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 속 여성 경찰관은 동료 남성 경찰관이 주취자들에게 뺨을 맞자 무전으로 다른 경찰관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비판이 쏟아진 것은 수갑을 채우는 대목. 여성 경찰관은 “남자분 한 명 빨리 나와 달라”고 외쳤고, 한 남성이 “(수갑을) 채워요?”라고 묻자 “빨리 채우세요”라며 다급한 목소리로 답했다. 민망한 비판들이 꼬리를 문다. “여경은 공무원 월급 받는 치안조무사냐?”, “대통령은 시장에 가면서도 기관총 경호원을 대동하면서 시민 치안은 여경한테 맡겨?” 등. ‘천조국(‘미국’을 뜻하는 인터넷 용어) 여경’도 유튜브에서 새삼 인기다. 건장한 흑인 남성을 제압하는 미국 여경의 단련된 모습에 “클래스(수준)가 다르다”는 비아냥이 섞인다.
여경 논란은 건드리면 터지는 화약고가 됐다. 지난해 10월에는 부산의 교통사고 현장에서 여경들이 “어떡해, 어떡해” 하며 발을 구르는 동영상이 인터넷을 달궜다. 전복된 차량 안의 부상자를 남자들이 구출했던 동영상은 엉뚱하게 성대결로 치달았다. 그때나 이번이나 경찰은 “매뉴얼대로 했으니 문제없다”고 해명한다. 하지만 반박의 목소리가 높아진다. “이번 일은 단순한 여혐(여성혐오) 논란이 아니라 경찰 신뢰의 문제”라는 지적이다.
경찰 2만명 증원은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 2022년까지 여경 비율을 15%까지 끌어올리겠다는 정부 방침에 지난해 순경 공채에서는 여경 비율이 25%로 높아졌다. 이 비율이 당분간 유지될 것이라니 한편에서는 우려의 여론이 커지는 것이다. “여경 동료와의 순찰이 부담스럽다”는 남자 경찰관, “여경 혐오에 도매금으로 넘어가기 싫다”는 여자 경찰관. 이게 엄연한 현실이라면 숫자만 맞추려는 요령부득의 정책은 심각하게 돌아볼 문제다.
한국 여경 시험의 팔굽혀펴기 체력검사가 도마에 올랐다. 일본은 정자세 팔굽혀펴기 15회 이상 해야 합격인데, 우리는 무릎 대고 팔굽혀펴기 방식으로 10회가 과락이라는 것. 당장 어느 야당 의원은 여경의 체력 시험만이라도 아시아권의 보편적 수준으로 강화하자고 나섰다. 영 허튼소리로만 들리지 않는다. 구구한 불신에 노출되느니 그깟 팔굽혀펴기 제대로 하고 말겠다는 여경 지원자들이 많을 것 같다.
“‘여자’ 경찰 말고 여자 ‘경찰’을 뽑으라”는 어느 네티즌의 훈수 한마디. 쾌도난마다.
2019-05-20 31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