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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씨줄날줄] 저작권 선진국의 길/황성기 논설위원

    [씨줄날줄] 저작권 선진국의 길/황성기 논설위원

    ‘마루마루 폐쇄, 이제 무슨 낙으로 사나. 대체 사이트나 만화 찾아보는 요령 좀 알려주실 분 계신가요.’ 몇 개월 전 만화를 불법으로 유통시키던 불법 사이트가 당국의 단속으로 차단되자 어느 만화애호가가 포털사이트에 질문한 내용이다. 그러자 단박에 ‘질문자님, 지금 우는 소리를 왜 하세요? 불법으로 만화 보신 거 자랑 아니에요’라고 꾸짖는 대답이 달린다. 지난 28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 한국저작권보호원. 박양우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주재의 ‘저작권 현장 간담회’에 참석한 ‘미생’의 작가 윤태호 한국만화가협회장이 쓴소리를 시작했다. 윤 회장은 “불법 만화사이트 밤토끼가 단속에 걸려 폐쇄되자 바로 밤토끼2가 뜨더니, 그마저 차단되자 마루마루가 나오고 불법 사이트가 속출하는데도 당국의 대응이 너무 느리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그는 불법 사이트 차단은 신속함이 생명인데도 폐쇄 권한을 쥔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절차가 복잡하고 시간이 많이 걸려 눈 뜬 채 만화가의 권익이 침해당한다고 주장했다. 윤 회장은 정부의 저작권 보호관리를 일원화해 콘텐츠 불법 유통에 재빨리 대응해 달라고 박 장관에게 주문했다. 한국의 만화 시장 규모는 9000억원가량이다. 이와는 별도로 불법 사이트
  • [씨줄날줄] 최태원과 김정호의 사회적 가치/박현갑 논설위원

    [씨줄날줄] 최태원과 김정호의 사회적 가치/박현갑 논설위원

    “사회가 지속가능해야 회사도 지속가능할 수 있고, 개인의 행복도 담보될 수 있다. 지속가능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사회적 가치를 중심으로 우리의 뜻과 힘을 모으자.” 최태원 SK회장이 그제 서울 워커힐호텔에서 열린 ‘소셜밸류커넥트 2019’(Social Value Connect 2019·SOVAC) 행사에서 한 말이다. 이윤을 추구하는 기업인이 가치지향적인 경영을 하겠다는 것은 신선하고 바람직한 일이다. 이런 인식이 있기에 SK의 장애인 의무고용 비율 미달을 꼬집은 발언에 대해서도 동의하고 시정 조치를 약속했다고 본다. 네이버 공동창업자로서 발달장애인을 고용하는 사회적기업 ‘베어베터’를 운영하는 김정호 대표는 패널 토론에서 “SK는 사회적 가치 경영의 학점이 우수하지만, 장애인 고용이라는 전공 필수 과목은 이수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장애인 의무 고용 비율을 SK의 일부 계열사들이 준수하고 있지 않다는 쓴소리였다. 최 회장은 이에 대해 “좀 당황했지만 맞는 말씀”이라면서 “열심히 하려고 애썼는데 왜 안 됐는지 모르겠다. 안 되면 무조건 하고, 그다음에 더 좋은 방법을 찾자고 하겠다”고 반응했다. 민간부문뿐만 아니라 정부도 사회적 가치 확산에 나선 상태다.
  • [씨줄날줄] 연예계 학폭 미투/박록삼 논설위원

    [씨줄날줄] 연예계 학폭 미투/박록삼 논설위원

    ‘…때릴 땐 항상 본인을 한 대 때리게 시켰습니다. 쌍방이니까요. 3년 동안 제 자신이 자살 안 한 게 신기할 정도로 버텼습니다. (…) 교통사고라도 났으면 항상 기도했습니다.’ ‘…어느새 팬이 되었고, 한 명 한 명 알고 싶어 검색을 하다가 설마설마 생각이 들면서 손과 등은 식은땀으로 젖고 숨이 가빠졌어요. (…) 항상 눈에 띄지 않기 위해 조심히 다녔고 눈이라도 마주칠까 땅만 보며 다녔던 기억뿐이네요. (…) 이런 사람이 만들고 연주하는 음악을 듣고 감동받았다는 것에 스스로 한심하게 느껴지며 눈물이 흐르고 헛구역질도 났어요.’ 그들의 기억은 선명했다. 그리고 구체적이다. 가수 H에게 중학교 시절 내내 학교폭력에 시달렸다는 가해자는 또 다른 학교폭력 피해 친구와 문자 메시지를 주고받으며 파란색 MLB 야구잠바, 빨간색 아디다스 원피스, 레스포삭 가방 등을 빼앗겼고, 노래방 또는 놀이터에서 폭행당했던 15년 전 끔찍했던 경험을 자조적으로 나누기도 했다. 또 밴드 잔나비 멤버 Y에게 고등학교 때 ‘라이터를 가지고 장난치고, 비닐봉지를 얼굴에 씌우는’ 등의 괴롭힘과 조롱을 당했고, 전학을 가서야 벗어날 수 있었다는 피해자의 경험은 학교폭력의 트라우마가 얼마나
  • [씨줄날줄] 양정철의 처신/이종락 논설위원

    [씨줄날줄] 양정철의 처신/이종락 논설위원

    김대중(DJ) 대통령의 최측근이었던 권노갑씨는 1998년 초 정부 출범 직후 일본으로 망명 아닌 망명을 떠났다. 이후 한화갑 원내총무 등 동교동계 참모들이 권씨의 귀국을 여러 차례 건의했지만, 당시 김중권 청와대 비서실장 등의 견제로 고국 땅을 밟지 못했다. 권씨는 그해 12월 31일 조용히 김포공항으로 들어와 물밑에서 정치활동을 재개했지만, 2000년 16대 총선에서 새천년민주당이 참패하자 정동영 의원 등이 주도한 정풍운동의 희생양이 됐다. 이명박(MB) 전 대통령의 핵심 측근이던 이재오 전 의원은 MB 정부 탄생의 일등공신으로, ‘정권 2인자’라는 수식어가 따라붙었다. 2007년 한나라당 대선 후보 경선과 본선 때 MB 캠프의 좌장을 맡아 선거운동을 진두지휘했다. 하지만 2008년 18대 총선에서 4선 도전에 실패한 뒤 떠밀리듯 미국으로 떠났다. 이 전 대통령 형인 이상득 전 국회부의장과의 권력다툼 희생양으로 보는 시선이 많았다. 그는 약 10개월간 미국 워싱턴DC에서 ‘낭인’ 생활을 하다 2009년 3월 귀국한 뒤 2010년 7·28 재보선에서 승리해 여의도로 복귀했다. 문재인 정부에서 권노갑과 이재오에 비견될 인물은 단연 더불어민주당 싱크탱크인 민주
  • [씨줄날줄] 전교조 30년, 참교육과 노동 사이/박록삼 논설위원

    [씨줄날줄] 전교조 30년, 참교육과 노동 사이/박록삼 논설위원

    1989년 5월 28일 한양대 주변은 경찰 4500명으로 둘러싸였다. 지하철 2호선 한양대역은 아예 폐쇄됐다. 이른바 ‘원천봉쇄’였다. 민족·민주·인간화 교육 등 참교육을 표방하고, ‘교사도 노동자다’라는 노동자성 회복을 핵심 기치로 내세운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출범식이 열릴 장소였다. 초대 집행부는 장소를 연세대로 바꿔 최루탄이 난무하는 속에서 1만 2000명 교사의 전교조 창립을 선언했다. 출범식 직후 교사들은 굴비 꾸러미처럼 줄줄이 엮여 경찰에 연행됐다. 1500명의 교사가 교단에서 쫓겨났고, 90% 가까운 조합원은 ‘탈퇴 각서’를 써야 했다. 탄압과 함께 시작한 전교조의 첫걸음이었다. 1999년 전교조는 드디어 합법 조직이 됐다. 김대중 정부 출범 이후 국제노동기구(ILO)의 오랜 권고 덕분이었다. 2003년 10만명에 가까운 조직 규모를 자랑했지만, 박근혜 정부에서 6만명 조합원 가운데 해직 교사 9명이 있다는 것을 문제로 삼아 2013년 10월 24일 노동부는 전교조에 ‘법외노조’임을 통보했다. 시간이 흘러 박근혜 정부 시절 고(故) 김영한 청와대 민정수석의 비망록이 공개되자 김기춘 비서실장의 지시 사항이 드러났다. 법외노조 통보 과정부터 시
  • [씨줄날줄] 노인 폄하/박현갑 논설위원

    [씨줄날줄] 노인 폄하/박현갑 논설위원

    묘목은 사람의 애정 어린 손길에 따라 거목으로 변한다. 흙을 파내고 묘목을 심은 자리에 조심스레 물을 뿌린다. 자신을 보살피는 주인에게 보답이라도 하듯 어린 나무는 아침저녁으로 새로운 모습으로 변신한다. 가느다란 나뭇가지에 잎사귀를 하나둘 피우는 모습은 경이로울 뿐이다. 그러다 사람 키를 훌쩍 뛰어넘을 만큼 성장한다. 거목이 돼 한여름엔 그늘을 드리우며 휴식처를 제공한다. 유실수라면 수확의 즐거움도 준다. 이 무렵이면 사람의 시선은 아래에서 위로 향한다. 인간도 마찬가지다. 어릴 땐 부모 등 주변의 돌봄 속에서 성장하다 성년이 되면서 도움을 주는 존재로 역할이 바뀐다. 그러다 노년기엔 보살핌의 대상으로 바뀐다. 어린이날이나 어버이날, 노인의날은 남녀노소 관계없이 함께 어울려 사는 공동체를 만들자는 사회 구성원들의 의지의 표현이다. 그리고 이 같은 다짐은 사회지도층 인사들이 솔선수범할 때 빛이 더 난다. 최근 하태경 바른미래당 최고위원의 노인 폄하성 발언을 보면 이 같은 평범한 상식을 잊은 것 같아 씁쓸하다. 51세인 하 최고위원은 지난 22일 당의 최고위원회의에서 손학규 대표를 겨냥해 “가장 지키기 어려운 민주주의가 개인 내면의 민주주의다. 나이가 들면 그
  • [씨줄날줄] 학자금 대출 탕감/박록삼 논설위원

    [씨줄날줄] 학자금 대출 탕감/박록삼 논설위원

    1794억원. 지난해 말 국세청 국세통계연보에 나온 ‘취업 후 학자금 의무 상환 대상’ 금액이다. 학자금 대출을 받은 대학 졸업생들이 사회로 나와 취업하자마자 갚기 시작해야 할 빚의 전체 규모다. 하지만 이는 빙산의 일각이다. 한국장학재단, 사학연금, 공무원연금, 군인연금 등이 빌려준 학자금 대출 잔액은 15조원이라는 통계도 있다. 지난해 대학생 1명의 평균 대출금은 843만원, 졸업생만 따지면 한 사람당 평균 대출 규모가 1500만원이다. 취업도 전에 ‘빚쟁이 신세’다. 대출받고 아르바이트 해가면서 어렵사리 공부하고 졸업한 청년들을 기다리는 것은 살인적 취업난이다. 온갖 스펙 동원해 힘겹게 취업했더니 첫달 월급에서부터 밀린 빚을 갚아 나가야 한다. 월급으로 빚잔치를 하고 나면 작은 전셋집 마련도 어려우니 결혼을 선뜻 결심하기도 어렵다. 설령 결혼하더라도 출산 결심에는 더 큰 용기가 필요하다. 미래를 위한 투자는 언감생심이며 낮은 신용등급은 괴롭디괴로운 덤이다. 등록금 대출→취업난→취업 뒤 빚 상환→결혼난→저출산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의 무한루프’다. 그런데 비록 미국의 이야기지만 눈이 번쩍 뜨이는 뉴스가 최근 들렸다. 지난 19일 아프리카계 미국인 중 최고
  • [씨줄날줄] 여론조사의 함정/황성기 논설위원

    [씨줄날줄] 여론조사의 함정/황성기 논설위원

    여론은 정치에 대한 국민의 의사표시이자 의회민주주의의 기초다. 정치는 끊임없이 여론을 통해 자기를 확인하며 변모한다. 여론 확인의 가장 간단하고 신속한 방법이 여론조사다. 여론조사 결과는 정치인이나 정당에 민감할 수밖에 없으며, 정파에 따라 희비가 엇갈린다. 그래서 늘 공정성, 신뢰성 시비에 휘말린다.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가 논란의 중심에 있다. 지난 9일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의 지지율 격차가 1.6% 포인트로 좁혀졌다가 그다음 주에는 격차가 13.1% 포인트로 벌어지자 두 정당 모두가 공격한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 취임 2주년을 앞둔 4개 언론사 조사(조사기관은 한국리서치, 코리아리서치, 칸타코리아 등)에서 두 당의 지지율 격차는 12~19% 포인트였다. 이런 여론의 추이를 보면 9일의 리얼미터 조사에 의문을 가질 법하다. 이택수 리얼미터 대표는 억울하단다. 조사 기준, 방식을 바꾸지 않는 정점(定點) 관측이므로 “사실과 다르다”는 민주당이나, “권력자 말에 결과가 달라진다”는 한국당 주장은 있을 수 없다는 항변이다. 리얼미터는 일부 보도가 회사 명예를 실추시켰다며 소송까지 나설 태세다. 리얼미터처럼 매주 대통령 직무수행 평가와 정당 지지도를 발표하는
  • [씨줄날줄] 부시의 노무현 초상화 선물/임창용 논설위원

    [씨줄날줄] 부시의 노무현 초상화 선물/임창용 논설위원

    미국에서 퇴임 후 가장 성공적인 삶을 일군 전직 대통령으로 지미 카터 전 대통령이 자주 꼽힌다. 대통령직에 있을 때는 성과가 빈약하다는 비판을 받은 반면에 퇴임 뒤의 활동은 그야말로 눈부시기 때문이다. 인권 활동가로서 세계를 누비며 활동해 온 그는 1994년엔 일촉즉발의 한반도 핵위기 때 김일성 주석을 만나 사태를 평화적으로 해결해 노벨평화상을 수상했다. 하지만 카터 전 대통령 같은 경우는 드물다. 다른 전직 대통령들도 가끔 인권·봉사 활동에 나서기도 하지만 대개 강연이나 집필 활동으로 시간을 보내는 경우가 더 많다. 특히 빌 클린턴 전 대통령 부부는 백악관을 떠난 뒤 강연과 출판, 상담 활동으로 수억 달러를 벌어들였다. 그들에 앞서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은 퇴임 후 일본의 소니 회사에 가서 한 번 연설하는 데 200만 달러를 받는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전직 대통령들이 재임 시의 경험을 상업화해 돈벌이에 나서고 있다는 눈총을 받기도 한다. 그런 점에서 오는 23일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10주기 추도식에 참석하는 조지 W 부시(아들 부시) 전 대통령은 좀 특이한 사례에 속한다. 그는 10년 전 퇴임한 뒤 화가로 활발하게 작품 활동을 하고 있
  • [씨줄날줄] ‘여자’ 경찰 말고 여자 ‘경찰’!/황수정 논설위원

    [씨줄날줄] ‘여자’ 경찰 말고 여자 ‘경찰’!/황수정 논설위원

    ‘여경 논란’이 뜨겁다. 서울 구로구 대림동에서 술 취한 남성을 제압하지 못한 여성 경찰관이 시민에게 도와달라고 요청하는 무기력한 모습이 동영상으로 공개되면서 삽시간에 ‘여경 무용론’이 퍼졌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여경을 없애라”는 요구까지 등장했다. 영상 속 여성 경찰관은 동료 남성 경찰관이 주취자들에게 뺨을 맞자 무전으로 다른 경찰관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비판이 쏟아진 것은 수갑을 채우는 대목. 여성 경찰관은 “남자분 한 명 빨리 나와 달라”고 외쳤고, 한 남성이 “(수갑을) 채워요?”라고 묻자 “빨리 채우세요”라며 다급한 목소리로 답했다. 민망한 비판들이 꼬리를 문다. “여경은 공무원 월급 받는 치안조무사냐?”, “대통령은 시장에 가면서도 기관총 경호원을 대동하면서 시민 치안은 여경한테 맡겨?” 등. ‘천조국(‘미국’을 뜻하는 인터넷 용어) 여경’도 유튜브에서 새삼 인기다. 건장한 흑인 남성을 제압하는 미국 여경의 단련된 모습에 “클래스(수준)가 다르다”는 비아냥이 섞인다. 여경 논란은 건드리면 터지는 화약고가 됐다. 지난해 10월에는 부산의 교통사고 현장에서 여경들이 “어떡해, 어떡해” 하며 발을 구르는 동영상이 인터넷을 달궜다. 전복된 차
  • [씨줄날줄] 한한령? 환한령!/박록삼 논설위원

    [씨줄날줄] 한한령? 환한령!/박록삼 논설위원

    한한령. 사전에도 등재되지 않은 이 단어는 2016년 한국 사회를 대규모 공황에 빠뜨렸다. 바로 중국의 ‘한류 금지령’이었다. 첫 타깃은 문화예술계였다. TV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의 전지현·김수현, ‘태양의 후예’ 송중기·송혜교, ‘상속자들’의 이민호 등은 각각 수십억원의 몸값을 자랑했다. 2014년 이민호는 7억명이 본다는 중국 CCTV 설날 프로그램 춘제완후이(春晩)에 출연했다. 엑소, G드래곤, 황치열 등 숱한 가수들도 대륙을 휩쓸다시피 했다. 또 규제가 많은 중국 영화시장에도 한중 합작 바람이 불었고, ‘수상한 그녀’(重返20歲) 등 여러 영화의 판권이 팔려 인기를 끌었다. 한류의 기세는 거칠 것이 없었다. 그러나 2016년 7월 정부가 시민사회의 반대를 무릅쓰고 기습적으로 미국의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를 배치하면서 한류 흥행의 시간은 정지됐다. 외교안보 이슈가 문화교류, 한중 경제무역을 삽시간에 지워 버렸다. 중국의 보복 조치는 사실상 예고된 부분이었다. 황교안 당시 국무총리는 그해 7월 19일 국회 대정부 질의에서 “한중 관계가 고도화돼 쉽게 경제 보복을 할 수 있는 구조가 아니다”라고 우려를 일축했다. 몇 달 뒤 현실화한 중국의 한한령에
  • [씨줄날줄] G20 한일 정상회담/황성기 논설위원

    [씨줄날줄] G20 한일 정상회담/황성기 논설위원

    1965년 국교정상화 이후 한국과 일본의 정상회담이 순조롭게 성과를 낸 적은 별로 없었다. 양국의 미래지향적 발전을 담은 ‘21세기 한일 파트너십 공동선언’의 두 주인공 김대중 전 대통령과 오부치 게이조 전 총리의 1998년 회담이 수교 54년 역사에서 거의 유일하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위안부문제 해결 없이 한일 정상회담 없다’면서 문턱을 높였다. 2015년 서울 한중일 정상회의에 온 아베 신조 총리는 박 전 대통령과 정상회담은 했으나 밥 한끼 대접받지 못하는 문전박대를 당했다. 지난해 5월 도쿄 한중일 정상회의 때 문재인 대통령의 일본 방문은 당일치기였다. 93년 김영삼 정부 이후 지금까지 61차례 한일 정상회담이 열려 이 가운데 국제회의에서 잠시 만난 것을 빼면 25년간 26차례 두 정상이 한일을 오갔다. 이명박 전 대통령의 독도 방문(2012년 8월) 이후 한일 관계가 급격히 악화돼 셔틀 외교가 끊긴 이후로 여태껏 두 나라 정상이 예의를 갖춰 방문한 일이 없다. 한일 외교의 엄혹한 현주소다. 6월 오사카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때 한일 정상회담 여부에 관심이 쏠린다. 이런 규모의 정상회의라면 개막 일주일 전에야 양자회담이 결정된다. 한 달
  • [씨줄날줄] 세계유산, 한국의 서원/이순녀 논설위원

    [씨줄날줄] 세계유산, 한국의 서원/이순녀 논설위원

    1543년(중종 38) 경상도 풍기 군수 주세붕은 성리학의 선구자인 고려말 학자 안향이 살았던 백운동에 그의 영정을 모신 사묘(祠廟)를 세워 제사를 지내고, 양반 자제들을 모아 유학을 가르쳤다. 중국 송나라 주자가 세운 백록동서원을 벤치마킹한 조선 최초의 서원, 백운동서원이다. 사학인 서원을 부흥시킨 건 퇴계 이황이다. 풍기 군수로 부임한 이황은 1549년(명종 4) 조정에 편액과 토지, 책과 노비 하사를 청하는 상소를 올렸다. 명종은 이듬해 ‘무너진 교학을 다시 이어 닦게 하라’는 뜻의 소수서원(紹修書院)이란 친필 현판을 내렸다. 면세, 면역 등의 특권을 부여받은 사액서원의 시초다. 교육과 제사 기능을 겸비한 서원은 인재 양성과 유교적 향촌 질서 유지, 정치적 공론 형성 등에 크게 기여했다. 반면 파벌과 당쟁을 부추기고, 서원 소유 토지의 증가로 국고 수입이 줄어드는 등 부작용도 적지 않았다. 명종대에 17곳이었던 서원은 18세기에는 700여곳에 달했다. 공립 학교인 향교가 붕괴되고, 서원의 폐단이 갈수록 극심해지자 1864년 흥선대원군은 고종 즉위 직후 소수서원, 도산서원 등 47곳만 남기고 전면 철폐를 단행했다. 이렇게 살아남은 서원 중 9곳이 유네스
  • [씨줄날줄] 예비교사의 자격/박록삼 논설위원

    [씨줄날줄] 예비교사의 자격/박록삼 논설위원

    ‘스승의 그림자도 밟지 않는다’는 말은 호랑이 담배 피우던 시절의 이야기다. 그래도 교권의 추락을 개탄할 때마다 내뱉고들 한다. 옛적 시골마다 교사는 흔치 않는 존재였다. 말 그대로 스승이었고, 지식이었다. 노유(老幼)를 떠나 존중과 존경의 마음이 컸다. 거기에 내 아이의 교육을 맡겼다면 가없는 감사의 마음까지 보태졌다. ‘선생 똥은 개도 안 먹는다’는 말 또한 마찬가지다. 원래 교사들끼리의 자조적 표현이었다. 아이들을 가르친다는 게 좀 쉬운 일인가. 교육에 애간장을 태우고 노력해야 하는 게 숙명임을 스스로 잘 알기에 이를 에두른 말이었다. 하지만 이제 이 말에 경멸의 시선이 담긴다. 사회적으로 존중은커녕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는 직업이라는 자괴감이 더 커지고 있다. 늘 뭔가 요구하는 학부모가 교사들에게 불편한 존재이듯 학부모들 또한 교사에게 존경을 보내는 경우가 많지 않다. 한데 불난 집에 기름 끼얹은 격이다. 지난 3월 서울교대 남학생 11명이 단체 채팅방에서 후배 여학생들을 단체로 성희롱한 사건에 대해 지난 10일 유기정학 2~3주의 징계를 받았다. 이들은 스케치북에 여학생의 사진과 개인정보를 담고 얼굴, 몸매에 대해 등급을 매기기까지 했다. 4학년 몇
  • [씨줄날줄] 위험지역 여행/이순녀 논설위원

    [씨줄날줄] 위험지역 여행/이순녀 논설위원

    지난해 10월 일본 사회는 시리아 북서부에서 무장 단체에 피랍됐다가 40개월 만에 풀려난 프리랜서 언론인 야스다 준페이를 둘러싼 논란으로 뜨거웠다. 2015년 6월 분쟁 지역 취재차 터키를 통해 시리아에 들어간 야스다는 억류 기간 중 네 차례에 걸쳐 동영상을 통해 도움을 호소했는데, 지난해 7월 공개된 영상에선 일본어로 “내 이름은 우마르이며, 한국인”이라고 말해 국내에서도 관심을 모았다. 시리아 인접국인 카타르와 터키의 도움과 일본 정부의 노력 끝에 무사 귀환에 성공했지만 그를 향한 여론은 싸늘했다. 일본 정부가 2011년에 시리아 지역을 자국민의 안전을 보장할 수 없는 피난 권고 지역으로 지정했음에도 야스다가 이를 무시해 정부와 국민에게 폐를 끼쳤다는 비판이 쇄도했다. 분쟁지역 취재의 불가피성과 알권리를 위한 기자 정신을 옹호하는 반론이 언론계 등에서 제기됐지만 비난 여론은 식지 않았다. 프랑스도 지금 비슷한 상황이다. 아프리카 부르키나파소에서 무장세력에 붙잡혔다가 지난 10일(현지시간) 구출된 자국 여행객들에 대한 비판이 일고 있다. 구출된 프랑스인 남성 2명은 프랑스 정부가 지정한 여행금지구역에 들어갔다가 피랍됐다. 이들을 구하려고 투입된 특수부대원
  • [씨줄날줄] 복합쇼핑몰 규제 논란/박현갑 논설위원

    [씨줄날줄] 복합쇼핑몰 규제 논란/박현갑 논설위원

    기술 변화나 소비자층의 변화로 제조업 못지않게 변화무쌍한 시장이 유통시장이다. 온라인 쇼핑이 늘면서 백화점이나 대형마트로 상징되는 대형 오프라인 유통업체도 온라인 서비스를 병행한다. 구찌나 페라가모 등 이른바 명품 브랜드들도 백화점 등 독립적인 오프라인 매장만이 아니라 인터넷 쇼핑몰로 뛰어든 지 오래다. KB국민카드에서 2016년 1월부터 지난해 말까지 전국 카드 결제, 가맹점 빅데이터를 분석한 결과는 또 다른 소비패턴의 변화를 보여 준다. 주거 지역에 위치한 야채·과일가게와 정육점의 월평균 매출 규모는 3년 새 21% 성장한 반면 같은 기간 대형마트는 2.6% 올랐다. 소비 목적과 필요에 따라 물품을 사는 ‘가치소비’ 확산 현상으로 분석했다. 최근 CJ푸드빌 사례도 있다. 자사의 커피전문 브랜드인 투썸플레이스를 해외에 매각했다. 투썸은 스타벅스를 따라잡을 유력한 국내 토종 커피 브랜드였으나, 빕스 등 자사의 외식 분야 경영난 타개를 위한 자구책이었다. 1인 가구 증가로 혼밥 전문점은 성황이나 빕스 같은 가족형 레스토랑은 사양길로 접어들었다. 이처럼 유통 환경이 시시각각 변하는 가운데 지난달 말 코스트코 하남점 개점을 계기로 정부의 복합쇼핑몰 규제 방안이
  • [씨줄날줄] ‘일벌백계’ 고려대/황수정 논설위원

    [씨줄날줄] ‘일벌백계’ 고려대/황수정 논설위원

    죄목 중에 가장 고약한 것이 괘씸죄다. 양형 기준이 따로 없어 처벌 수위는 벌을 주는 쪽의 마음이다. 왜, 얼마나 맞아야 하는지 이유가 선명하지 않으니 두 배로 아플 수밖에. 고려대가 교육부의 심기를 잘못 건드린 모양이다. 최근 고려대는 교육부의 고교교육 기여대학 지원 사업의 중간평가에서 탈락했다. 해마다 이 지원금을 받던 고려대가 교육부의 괘씸죄에 딱 걸렸다는 등 해설이 분분하다. 현재 고2가 대상인 2021학년도 입시안에서 교육부의 정시 확대 권고안을 무시한 것이 괘씸죄의 사유로 들먹거려진다. 고교교육 기여대학 지원 사업은 학생과 학부모의 부담을 줄이는 쪽으로 입시전형을 간소화하는 대학에 해마다 지원금을 주는 프로그램. 올해 예산은 559억원으로 선정된 대학은 평균 8억 3000만원을 받게 된다. 지난해 교육부는 대입시에서 정시 30% 이상 적용을 각 대학에 권유했다. 그런데 고려대는 2021학년도 입시에서 학생부 교과전형을 기존 9.6%에서 27.8%로 늘리겠다고 발표했다. 교과전형이 크게 늘면 수능 위주의 정시를 30%까지 확대할 여지가 없으니 교육부는 뿔이 났을 게다. 교육부 입장만 보면 괘씸할 법도 하다. 정시 확대 여론에 못 이긴 교육부는 재작
  • [씨줄날줄] 전경련과 개혁/박록삼 논설위원

    [씨줄날줄] 전경련과 개혁/박록삼 논설위원

    “미르재단, K스포츠 재단 설립을 주도한 전경련은 발전적으로 해체하는 게 맞다. 청와대가 전경련을 상대 안 해주면 된다.”(2016년 10월 유승민 의원) “자진해산하지 않으면 정부가 전경련을 해산시켜야 한다. 전경련이 스스로 자유시장경제 창달의 장애물이 됐음을 보여 준다.”(2017년 2월 안철수 대선 후보) ‘대통령 박근혜 탄핵’ 이후 2017년 5월 대통령 선거를 치렀다. 대선 후보 8명 중 6명이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 해체 입장을 밝혔다. 전경련으로서는 외통수에 몰렸다.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에 활용된 미르재단, K스포츠재단 등의 설립, 기금 마련에 전경련이 주도적으로 나섰고, 박근혜 정부 역사교과서 국정화에 앞장섰으며, 어버이연합 등 극우단체를 후원한 사실도 밝혀졌다. 후보마다 한목소리로 해체하라니 ‘정치보험’을 들기도 애매했다. 전경련은 명실상부한 재벌의 이익단체다. 재벌이야 하나하나가 이미 충분한 ‘갑’이다. 그 갑들이 한데 모인 단체니 실상은 ‘재벌판 어벤져스’에 가깝다. 때로는 정치권력에 붙어서 ‘정치권 수금 창구’로서 정경유착의 고리 역할을 하는가 하면, 때로는 자본으로 그들을 철저히 길들이기도 했다. 촛불 민심이 전경련의 해체를 요구
  • [씨줄날줄] 김정은·아베 회담/황성기 논설위원

    [씨줄날줄] 김정은·아베 회담/황성기 논설위원

    북한과 일본의 정상회담은 비핵화 퍼즐의 맨 마지막에 끼우는 조각(피스)으로 인식돼 왔다. 일본이 배상금이든 경제협력자금이든 식민지배의 불행한 과거를 청산하는 목돈을 북한에 건네는 시점은 북미 협상이 거의 완료돼 가는 국면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일본 외무성은 ‘일조(북일) 평양선언에 의거해 납치, 핵, 미사일 등의 모든 현안을 포괄적으로 해결하고 불행한 과거를 청산해 일조 국교정상화를 실현한다’를 기본 방침으로 하고 있다. 아베 총리는 ‘납치 해결 없이는 북일 국교정상화 없다’는 원칙을 2012년 12월 2차 집권 이후 되풀이해 왔다. 아베 총리가 변했다. 그는 5월 2일자 산케이신문 인터뷰에서 “조건 없이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만나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해 보고 싶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을 가리켜 “유연하고도 전략적 판단이 가능하다”고까지 치켜세웠다. 교도통신은 그제 하노이 북미 2차 정상회담에서 김정은 위원장이 “북일 간 현안으로서 일본인 납치 문제가 있다는 것은 알고 있다. 언젠가 아베 총리와도 만날 것”이라고 말했다고 일본 정부 소식통의 말을 인용해 보도했다. 이런 보도를 통해 일본 정부가 북한에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분명하다. ‘김정은 위원장이여, 아
  • [씨줄날줄] 층간소음 해법/박록삼 논설위원

    [씨줄날줄] 층간소음 해법/박록삼 논설위원

    지난 4일 세종시 한 아파트에서 층간소음 때문에 위층 남성이 흉기를 휘둘러 아래층 남성에게 중상을 입혔다. 몇 차례 항의할 때마다 피해자가 “그 시간에 자고 있었다”고 말해 더 화가 났다는 가해자는 살인미수로 입건됐다. 또 지난 2월 청주에서는 ‘층간소음 보복용 스피커’를 천장에 설치한 40대 남성이 즉결심판에 넘겨지기도 했다. 개 짖는 소리와 아이 뛰는 소리에 받은 고통을 복수하기 위한 조치였다지만, 위층에서는 아래층에서 아이 울음소리가 계속돼 아동학대가 의심된다며 경찰에 신고했다. 잊을 만하면 끊임없이 등장하는 ‘층간소음’ 관련 사건들이다. 남의 일이 아니다. 아파트 주민들이라면 한번쯤 피해를 주거나 받았을 가능성이 높다. 일단 구조적 원인이 크다. 2014년 이후 지어진 아파트는 층간 두께와 바닥 충격음 기준을 강화했기에 층간소음이 덜하다 했는데, 지난 2일 감사원 발표를 보면 별 개선이 없다. LH와 SH가 시공한 22개 공공아파트 126가구와 민간 회사 시공 6개 민간아파트 65가구 등 총 191가구의 층간소음을 잰 결과 전체의 96%에 달하는 184가구는 사전에 인정받은 성능 등급보다 실측 등급이 하락했고, 60%에 해당하는 114가구는 아예 최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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