275억 달러의
  • [씨줄날줄] 포토라인 논란/박록삼 논설위원

    [씨줄날줄] 포토라인 논란/박록삼 논설위원

    # 장면1. 2017년 7월 30일. 전 대통령 박근혜씨는 영장실질심사를 위해 법원을 찾았다. 그러나 노란 삼각형 포토라인을 그냥 지나쳤다. 카메라 플래시 소리만 요란했다. 넉 달 전인 3월 21일 검찰 포토라인 앞에서 “송구스럽다. 성실히 조사에 임하겠다”며 반성하던 분위기와 비교됐다. 박씨는 지하주차장에서 바로 들어가려 했지만, 법원이 요구를 거부했다는 후일담이다. # 장면2. 1993년 1월 15일. 당시 통일국민당 대표이던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은 대선 패배 뒤 선거법 위반 등의 혐의로 피의자가 됐다. 검찰에 출두한 정 회장은 이날 주변에 몰려든 기자들에게 시달리다 카메라에 부딪쳐 오른쪽 이마가 2~3㎝ 찢어지는 사고를 당했다. 이 사고는 ‘포토라인’이 만들어진 직접적 계기가 됐다. 포토라인은 제한된 공간, 취재진의 동선을 제한해 혼란을 막기 위한 기자들의 자율적 제한선이다. 1994년 1월 만들어져 벌써 26년째다. ‘국민의 알권리’ 및 검찰의 수사 감시, 피의자 신체 보호 등이 주목적이다. 포토라인에 서고 나면 신문, 방송 등에 일제히 보도되니 대부분 피의자들에게 포토라인의 좁은 공간은 곤혹스러움 그 자체다. 인권 문제 등이 제기되곤 했지
  • [씨줄날줄] 통상임금 신의칙/이두걸 논설위원

    [씨줄날줄] 통상임금 신의칙/이두걸 논설위원

    #1. A는 관련법상 거래를 할 수 없는 땅을 자식에게 증여하고 등기 이전까지 마쳤다. 그러나 자식과의 사이가 틀어지자 ‘해당 거래가 법률을 위반했으니 무효하다’는 소송을 냈다. #2. 회사원 B씨는 5년 전 회사에 막대한 피해를 입혔다. 이에 회사는 B씨에게 사직을 권고했고, 그 역시 순순히 제 발로 회사를 걸어나갔다. 그러나 얼마 전 B씨는 회사를 상대로 해고 무효 소송을 제기했다. 두 재판의 결론은 동일하다. 법원은 A씨와 B씨에게 패소 판결을 내렸다. 모두 ‘신의성실(信義誠實)의 원칙’이 인용됐다. ‘권리의 행사와 의무의 이행은 신의에 좇아 성실히 이행해야 한다’는 민법 제2조를 근거로 하고 있다. 줄여서 신의칙(信義則)이라고 부른다. 앞서 인용한 판례의 A씨와 B씨는 모두 ‘꼼수를 동원해 비겁한 짓’을 했다고 재판부가 판단한 것이다. 신의칙은 경제 분야에서도 많이 등장한다. 노동계의 ‘뜨거운 감자’인 통상임금과 관련해서다. 2013년 12월 대법원은 정기상여금이 통상임금에 포함된다고 판결하며 “미지급 임금의 소급 청구는 신의칙에 따라야 한다”는 단서를 달았다. 추가 부담에 따라 회사가 경영난에 빠질 가능성이 있을 경우 신의칙에 어긋나는 만큼
  • [씨줄날줄] 명태, 생태, 노가리/박록삼 논설위원

    [씨줄날줄] 명태, 생태, 노가리/박록삼 논설위원

    서울 을지로 3가와 청계천 사이에는 작은 철물상, 공업상 등이 좁다란 골목을 따라 다닥다닥 붙어 있다. 박스 등속 실어나르며 고함치는 손수레도 뜸해지고, 쇠 절단하는 소리, 타닥거리는 용접 불꽃 잠잠해지는 해거름 이 언저리에는 진풍경이 펼쳐진다. 길거리에 접이식 탁자와 의자를 펼쳐 놓고 맥주 마시는 이들로 바글바글하다. 혹자는 독일의 맥주축제를 떠올리며 ‘한국판 옥토버페스트’라 부르지만, 그냥 간단히 ‘을지로 노가리 골목’이라 칭하곤 했다. 가장 많이 먹는 안주 ‘노가리’ 덕분이다. 노가리는 3년 미만의 명태 새끼다. 단돈 1000원짜리 노가리 한 마리면 생맥주 한 잔은 충분하다. 아쉽게도 서울 정비구역에 포함돼 머지않아 사라질 운명에 놓인 곳이기도 하다. 아무튼 문제는 여기에서 불거졌다. 지난 12일 해양수산부 발표에 따르면 1월 21일부터 연중 명태 포획을 금지했다. 지금까지는 27㎝ 이상의 명태 조업은 가능했는데, 이제는 크기와 상관없이 명태를 잡지 못한다. 이유는 간명하다. 10년 넘도록 근해에서 씨가 말랐던 명태가 다시 동해로 돌아오기 시작해 국내 어족 자원으로서 보호해야 하기 때문이다. 국내에서 1991년 1만톤 이상 잡히던 명태는 2007년 35
  • [씨줄날줄] 화웨이 봉쇄령/이순녀 논설위원

    [씨줄날줄] 화웨이 봉쇄령/이순녀 논설위원

    매년 2월 말이면 전 세계 정보기술(IT) 업계의 시선은 일제히 스페인 바르셀로나로 쏠린다. 이동통신 분야의 최첨단 기술이 한자리에 모이는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 때문이다. 오는 27~28일 개최되는 ‘MWC 2019’에선 삼성, LG, 화웨이 등이 5G폰과 폴더블폰 등 혁신 기술을 장착한 첨단 제품을 선보일 것으로 예고돼 기대감을 키우고 있다. 남들보다 앞선 기술로 글로벌 시장 선점을 노려야 하는 관련 업체들로선 손에 땀을 쥘 수밖에 없는 긴장의 무대다. 그런데 올해 이곳에선 또 다른 종류의 긴장감이 예상된다. 이른바 ‘화웨이 봉쇄령’이다. 사이버 보안을 내세워 세계 최대 통신장비 업체인 중국의 화웨이에 대한 퇴출 작전을 벌이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MWC를 공세의 장으로 활용하고자 벼르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롭 스트레이어 국무부 사이버안보 책임자, 아지트 파이 연방통신위원회(FCC) 위원장 등 최소 20명으로 구성된 특별사절단을 파견해 유럽 등 동맹국들에 화웨이 봉쇄령에 동참하도록 촉구할 것으로 전해졌다. 트럼프 행정부는 미국 내 무선통신망에 중국 통신장비의 사용을 금지하는 행정명령도 다음주에 내릴 전망이다. 화웨이에 대한 미국의 견제는
  • [씨줄날줄] 미국산 무기 수입/박록삼 논설위원

    [씨줄날줄] 미국산 무기 수입/박록삼 논설위원

    ‘주한미군 철수하라.’ 1980~1990년대 통일운동 세력의 단골 구호 중 하나였다. 하지만 당시 정치·경제·문화적으로 미국 의존도가 높고 북한과 대치하는 상황에서 시민들의 공감을 크게 얻지 못했다. 이 구호는 2000년대 들어 자연스럽게 잠잠해졌다. 김대중(DJ) 전 대통령은 야당 시절은 물론 집권 이후에도 주한미군 필요성 및 한·미 동맹의 굳건함을 틈만 나면 강조했다. 안보불안으로 남남갈등이 발생할까 우려했기 때문이다. 북한 김일성·김정일 또한 ‘주한미군 주둔 인정’을 유훈으로 남겨 놓았다. 한·미 동맹 유지를 둘러싼 사안의 예민함을 드러낸 현상들이었다. 대가는 비쌌다. 미 의회조사국(CRS) ‘무기거래 보고서’에 따르면 1996∼2003년 한국은 이 기간 88억 달러의 무기를 수입했고, 이 중 62억 달러, 즉 70.4%가 미국산이었다. 미국이 한·미 동맹의 의구심을 빌미로 무기를 강매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나돌기도 했다. 지난달 발간된 ‘2018 세계 방위산업시장 연감’에 따르면 한국은 2008~2017년 10년 동안 사우디아라비아, 호주에 이어 세계 3위의 미국산 무기 수입 국가였다. 약 7조 6000억원(67억 3100만 달러)에 이른다. 한국의
  • [씨줄날줄] 영빈관/이두걸 논설위원

    [씨줄날줄] 영빈관/이두걸 논설위원

    영빈관(迎賓館)은 ‘손님을 맞이하는 건물’이다. 여기에서의 손님은 외국 정상이나 주요 인사 등 ‘VVIP’를 뜻한다. 세계 각국은 이들이 숙박을 하며 만찬 등 접대를 받을 수 있는 공간으로 영빈관을 운용하고 있다. 영빈관으로 가장 유명한 곳은 중국 베이징의 댜오위타이(釣魚臺·조어대)다. 금나라 제6대 황제 장종이 이곳에서 낚시를 즐겼다고 해 붙여졌다. 총면적이 43만㎡에 달할 정도로 광활한 면적과 화려한 외관을 자랑한다. 지금까지 다녀간 외국 정상급만 1200여명에 달한다. 한·중 수교 이후 우리나라 역대 대통령들도 모두 이곳에서 묶었다. 이곳을 포함해 중국 전역에 산재한 국빈관들은 일반인들도 이용이 가능하지만 5성급 호텔 이상의 숙박료를 내야 한다. 일본의 대표적인 영빈관은 도쿄 아카사카 이궁(迎賓館赤坂離宮)이다. 왕세자의 거주지인 동궁어소(東宮御所)로 1909년에 건설됐고, 대대적인 개보수 공사를 거쳐 1974년에 영빈관으로 문을 열었다. 총면적 11만 7000㎡에 건평 1만 5000㎡의 지상 2층, 지하 1층 건물로 구성됐다. 2009년에는 일본 국보로 지정됐다. 일반인 관람도 허용된다. 미국의 영빈관은 워싱턴 백악관 건너편에 자리한 ‘블레어하우스’다
  • [씨줄날줄] 디테일의 함정/황성기 논설위원

    [씨줄날줄] 디테일의 함정/황성기 논설위원

    ‘신은 디테일에 있다’(God is in the details)는 독일 태생의 미술사학자 아비 바르부르크(1866~1929)가 1925년 강의 메모에 남긴 말이다. 그림을 감각만으로 볼 게 아니라, 문헌과 자료의 치밀한 조사에 바탕을 둔 독해가 필요하다는 의미에서 디테일을 강조했다. 이 말에서 파생한 게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The devil is in the details)인데, 신이든 악마든 그 뜻은 도긴개긴이다. 최근에는 잘 진행되던 협상이 뜻밖의 세부 사항에 막혀 난항을 겪는다는 의미로 바뀌어 쓰인다. 2002년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고이즈미 준이치로 총리의 북·일 회담은 두 정상의 절대적 위임을 받은 실무자가 30차례 넘는 협의 끝에 신뢰를 구축하고 성사됐다. 국교정상화의 조기 실현을 제1항에 담은 평양선언에 합의하는 성과를 올렸지만 5명을 제외한 일본인 납치 피해자 전원 사망이라는 거대한 장애물에 걸렸다. 김 위원장의 통 큰 납치 고백까지는 좋았지만, 고백이 가져올 파장을 섬세하게 예측하지 못했다. 디테일을 양쪽 모두 놓쳤다는 점에서 북·일 최초의 정상회담이긴 했지만, 결과적으로는 실패에 가까웠다.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와
  • [씨줄날줄] 유대균과 세월호의 진실/박록삼 논설위원

    [씨줄날줄] 유대균과 세월호의 진실/박록삼 논설위원

    평생 잊을 수 없을 것 같던 2014년 4월 16일 진도 앞바다. 꽃 같은 아이들은 왜 하필 그 세월호에 탔을까. 제주 수학여행에 들떠 있던 304명이 애꿎게 희생됐다. 그중 5명은 실종자로, 바닷속 심연으로 허위허위 들어가 끝내 돌아오지 않은 채 어미 아비의 가슴을 무덤으로 삼았다. 그해 4월 봄의 복판이었건만, 찬 바람 몰아치던 팽목항은 분노와 슬픔의 통곡으로 가득 찼다. 많은 이들이 팽목항을 찾아 흐느꼈고, 그보다 훨씬 많은 이들은 TV 화면 속 처연함만으로도 함께 눈물을 찍어 냈다. 참사 당시 국정원 유착설, 고의 침몰설, 유병언 비호 의혹 등을 비롯해 각종 음모론이 제기됐다. 하지만 박근혜 정부는 세모그룹의 회장인 유병언과 그의 장남 유대균(48)씨에게 책임을 전적으로 물으며 각각 현상금 5억원, 1억원을 걸고 수배했다. 유병언은 그해 6월 12일 의문의 변사체로 발견됐다. 죽음으로써 진실은 미궁에 빠졌고, 붙잡힌 장남 유씨는 횡령 및 배임 혐의로 징역 2년형 뒤 2016년 7월 만기 출소했지만 참사와는 어떤 연관성도 밝혀지지 않았다. 5년이 다 돼 가는 지금도 여전히 휴대전화와 가방에 세월호의 상징물인 노란 리본을 달고 다니는 이들이 많다. 하지
  • [씨줄날줄] 한강 뱃길 지도/박록삼 논설위원

    [씨줄날줄] 한강 뱃길 지도/박록삼 논설위원

    서해는 파시(波市)의 바다였다. 황금 투구를 쓴 장수로 일컬어지던 살 오른 조기떼가 서해를 도도히 쓸고 지나는 4~5월 연평 앞바다에는 흥청거림 가득한 파도 위의 시장 파시가 섰다. 조기떼뿐 아니었다. 꽃게잡이 또한 흥했다. 서해는 오랜 시간 조기며 꽃게 잡는 얼굴 검붉은 바다 사내들이 두둑한 주머니로 부둣가 술집마다 술병들이 나뒹굴게 한 곳이었다. 하지만 이곳은 한반도에서 가장 예민한 일촉즉발 화약고이기도 했다. 1차, 2차 연평해전 등 우발적이거나 의도적인 무력 충돌이 끊이지 않았다. 꽃게잡이 다툼 때문이건, 군사분계선으로부터 2㎞ 안쪽 군사적 대치 거리 때문이건, 서해 위에 그어진 북방한계선의 국제법적 다툼 여부 때문이건, 남북 내부 정치적 이유에서건 이유는 다양했다. 숱한 이유로 정전협정 이후에도 군사 충돌은 계속됐고, 애꿎은 남북 청년들의 희생과 민간인들의 피해 또한 계속됐다. 이에 노무현 정부는 여러 분단 극복 과제 중 서해평화협력특별지대 구축 및 서해공동어로구역, 한강 하구 공동구역 등을 남북 정상회담의 핵심 의제로 삼았다. 2007년 남북 정상회담의 결실인 10·4선언에서 실천하는 평화, 체감할 수 있는 평화를 구현하기 위해서는 이 지역의 군
  • [씨줄날줄] 반려동물 장묘/황성기 논설위원

    [씨줄날줄] 반려동물 장묘/황성기 논설위원

    키우던 개나 고양이를 저세상으로 떠나보낼 때 사람의 장례만큼 마음을 쓴다는 얘기를 종종 듣는다. 반려동물 890만 마리(개 660만, 고양이 230만) 시대인 지금, 키우는 과정은 물론 마지막인 장례까지 잘해서 보내고 싶은 게 사람 마음인 듯하다. 전국 동물 장묘 시설은 27곳. 반려동물 숫자에 비해 턱없이 모자란다. 민간·공공에서 건립을 추진하고 있으나 광주 광산구 송학동을 비롯한 곳곳에서 동물 장묘시설이 혐오스럽다는 이유로 주민들이 반대해 난항을 겪고 있다. 전북 임실군은 지난해 7월 정부의 ‘공공 동물장묘시설 설치 지원사업’에 김해시와 함께 선정됐다. 땅부터 사들여야 하는 김해와 달리 임실군은 오수면 금암리에 군유지 8680㎡를 확보한 상태에서 사업에 응모했다. 시설이 들어설 땅이 산골짜기에 있지만, 주민들의 반대가 없지는 않았다. 군청은 주민 설득을 위해 경기 광주와 용인의 민간시설을 견학시켰다. 처음 생각과 달리 오염물질을 배출한다거나 냄새가 나지 않는다는 것을 경험하게 해 주민들의 긍정적 사고를 이끌어 냈다. 임실군은 ‘오수의 개’ 설화의 발상지다. 옛날 옛적 개를 기르던 사람이 장터에서 술을 마시고 돌아오는 길에 담배를 피우다 잠이 들었는데 불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