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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울광장] ‘대지진 일본’ 서쪽으로 간다/이춘규 논설위원

    [서울광장] ‘대지진 일본’ 서쪽으로 간다/이춘규 논설위원

    지난 4일 밤 서울에서 일본 도요타자동차 인사를 만났다. 글로벌 경쟁력 회복 방안을 찾아 방한한 도요다 아키오 사장을 수행했다. 도요타에게 한국은 각별하다. 창업 후 최대위기 때 한국전쟁 특수로 회생했다. 승승장구하던 도요타. 3·11 대지진 뒤 도요타식 JIT(필요한 만큼만 부품을 조달하는) 방식이 문제가 됐다. 부품공장과 전세계 공장이 연쇄적으로 멈췄다. 리콜사태와 겹쳐 한국과 전세계에서 판매가 급락했다. 이 위기에 사장이 한국을 찾아 뒷말이 많다. 도요타 측은 방한 기간 현대자동차 등 한국 노사분규 문제에 관심이 컸다. 신차 다양화, 한국의 지진 지원, 한류도 언급했다. 도요다 사장은 안보상황 등 한국을 더 알아보겠다며 파주 통일전망대도 찾았다. ‘부품 한국투자설’만은 말을 아꼈다. 도요타의 앞날은 여전히 예측불허다. 대지진의 상처가 예상 외로 깊고 심각해지면서 도요타의 경우처럼 일본, 일본인들이 돌파구를 찾아 서쪽으로 간다. 지진과 지진해일,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 폭발 사고의 직격탄을 맞은 동일본을 떠나 서진하고 있는 것이다. 국내외를 가리지 않는 현상이다. 개인도, 기업도, 단체도 옮겨가고 있다. 도쿄는 대지진에 취약하다며 오사카가 제2 수
  • [서울광장] 2011년 7월 6일 웃어라! 평창/오병남 논설실장

    [서울광장] 2011년 7월 6일 웃어라! 평창/오병남 논설실장

    삼세판이란 말이 있다. 한두 번 실패한 일이 세 번째는 이뤄질 것이라는 희망과 기대가 담긴 말이다. 평창의 2018년 동계올림픽 유치 꿈이 딱 그런 상황이다. 평창은 한달여 뒤인 다음 달 6일 남아프리카공화국 더반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총회에서 통산 세 번째로 동계올림픽 유치에 도전한다. 2010·2014년 동계올림픽 유치전에서 잇따라 1차 투표 1위를 차지하고도 거푸 역전패의 쓴잔을 든 평창은 이번만은 반드시 승리를 움켜쥘 것이라고 벼른다. 현재까지의 분위기는 따뜻하다. 경쟁 도시 가운데 프랑스 안시가 일찌감치 한 발 처진 가운데 독일 뮌헨과 각축 중이다. 비드북 제출(1월), IOC 위원 실사(2월), 프레젠테이션(5월)까지 올해 초부터 이어진 공식 유치전에서는 모두 가장 앞섰다. 지난달 IOC 위원을 상대로 한 프레젠테이션을 성공적으로 마친 뒤 IOC 위원인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은 “상승세다. 더 이상 올라갈 필요는 없다. 그 대신 절대로 실수해서는 안 된다. 우리가 다 됐다고 떠들어 버리면 분위기가 바뀐다.”고 말했다. 꿈이 현실이 될 수 있음을 시사한 대목이다. 그렇다고 낙관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공식적인 유치전에서의 평가보다 더 결정
  • [서울광장] 어젠다의 덫/박대출 논설위원

    [서울광장] 어젠다의 덫/박대출 논설위원

    요즘 TV엔 폭로가 많다. 연예 프로그램에선 단골 메뉴다. 맛집 폭로, 절친 폭로, 폭로 열전…. 띄워주고, 웃겨주는 내용들이다. 긍정과 부정의 경계가 없다. 오히려 긍정이 주류다. 원래 폭로는 부정적이다. ‘나쁜 일’ ‘음모’가 바탕에 깔린다. 긍정적인 내용이면 진짜 폭로가 아니다. 이때 폭로란 말을 쓰면 맞지 않다. 그래도 남발한다. 자극적인 표현은 궁금증을 유발한다. 시청자 낚시용이다. 하지만 애교로 넘어간다. 책임을 추궁받지 않는다. 뒤탈이 없다. 폭로는 광고용 카피다. 한마디로 시선을 끈다. 정치권은 늘 그런 표현을 좇는다. 짧은 구호로 포장된 어젠다를 금과옥조로 여긴다. 그 유혹은 달콤하나 함정이 있다. 정적(政敵)들은 애교로 봐주지 않는다. 빈틈만 찾는다. 흑백 논란은 필연이다. 탈 나기 일쑤다. ‘황우여발 복지논쟁’이 뜨겁다. 반값 등록금으로 촉발됐다. 반값이란 말이 자극적이다. 얼핏 어젠다로 손색이 없다. 한나라당 쇄신 1탄으로 내놨다. 결과는 반쪽이다. 찬성과 반대만 있다. 한나라당부터 그렇다. 신주류와 구주류 간에 갈등하고 있다. 원내 지도부는 청와대와 엇갈린다. 교육과학기술부는 찬성이고, 기획재정부는 반대다. 중간지대도, 접점도 없
  • [서울광장] 재·보선 참패 박근혜에 좋은 걸까/곽태헌 논설위원

    [서울광장] 재·보선 참패 박근혜에 좋은 걸까/곽태헌 논설위원

    한나라당이 4·27 재·보선에서 참패한 지 1개월이 지났다. 그동안 한나라당에서는 당명 변경을 포함한 각종 쇄신안이 쏟아졌다. 이명박 대통령과 친이계에 대한 비난 및 공격의 강도도 높아졌다. 지난 6일 치러진 원내대표 선거는 한나라당의 현주소를 알 수 있는 상징적인 사례다. 비주류로 분류됐던 황우여 의원이 친이계를 탈퇴한 정두언 의원을 비롯한 소장파의 지지를 받으며 친이계인 안경률 의원을 결선투표에서 압도적으로 제치고 당선되는 파란을 일으켰다. 물론 친박계는 황 의원을 지지했다. 재·보선 패배 후 급조된 ‘새로운 한나라’에는 친이계에서 이탈한 소장파, 중립성향 의원, 일부 친박계 의원 등 40여명이 포함돼 있다. 요즘 신주류로 불리는 이들이 쇄신책을 내놓고 있지만, 구성원들의 면면과 과거 행태를 보면 그럴 자격은 별로 없어 보인다. 지난해 7월 14일 전당대회를 통해 임기 2년의 대표로 당선됐던 친이계인 안상수 전 대표는 재·보선 패배로 10개월 만에 중도하차했다. 황 원내대표는 19일 박 전 대표와 비밀회동을 한 뒤 수첩에 메모한 것을 기자들에게 브리핑했다. 선출직 원내대표가 전 대표를 ‘알현’한 뒤 대변인처럼 ‘지침’을 설명한 것이라는 비판도 나왔
  • [서울광장] 엔 약세 급반전에도 대비하자/이춘규 논설위원

    [서울광장] 엔 약세 급반전에도 대비하자/이춘규 논설위원

    일본 엔화가 초강세다. 사상 최악의 동일본 대지진과 지진해일, 원전사고가 겹치는 대형악재가 출현했고, 재정·정치상황이 좋지 않은데도 강세라 많은 사람들이 고개를 갸웃거린다. 엔 강세는 자동차·전자 등 일본과 경쟁 산업이 많은 우리 대기업이나 경제에 유리하다. 엔고 파장은 복합적이지만 엔고 종언설도 주목된다. 왜 엔고인가. 일본은 대외순자산이 2010년 말 251조 4950억엔으로 20년 연속 세계 1위 채권국이다. 달러로 환산하면 3조 850억 달러로 사상 최대다. 대외순자산 2위 중국(2009년 말 167조엔)이나 독일, 홍콩, 스위스를 압도한다. 지난해 경상수지 흑자 17조엔 중 기관·개인투자가들의 해외보유 금융자산 이자나 배당소득 등 소득수지 흑자가 11조엔대로 매달 1조엔에 가깝다. 지진으로 인한 무역흑자 감소보다 훨씬 많아 엔고를 견인한다. 석유 등 원자력에너지 대체연료 수입 급증이 무역수지를 악화시키고 있지만 이를 상회한다. 해외자산을 팔아 지진 보험금 지급용 엔화를 마련하지 않아도 될 정도로 여유다. 일본이 1% 정도 장기 디플레이션인데 미국은 2% 정도의 인플레이션일 정도의 내외 인플레이션 격차도 엔고를 유발한다. 물론 일본경제의 호재
  • [서울광장] 금융 감독 사후감시가 대안이다/주병철 논설위원

    [서울광장] 금융 감독 사후감시가 대안이다/주병철 논설위원

    #1 1970년 박정희 대통령의 지시로 한국개발연구원(KDI)을 지을 때였다. 당시 박 대통령은 2주 간격으로 사람을 몰래 보내 공사 중인 KDI 건물을 찍어오게 한 뒤 집무실 벽에 붙여 놓고 공사 진척도를 챙겼다. KDI는 차질없이 이듬해 3월 출범했다. 이후 KDI 설립 30주년 때 리모델링을 위해 천장을 뜯었는데, 내부가 너무 잘 보존돼 있어 놀랐다고 한다. 전두환 대통령 시절 지은 KDI 별관은 다시 지어야 할 정도로 엉망이었다. 눈을 부릅뜨고 챙기느냐, 그냥 맡겨 두느냐에 따라 달라진다는 얘기다. KDI 관계자는 “박 대통령은 일을 할 때 기획은 자기능력의 5%만 하고 95%는 사후 감시에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고 전한다. #2 몇년 전 퇴직한 경제 관료 A씨는 그만두기 전 직무와 관련된 곳에 2년간 취업을 못하도록 돼 있는 공직자 윤리 규정에 묶여 고민하다 모 대기업에서 경제연구소로 와 달라는 제의를 받고 응했다. 그런데 소속만 경제연구소일 뿐 2년간 파견 형태로 다른 계열사에 가서 근무했다. 경제관료 B씨는 퇴직하기 몇년 전부터 본인의 전공 분야와 관련 없는 곳으로 옮겨 ‘보직 세탁’을 거쳤다. 취업하는 데 문제가 없었다. 법과 규정이 있어
  • [서울광장] 강남좌파 행동하지 않으면 의미 없다/김종면  논설위원

    [서울광장] 강남좌파 행동하지 않으면 의미 없다/김종면 논설위원

    4·27 분당을 국회의원 보궐선거에서 여당 후보는 좌파로부터 나라를 지켜 달라고 호소했지만 선택받지 못했다. ‘제2의 강남’으로 불리는 대표적인 중산층 밀집 지역에서 색깔론은 통하지 않았다. 살 만큼 산다는 동네에서조차 ‘못살겠다 갈아 보자.’는 자유당 시절 구호가 나부낀 마당에 무슨 이념을 기대하겠는가. 경제적 실리를 좇는 이익 투표의 양상만 도드라졌다. 20년 보수 아성의 반란에서 보듯 우리 사회의 양극화 혹은 상대적 박탈감은 특정 지역이나 계층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다. 시대의 질병이다. 국세청 자료에 따르면 종합소득세 상위 20%의 소득이 하위 20%보다 45배나 많다. 상위 20%가 전체 부의 80%를 차지하는 ‘20대80 사회’가 눈앞의 현실로 다가온 것이다. 격차 사회의 고착화는 재앙이다. 어떻게든 막아야 한다.“미국이 망한다면 양극화 때문일 것”이라는 미국 경제학자 밀턴 프리드먼의 경고는 우리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소득격차에 따른 계층 간 위화감은 사회통합이 불가능할 정도다. 좌절과 분노로 가득 찬 위험사회에 우리는 살고 있다. 어떻게 양극화의 낭떠러지를 향해 질주하는 폭주 기관차를 멈춰 세울 수 있을까. 먼저 고장난 분배 시스템을 손
  • [서울광장] 교사 오토다케/박홍기 논설위원
  • [서울광장] 시장실패 정부실패/오병남 논설실장

    [서울광장] 시장실패 정부실패/오병남 논설실장

    정부는 시장 실패(market failure)를 말하고, 시장은 정부 실패(government failure)를 우려한다. 정부의 시장 개입과 시장의 반발이 날카로운 파열음을 내고 있다. 정부는 비즈니스 프렌들리(친기업)를 내세우며 고환율 정책 등으로 기업, 특히 대기업을 지원했는데 정작 대기업은 돈을 쌓아놓고 오히려 빚까지 얻어 몸집만 불렸다고 불만이다. 물가 불안을 감수하면서 수출을 지원하고, 출자총액 제한을 풀고, 법인세도 내렸지만 기대했던 투자와 일자리 창출에 소극적이어서 부의 불균형(양극화)만 심화됐다는 게 비판의 핵심이다. 지난해 6·2 지방선거에서 여당이 참패한 이후 시장 실패를 근거로 한 정부의 시장 개입은 본격화됐다. 친서민-공정사회-동반성장에 이은 이익공유제, 공적 연기금 주주권 적극 행사 등 일련의 움직임은 ‘큰 정부’를 지향하는 듯한 신호를 주기에 충분했다. 기름값과 통신비 인하를 겨냥한 기업 옥죄기도 같은 흐름이다. 시장에서는 “정부의 인식이 1980년대 수준에 머물러 있는 것 같다.”는 볼멘소리가 터져 나오기도 했다. 정부가 시장에 개입하면 시장은 과연 좋은 방향으로 바뀌는 것일까. 정부의 집요한 압박으로 내려간 기름값이
  • [서울광장] 한나라당의 구원투수는 국민이다/최광숙 논설위원

    [서울광장] 한나라당의 구원투수는 국민이다/최광숙 논설위원

    최근 영국에서 열린 윌리엄 왕자의 결혼식. 왕실의 전통에 따라 치러진 그 결혼식에 전 세계의 이목이 쏠렸다. 현실과 동떨어진 듯한 동화 속 나라의 이야기 같은데도 사람들이 열광하는 것은 왕실이 주는 독특한 매력과 위엄 때문일 게다. 박근혜 한나라당 전 대표도 마찬가지다. 우아한 기품과 근엄함, 카리스마로 따지면 세계 어느 왕실 패밀리와 견줘도 결코 뒤지지 않는다. 박 전 대표는 최근 몇년간 여야를 통틀어 여론조사 1위를 줄곧 지켜온 저력도 갖췄다. 한나라당의 유력 대선후보인 것은 말할 것도 없다. 최근 ‘천당 아래 분당’ 선거에서 손학규 민주당 대표가 승리하자 오히려 박 전 대표의 당내 입지는 더 탄탄해지는 듯하다. 오세훈 서울시장과 김문수 경기도지사의 지지표까지 박 전 대표로 쏠린다는 여론조사가 그리 놀랄 일도 아니다. 이러니 4·27 재·보선에서 참패한 한나라당 내에서 박근혜 역할론이 나오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지 모른다. 선거 전략상 틀린 얘기도 아니다. 대중적 지지도는 물론이고 좌절한 당을 추스릴 리더십을 그 이상 찾기 어렵기 때문이다. 하지만 선거 참패에 대한 통렬한 반성과 ‘내가 책임지겠다’고 나서는 이를 눈을 씻고 찾아봐도 없는 한나라당을
  • [서울광장] 노조법 재개정 투쟁의 속셈/우득정 수석논설위원
  • [서울광장] 위기는 망각에서 온다/박대출 논설위원

    [서울광장] 위기는 망각에서 온다/박대출 논설위원

    이명박 정부는 초기에도 험난했다. ‘강부자’ ‘고소영’ 논란부터 휩싸였다. 두달 뒤엔 촛불정국이 엄습했다. 고난만은 아니었다. 국민이 준 기회였다. 발전하라는 주문이었다. 그럼에도 시행착오를 거듭했다. 인사에선 첫 실수가 반복됐다. 뒷산의 반성은 실종됐다. 반성은 되레 촛불세력에게 요구됐다. 국민의 경고를 잊고, 또 잊었다. 망각의 연속이다. 망각병은 중증이다. 반성엔 진정성이 생명이다. 그렇지 않으면 꼼수다. 국면전환용 기술로 전락한다. 상황이 바뀌면 잊게 된다. 안이함으로 이어진다. 대응은 늦기 마련이다. 뒷북은 무리수를 낳고, 무리수는 혼선을 부른다. 공식처럼 되어 버렸다. 세종시 논란도 그랬다. 신공항 백지화는 난제였다. 정책 영역에 머물러야 했다. 하지만 정치 영역으로 넘어갔다. 정치는 꼬이는 게 본성이다. 방치해서 더 꼬이게 했다. 혼선만 걱정하면 우유부단해진다. 결단을 주저하다가 패싸움으로 키웠다. 결단은 4대강에만 있다. 전·월세 대란에도 나태했다. 정부는 일시적 현상이라고 했다. 작년 가을에도, 올봄에도 되풀이됐다. 하지만 대란으로 확산돼도 속수무책이다. 물가를 잡는다고 큰소리만 쳤다. 환율, 원자재값이 올라도 안이했다. 배추파동 하나
  • [서울광장] 교육정책 원칙도 철학도 없다/곽태헌 논설위원

    [서울광장] 교육정책 원칙도 철학도 없다/곽태헌 논설위원

    교육인적자원부는 2004년 8월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9등급제를 발표했다. 수능 성적은 1~9등급으로만 표시된다는 내용이다. 같은 등급 내에서는 점수 차이가 없다. 서울대가 2005년 5월 “내신은 믿지 못하겠으니 논술 위주로 뽑겠다.”고 발표하자, 대통령은 두달 뒤 “서울대 입시안은 나쁜 뉴스”라고 말했다. 김진표 교육부총리는 “논술이 본고사로 판정된 대학에는 정원도 줄이고 두뇌한국(BK)21 사업비 지원도 중단하겠다.”고 경고했다. 노무현 정부 때의 일이다. 당시 많은 사람들은 그러려니 했다. 노 정부의 교육철학은 좋게 말하면 기회균등, 나쁘게 말하면 하향평준화였다. 노 정부 때에는 서울대와 삼성을 비판하는 등 1등에 대한 질시가 유난히 심했다. 이명박 정부는 노 정부 때와는 다른 자율과 경쟁, 다양성을 교육정책의 높은 가치로 내걸고 출범했지만 끊임없이 규제와 간섭을 하고 있다. 2012학년도 대학입시에서 주요대학들이 경쟁적으로 수시에서 논술을 아예 없앴거나 논술 비중을 줄이기로 했다. 교육과학기술부에서 논술 비중과 대학 재정 지원을 연계하기로 한 게 결정적인 요인이었다. 최근 서울시교육청은 23개고에서 부당하게 학교생활기록부(학생부)를 고친
  • [서울광장] 오만한 일본, 흥분한 한국/이춘규 논설위원

    [서울광장] 오만한 일본, 흥분한 한국/이춘규 논설위원

    후쿠시마·미야기·이와테·아오모리·야마가타·아키타 현이 있는 일본 도호쿠지방은 한의 땅이다. 긴 세월 결혼도 차별받았다. 인구 과소화·고령화가 심하다. 부품·소재 산업이 강하고 도요타자동차 공장도 들어섰지만 여전히 낙후지역이다. 도호쿠를 궤멸시킨 3·11 동일본 대지진이 발생 4주가 지나며 방송들은 재난방송체제를 끝냈다. 각료들은 4월 들어 방재복을 벗고 평상복을 입었다. 외국에 일본이 불안하다는 인상을 줄 우려가 있기 때문이라니 일본스럽다. 실체는 감추기 어렵다. 8일 현재 2300개 대피소에 16만여명이 피난 중이다. 피난민들은 “절망적인데 다른 사회는 사회대로 움직이고 있다. 정부가 해 준 게 없다.”며 소외감을 드러낸다.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 방사능 누출 공포는 해소될 기미가 없다. 원전 반경 20㎞ 내 지역의 출입 금지를 검토 중이라 다수는 고향을 잃을 수 있다. 피난민들에게 현실은 잔혹하다. 이재민들은 빠르게 지쳐간다. 가설주택은 시급한 수요의 8%에 그칠 정도로 심각하다. 이와테 현 리쿠젠다카다 시의 첫 가설주택 경쟁률은 53대1이었다. 다음 주에나 입주할 수 있다. 수도권 사람들의 방사능 공포도 시간이 지나며 오히려 증폭되고 있다. 방
  • [서울광장] 아덴만 구출작전이 그립다/주병철 논설위원

    [서울광장] 아덴만 구출작전이 그립다/주병철 논설위원

    올초 만난 군 장성이 한 얘기다. 군내에서 동성애자임을 밝히는 커밍아웃이 갈수록 늘고 있다고 걱정했다. 그래서 주위 병사들에게 커밍아웃에 대해 물었다고 한다. “문제될 게 없다.”는 게 대부분이라는 것. “그러면 커밍아웃 병사와 같이 근무해도 되겠어?”라고 했더니 기겁을 하더라는 것이다. 그는 “신세대들은 남에 대해 관심이 없지만 자기에게 유리한지 불리한지, 싫은지 좋은지에 대해서는 너무 민감하다.”며 씁쓸해했다. 옳고 그름, 유불리 등에 대한 아리송함은 하버드대 교수 마이클 샌델의 ‘정의란 무엇인가’라는 책에서 힌트를 얻을 수 있다. 이 책에 철로를 이탈한 전차 얘기가 나온다. “전차 기관사인 당신이 시속 100㎞로 철로를 달리고 있는데, 인부 다섯명이 철로에 서 있다. 전차를 멈추려 하지만 브레이크가 듣지 않는다. 이대로 다섯명의 인부를 들이받으면 모두 죽을 것이 뻔하다. 오른쪽으로 비상 철로가 눈에 보인다. 인부가 있지만 한명이다. 전차를 비상 철로로 돌리면 인부 한 사람이 죽는 대신 다섯 사람이 살 수 있다. 당신은 어떻게 하겠는가.” 상당수는 한 사람을 희생해 다섯명의 목숨을 구하는 행위가 정당해 보인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기관사가 아닌 구경꾼의
  • [서울광장] 위기의 개신교 종결자는/김성호 논설위원

    [서울광장] 위기의 개신교 종결자는/김성호 논설위원

    한국 개신교가 최대의 위기를 맞고 있다.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 대표회장 선거가 발단이다.금권선거 논란이 불거지더니 급기야 새로 선출된 대표회장이 법원으로부터 ‘자격없음’ 선고를 받았다. 교회가 사회법의 제재를 받아 대표회장 자격을 박탈당한 것은 초유의 일이다. 전임 회장 측은 새 대표회장 자격 박탈에 이어 당선 무효까지 밀어붙이는 태세다. 전임·신임 대표회장 양측으로 나뉘어 벌이는 이전투구의 끝이 어디인지 가닥이 안 잡힌다. 한국 개신교의 뼈대요 몸통이라는 한기총의 체면이 구겨질 대로 구겨져 혼돈에 빠진 것이다. 혹자는 한기총 내분을 놓고 개신교의 위기까지 들먹거리느냐고 반문한다. 그런데 문제가 그리 간단치가 않다. 이번 금권선거 논란을 빚은 전임·신임 대표회장은 바로 한기총의 중심교단인 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 소속이다. 전임 회장이 예장 통합 측이고 신임 대표회장은 예장 합동 측이다. 이 통합과 합동이 어떤 교단인가. 1959년 진보 성향의 세계기독교교회협의회(WCC) 가입에 대한 견해 차로 갈라선 이후 견제와 알력이 끊이지 않은 한국 개신교 최대 교단들이다. 이들 교단과 관련된 다른 교단들이 눈치를 살피는 건 당연하다. 이번 내홍이 한국 개신교의
  • [서울광장] 침묵은 더이상 소통이 아니다/김종면 논설위원

    [서울광장] 침묵은 더이상 소통이 아니다/김종면 논설위원

    오수부동격(五獸不動格)이란 말이 있다. 호랑이는 코끼리를, 코끼리는 쥐를, 쥐는 고양이를, 고양이는 개를, 개는 호랑이를 서로 두려워해 아무도 섣불리 움직이지 못한다는 뜻이다. 천적관계인 다섯 짐승은 팽팽한 긴장 속에 평온을 유지한다. 그러나 어느 한쪽에 문제가 생기면 평온은 도미노처럼 순식간에 무너진다. 그 다음은 재앙이다. 그러니 각자 자기 세력범위 안에서 분수를 지키며 살아가야 한다. 생뚱맞게 이런 생각을 떠올리는 기자의 마음은 편치 않다. 끊임없이 남의 영역을 탐하며 분란을 일으키는 요즘 우리 사회의 몰골이 동물 세계만도 못한 것 아닌가 하는 자괴감이 들어서다. 종교와 정치 얘기는 쉽게 하는 게 아니라고 한다. 덕담으로 시작해도 결국은 싸움으로 끝나기 일쑤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어느 목사님의 대통령 하야 발언에 이은 국가조찬기도회 무릎 기도의 여진이 잦아들지 않고 있으니 군말이라도 좀 보태야겠다. 사실을 말하면 모두 무릎 꿇는 기도회에서 대통령이 무릎을 꿇은 것이 특별한 행동은 아니다. 그러지 않았다면 오히려 이상 행동으로 비쳤을 것이다. 무릎 꿇고 간구하는 대통령의 모습은 같은 신자에게는 그대로 감동이었을 법하다. 하지만 다른 편 이들에게는 벼락
  • [서울광장] 리더십의 세계화/최광숙 논설위원

    [서울광장] 리더십의 세계화/최광숙 논설위원

    지난 2009년 9월 미국 컬럼비아 대학의 객원연구원으로 있을 때다. 미국의 대표적인 동아시아 전문가인 이 대학 제럴드 커티스 교수의 ‘일본 현대정치’ 강의를 관심을 갖고 들었다. 그는 아소 다로 전 일본 총리의 내정 소식을 전하며 “총리를 할 만한 인물이 결코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의 일본 내각평을 듣고 다소 놀랐다. 그가 일본통이라고는 해도 일본 정치, 아니 일본 정치인 개개인까지 속속들이 알고 있어서였다. 아니나 다를까. 아소 전 총리는 취임 후 1년이 채 안 돼 중도퇴진했다. 그것도 중의원 선거에 패배해 54년 만에 자민당의 간판을 내리게 하고 정권을 내주는 수모를 당했다. 태평양 건너 멀리 미국에서도 정확한 정보만 있으면 일본 정치인의 리더십을 평가할 수 있다. 다만 커티스 교수처럼 미리 알수 있느냐 하는 차이는 있을 수 있다. 대부분은 대통령·총리 같은 최고 권력의 자리에 올라서야 리더십의 진면목을 알 수 있게 된다. 그것도 성군(聖君)은 태평성대 같은 호시절에는 잘 드러나지 않는 법이다. 위기에 처했을 때 극명하게 드러나는 것이 지도자의 리더십이다. 백척간두 같은 엄청난 위기에는 말할 것도 없이 자잘한 위기에도 한방에 가는 이가
  • [서울광장] 이익공유제와 친서민·중도실용/우득정 수석논설위원

    [서울광장] 이익공유제와 친서민·중도실용/우득정 수석논설위원

    정운찬 동반성장위원장의 ‘초과이익공유제’ 발의로 촉발된 여권 내 분란이 봉합되는 느낌이다. 정 위원장이 ‘사퇴 검토’라는 배수의 진을 치고 판을 깨려 하자 청와대와 최중경 지식경제부장관이 일단 한발 물러서는 모양새를 취했다. 하지만 초과이익공유제를 바라보는 양측의 시각은 여전히 평행선이다. 수용하겠다거나, 포기하겠다는 언급도 없다. 상황 전개에 따라 언제든지 폭발할 수 있는 휴화산이다. 지난 한달간 언론을 매개로 양측이 벌인 설전을 돌이켜보면 윤증현 기획재정부장관이나 김동선 중소기업청장처럼 “초과이익공유제의 기본 취지에 공감한다.”는 정도로 대응했더라면 파문은 이처럼 확산되지 않았을 것이다. 최 장관 등 일부 인사들이 필요 이상으로 거부감의 수위를 높이는 바람에 호미로 막을 수 있는 일을 가래로 막아야 하는 꼴이 돼 버렸다. 소통 부재와 갈등 수습 미숙이라는 여권의 치부만 다시 드러냈다고 하겠다.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해 광복절 경축사에서 ‘상생’과 ‘공정한 사회’를 국정좌표로 제시하면서 대·중소기업의 동반성장이 핵심 과제인 양 치부되고 있지만 본래 이 정부가 추구했던 가치관은 아니었다. 이 대통령의 전매특허는 ‘7-4-7’(7% 성장,국민소득 4만 달러,
  • [서울광장] 그들인들 어찌 가슴이 미어지지 않을까/박홍기 논설위원

    [서울광장] 그들인들 어찌 가슴이 미어지지 않을까/박홍기 논설위원

    일본엔 ‘마음으론 울면서 얼굴로는 웃는다.’라는 말이 있다. 아무리 괴롭고 힘들어도 되도록이면 상대방 기분이 상하지 않도록 배려하는 것이다. 내가 울면 나보다 더 큰 불행을 당한 이에게 폐가 된다는 이유에서다. 남에게 폐를 끼치면 안 된다는 메이와쿠(迷惑·폐) 방지 문화이다. 이와테·미야기·후쿠시마 등 동북부를 강타한 대지진과 쓰나미(지진해일), 그리고 원자력발전소 폭발과 방사능 공포 속에서 보여준 일본 국민의 침착성과 차분함은 세계인들에게 진한 울림을 주기에 모자람이 없었다. 죽음의 사신 같은 시꺼먼 파도에 사랑하는 자식을, 부모를, 이웃을, 정든 집을 잃은 그들이다. 언제 닥칠지 모를 대재앙에 항상 신경쓰고 경계하고 대비해 왔건만 상상을 초월하는 자연의 위력 앞에서는 제대로 손을 쓸 틈조차 없었다. 아름답고 평온하던 동북부 해안은 더 이상 아름답지도, 평온하지도 않다. 숲의 도시로 불리던 센다이는 질퍽질퍽한 개흙과 건물 잔해더미에 덮였다. 처참한 광경이다. 대지진이 발생한 지 1주일이 지났지만 피해 규모를 가늠하기 쉽지 않다. 확인된 희생자만 1만명이 넘고 이재민도 40만명 이상이다. 감당할 수 없을 만큼 엄청난 재난이다. 리히터 규모 9라는 수치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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