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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울광장] 무엇이 우리의 행복지수를 높여줄까/함혜리 논설위원

    [서울광장] 무엇이 우리의 행복지수를 높여줄까/함혜리 논설위원

    인간이 궁극적으로 바라는 것은 행복한 삶이다. 죽는 순간까지도 행복에 대한 열망을 버리지 못한다. 그런데 행복은 물질적인 풍요만으로는 얻을 수 없다. 우리나라는 세계 10위 경제규모에 1인당 소득 2만 3000달러로 성장했지만 국민들의 행복감은 매우 낮은 수준이다. 경제 양극화, 높은 실업률, 불안한 노후, 각종 범죄, 높은 자살률, 후진적 정치행태 등이 국민들의 불쾌지수를 높인 결과다. 박근혜 대통령은 취임사를 통해 부강하고, 국민 모두가 행복한 대한민국을 만드는 데 모든 것을 바치겠다고 다짐했다. 한 사람의 행복도 장담하기 어려운데 국민 모두의 행복을 책임져야 하는 대통령의 어깨는 참으로 무거울 것이다. 어떻게 하면 국민 모두가 행복해질 수 있는 것일까. 대다수 국민이 행복하다고 말하는 복지 선진국의 사례에서 배울 점을 찾아 우리 시스템에 맞게 적용하면 시행착오를 줄이면서 국민행복시대에 훨씬 빠르게 당도할 수 있다. 1990년대 초 높은 실업률과 경제 부진을 극복하고 성장과 수준 높은 복지를 구가하고 있는 스웨덴은 훌륭한 산 교과서다. 스웨덴은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나라’ 순위에서 노르웨이, 덴마크에 이어 3위를 차지하는 나라다. 분배지수를 보여주는
  • [서울광장] 이상한 나라, 대한민국/진경호 논설위원

    [서울광장] 이상한 나라, 대한민국/진경호 논설위원

    이 나라가 ‘이상한 나라’임을 입증하는 증언들이 인터넷을 달군 적이 있다. 대개 이런 것들이다. ‘억척스러운 유대인들을 하루아침에 게으름뱅이로 전락시킨 엄청난 생활력의 종족’ ‘월드컵에서 1승도 못하다 갑자기 4강까지 후딱 해치우곤 그것도 다 운이라며 시큰둥해하는 속 넓은 종족’ ‘해마다 태풍과 싸우면서도 다 잊어버리고 다음 해에도 또 피해를 입는, 대자연과 맞짱 뜨는 종족’…. ‘한국인만 모르는 것’도 있다. 한국이 얼마나 잘사는지, 한국이 얼마나 위험한 분단국인지, 중국과 일본이 얼마나 두려운 나라인지 한국인만 모른다는 것이다. 우리만 모르는 이상한 한국은 얼마 전 또 한 번 면모를 드러냈다. 북한이 3차 핵실험을 하자 인터넷엔 ‘그럼 어떤 주식을 사야 하느냐’는 질문이 후드득 쏟아졌다. 보통 강심장들이 아니다. 이런 경이로운 평정심(?)은 60년 분단체제에서 쌓은 내성(耐性)과 더불어 한 가지 믿음에서 잉태됐을 것이다. 설령 북한이 무모한 짓을 벌이더라도 우리 군이 단호하게 대응할 것이라는 믿음, 정부가 우리를 지켜줄 것이라는 믿음 말이다. 한데 이런 믿음이 얼마나 근거 박약의 것인지를 보여주는 일이 지금 펼쳐지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임기를 시작
  • [서울광장] 국민행복과 케네디/임태순 논설위원

    [서울광장] 국민행복과 케네디/임태순 논설위원

    중국에서 이상적인 정치가 베풀어졌던 시대를 요순시대라 한다. 물 흐르듯이 통치를 해 백성들은 임금의 존재를 모를 정도로 평화롭고 자유로웠으며 의식주도 넉넉했다. 왕위도 혈연에 따라 세습되지 않고 도덕성과 국가경영 능력을 갖춘 최적격자에게 선양(禪讓)됐다. 그래서 세상이 어지러워지면 많은 사람들이 태평성대의 요순시대를 이상향으로 꼽으며 그리워한다. 엊그제 출범한 박근혜 정부의 키워드는 뭐니뭐니해도 ‘국민 행복’이라고 할 수 있다. 팍팍한 삶에 지친 국민들이 이 말에 공감과 함께 위안을 얻으며 그를 대통령으로 뽑았으니 새 정부의 캐치프레이즈가 된 것도 당연하다. 박 대통령이 취임사에서 ‘국민’과 ‘행복’이라는 단어를 각각 57차례, 20차례 사용했다고 하니 국민 행복에 얼마나 애착을 갖고 있는지 알 만하다. 행복이라는 지극히 감성적이고 주관적인 단어가 새 정부의 지향점이 된 것은 행복 열풍과 무관치 않다. 최근 우리 사회는 TV 등에서 행복과 관련된 프로그램이 선보일 정도로 행복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행복에 대한 수요가 많은 것은 역설적으로 행복하지 않은 사람들이 많기 때문이다. 실제로 우리나라 국민들의 행복지수는 높지 않다. 최근 미국 갤럽이
  • [서울광장] 새 경제팀, 전선을 단순화하라/오승호 논설위원

    [서울광장] 새 경제팀, 전선을 단순화하라/오승호 논설위원

    곧 닻을 올리는 박근혜 정부의 새 경제팀은 경제 위기 극복 문제로 적잖이 골치가 아플 것이다. 할 일이 너무 많아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 할지 몰라 허둥댈 수도 있다. 가계부채, 일자리 창출, 하우스푸어, 저출산 고령화, 자영업자 대책, 환율전쟁 대책, 경제민주화, 복지정책, 창조경제, 부동산 문제, 지하경제 양성화 등 풀어야 할 과제가 산더미처럼 쌓여 있다. 새 경제팀은 역대 정권에서 성장과 복지를 동시에 추구하는 첫 경제팀으로 기록될 것으로 보인다. 과연 퍼즐을 풀어낼 수 있을까. 역대 대통령들의 예를 보면 경제운용 능력이 대통령 평판에 큰 영향을 미쳤다. 박 당선인도 예외는 아닐 것이다. 대통령 재임 기간 동안 국민들이 먹고살기가 힘들면 다른 공적들은 빛이 바래거나 묻혀 버린다. 국가 최고권력자인 대통령들로서는 야속하다고 할 것이다. 김영삼 전 대통령은 역사 바로세우기와 금융실명제 도입이란 성과를 올렸지만 외환위기로 낮은 평판을 받고 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외환 위기를 잘 극복한 대통령으로 기록된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서민의 삶을 중시하고 소통력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지만 부동산 가격을 잡지 못하는 바람에 점수가 깎였을 것이다. 박근혜 정부 경
  • [서울광장] 박수받고 떠나는 김황식 총리/최광숙 논설위원

    [서울광장] 박수받고 떠나는 김황식 총리/최광숙 논설위원

    연평도 전사자 1주기 추모식에서 우산도 물리치고 장대비를 맞으며 흐느끼던 남자. 직원들과 함께 1박 2일 강원도 여행을 떠나 가수 김창완의 ‘창문 너머 어렴풋이 옛생각이 나겠지요’를 멋들어지게 부르던 소탈한 남자. 그는 자신의 바람대로 ‘이슬비 총리’가 된 것 같다. 조용히 땅속에 스며드는 이슬비처럼 김황식 총리 또한 2년 5개월이라는, 1980년대 이후 최장수 총리 기록을 세우며 국민들 가슴에 깊은 울림을 남겼다. 능력이 출중하면 인품이 부족한 듯하고 인품이 좋으면 능력이 모자라는 지도자들이 많은 세태에서 김 총리는 드물게 인품과 능력, 정무감각까지 갖췄다고 평가하는 사람이 많은 것 같다. 직접 만난 적은 없지만 총리로 임명된 지 한 달 뒤쯤 ‘김황식 총리께 드리는 편지’라는 칼럼을 쓴 것을 계기로 그의 진면목을 남보다 먼저 볼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 필자는 칼럼에서 당시 이명박 대통령의 최측근인 강만수 국가경쟁력강화위원장이 주도적으로 추진하던 ‘행정규제의 피해구제 및 형평보장을 위한 법률’이 “기존 법령을 무력화하는 말도 안 되는 법이니 법 제정을 막아달라”는 당부를 했었다. 김 총리로부터 즉각 피드백이 왔다. 당시 총리실에서 규제 업무를 담당하
  • [서울광장] 생강도넛과 빵의 문화다양성/서동철 논설위원

    [서울광장] 생강도넛과 빵의 문화다양성/서동철 논설위원

    인삼의 고장인 경북 영주의 풍기는 부석사로 가는 길목이이서 가끔 들르게 된다. 맛으로 내세울 것은 많지 않지만 풍기역에서 멀지 않은 서부냉면만큼은 평양냉면으로 유명했다. 풍기 남쪽에는 평양냉면을 제대로 만드는 집이 없다는 것이 식도락가들의 일치된 견해였다. 냉면밖에 없는 줄 알았던 풍기에서 10여년 전 우연히 돼지갈비가 맛있는 식당을 발견해 한동안 재미를 봤다. ‘돼지’와 ‘품위’는 도무지 어울리지 않는 조합이지만, 인삼과 간장으로 은근하게 양념한 이 집 돼지갈비에서는 품위 있는 맛이 났다. 하지만 얼마 전 찾으니 이름도 잊은 이 식당은 자취를 감추었고, 대신 ‘인삼갈비’를 앞세운 대형 관광식당이 오가는 길손을 싹쓸이하고 있었다. 그 시절 돼지갈비를 먹고 나면 읍내 뒷골목의 정아분식으로 가는 것이 정해진 코스였다. 1982년 문을 열었다는데, 상호보다는 ‘생강도넛집’으로 알려지기 시작하던 무렵이었다. 전국 어디에도, 세계 어디에도 없을 생강도넛을 돌아오는 차 안에서 먹는 재미는 쏠쏠했다. 정아분식이 부석사 가는 큰 길가에 매장을 짓고 ‘정도너츠’로 새출발한 것이 2008년이다. 지역 농산물을 가공·판매하며 고용도 늘리는 농업회사법인으로 확대된 것이다.
  • [서울광장] 민주당, 미얀마에 길을 물어라/구본영 논설실장

    [서울광장] 민주당, 미얀마에 길을 물어라/구본영 논설실장

    미얀마(버마) 민주화의 ‘아이콘’ 아웅산 수치여사. 평창 동계스페셜올림픽 참석차 이달초까지 한국에 머문 그의 행보는 퍽 뜻밖이었다. 야당투사답지 않게 교민들을 만났을 때조차 자국의 민주화 구상에 대해 입도 뻥긋하지 않았다. 대신 어느 곳에서나 미얀마의 경제 발전에 대한 강렬한 열망을 드러냈다. 그는 서울대에서 명예박사학위를 받으면서 “한국은 민주화와 경제성장 모두를 이뤄낸 국가”라고 부러워했다. 의례적 공치사는 아닌 듯했다. 1970년대 초반만 해도 우리의 형편이 미얀마와 별반 차이가 없었기 때문이다. 당시 이회택·차범근이 최고인 줄 알았던 축구 팬들은 이따금 한국팀이 버마팀에 속절없이 무너지던 장면을 지켜보지 않았는가. 미얀마의 내리막길은 1962년 쿠데타로 집권한 군사정부가 버마식 사회주의와 폐쇄정책을 고수하면서 비롯됐다. 서울올림픽이 열린 1988년, 수치가 이끈 민주화 운동으로 맞은 짧은 ‘양곤의 봄’은 친위 쿠데타로 끝났다. 이후 국제적 고립의 심화로 미얀마는 아시아 최빈국으로 전락했다. 그러던 미얀마는 2011년 역사적 전기를 맞는다. 군 출신이지만 선거로 집권한 테인 세인 대통령이 확실한 개혁·개방의 깃발을 들면서다. 그는 정치범 석방을
  • [서울광장] 김용준이 부끄러워해야 할 진짜 이유/김종면 수석논설위원

    [서울광장] 김용준이 부끄러워해야 할 진짜 이유/김종면 수석논설위원

    지난주 국무총리 후보직에서 물러난 김용준 대통령직인수위원장이 사퇴 사흘 만에 자신에게 쏟아진 각종 의혹을 해명하며 격정을 토해냈다. 가정파탄 직전까지 갔고 가족은 충격을 받아 졸도를 했다고 한다. 민망한 집안 사정까지 초들며 뒤늦게 해명에 나선 심정이 오죽하겠는가. 하지만 의혹을 해소하기엔 역부족이었다. 구체적인 반박자료도 내놓지 않고 억울함만을 호소했으니 ‘대책 없는 양반’이란 꼬리표만 하나 더 붙었다.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러움이 없다면 아무리 신상털기 ‘도살장 청문회’라고 해도 두려울 게 없을 텐데, 부동산 투기 의혹 등 자신의 도덕성 문제로 검증 문턱에서 스스로 주저앉고서 도대체 뭐가 그렇게 억울하다는 것인지…. 세상 돌아가는 이치를 알 만한 사회 원로가 네가 옳으니 내가 옳으니 따따부따하는 모습이 참으로 안쓰럽다. 이미 경구가 돼 버린 “꽃이 지기로서니 바람을 탓하랴”라는 시구도 들어보지 못했는가. 검증의 야속함을 탓하기 전에 제 허물부터 살펴야 한다. 정말 억울하게 낙마했다면 눈물 많고 정 많은 국민이 알아서 울어준다. 하지만 지금 국민은 값싼 동정의 눈물조차 허락하지 않는다. 가슴에 분노와 허탈만 남았다. “나는 장애인으로서 사회에 진
  • [서울광장] ‘신냉전’ 동북아가 가야할 길/박정현 논설위원

    [서울광장] ‘신냉전’ 동북아가 가야할 길/박정현 논설위원

    그들은 평화보다는 긴장으로 먹고 산다. 할아버지 김일성 주석이 그랬고, 아버지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이를 승계했으며, 손자 김정은 국방위 1부위원장이 유산으로 물려받은 참이다. 슈퍼파워 미국을 상대로 하는 핵게임은 1993년 핵확산금지조약(NPT)을 탈퇴한 지 21년째 3대에 걸쳐 진행 중이다. 핵게임 무대의 뒤에서 북·중 간에 또 다른 게임이 보이지 않게 진행 중이다. 미국에 다가서려는 북한을 중국은 으르고 달래 왔다. 중국은 북한이 빠진 한반도에서 미국과 맞닥뜨리고 싶지 않고, 그래서 북한에 원유와 식량을 대주고 있다. 이런 중국의 속내를 북한도 잘 알고 있다. ‘중국은 역사적으로 우리를 가장 힘들게 했다’는 김정일의 유훈은 중국을 믿지 말라는 당부다. 북한이 가장 믿고 의지할 것 같은 형제국 중국을 믿지 말라는 말은 북한을 실제로 움직이는 중국의 영향력이 크지 않다는 뜻이다. 미국과 중국의 긴장을 이용한 게임에 북한은 아주 능숙해 보인다. 김정은이 물려받은 벼랑 끝 전술이 가장 잘 먹힐 때가 됐다. 비슷한 시기에 정부가 동시에 바뀌면 어김없이 주변 정세가 불안하고 긴박하게 전개된다는 사실은 세계사의 교훈이다. 중국에서는 시진핑 체제가, 미국에서는 오
  • [서울광장] 박근혜 당선인, 인사수첩 새로 만들어라/최광숙 논설위원

    [서울광장] 박근혜 당선인, 인사수첩 새로 만들어라/최광숙 논설위원

    예나 지금이나 적재적소에 인재를 쓰는 것은 정권의 성패를 좌우한다. 조선시대에도 마찬가지였다. 조선시대를 연 이성계의 다섯째 아들인 태종(이방원)은 즉위 초 인재를 널리 구하고자 애썼다. 하지만 권문세가의 집을 찾아다니며 벼슬을 부탁하는 이들이 늘자 특단의 조치를 취했다. 추천한 인물이 적임자가 아니면 천거한 거주(擧主)에게도 똑같이 책임을 물리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실제로 태종은 부인 민씨 일가의 민제를 잘못된 추천을 이유로 내치기도 했다. 부인 민씨로 말하자면 두 차례 왕자의 난으로 이방원이 절치부심할 때 물심양면으로 도와 왕위에 오르게 한 인물이다. 인사를 둘러싼 잡음이 얼마나 심했으면 잘못된 사람을 추천한 이에게도 책임을 묻고자 했을까. 박근혜 당선인의 인사 스텝이 엉기고 있다. 인사청문회를 무난하게 통과할 것으로 여겨졌던 김용준 총리후보자가 땅투기 및 두 아들의 병역 면제 등 각종 의혹이 제기되자 어제 전격 사퇴하는 일이 벌어졌다. 더구나 그를 총리로 지명하면서 검증의 기본인 재산과 병역 문제 등도 제대로 조사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지면서 박 당선인의 인사 방식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아무리 보안이 중요하다지만 정부의 인사시스
  • [서울광장] 이러다 ‘경조(慶弔) 소득세’ 징수할라/육철수 논설위원

    [서울광장] 이러다 ‘경조(慶弔) 소득세’ 징수할라/육철수 논설위원

    어딜 가나 지하경제가 화두다. 얼마 전 대기업 중역 J씨와 나눈 대화도 그랬다. 그와 나는 지하경제가 국내총생산(GDP)의 4분의1이나 되는데도 나라가 멀쩡하게 굴러가는 게 신통하다고 공감했다. 얘기 끝에 J씨는 “우리 집사람도 지하경제의 공범”이라고 했다. 웬 돈다발이라도 땅에 묻어뒀나 싶어 귀를 쫑긋 세웠다. 얘기인즉, 그의 아내가 백화점 매장에서 마음에 드는 옷을 골랐는데 너무 비싸더란다. 그래서 망설였더니 현금을 주면 20% 깎아준다고 해서 덜컥 샀단다. 듣고 보니 지하경제에 일조한 ‘공범’임에 틀림없었다. 지하경제란 세금을 피해 숨어다니는 돈이다. 그렇다고 범죄 수익금처럼 검고 구린 돈만 지하경제는 아니다. 2011년 4월 전북 김제의 마늘밭에서 나온 5만원권 뭉칫돈 110억원은 똑 떨어지는 지하경제다. 불법 도박 수익금으로 밝혀진 데다 땅 속에 묻혀 있었으니…. 지난해엔 서울 강남의 어느 병원장 집에서 현금 24억원이 국세청 세무조사에서 적발돼 주위를 놀라게 했다. 지하경제 ‘활성화’엔 정치인들도 적잖이 기여한다. 2002년 대선 때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가 재벌로부터 받은 ‘차떼기 현금’은 지하경제의 역사를 새로 쓴 사건이다. 1987년 대선
  • [서울광장] 미래·창조·과학을 모두 살리는 방법/함혜리 논설위원

    [서울광장] 미래·창조·과학을 모두 살리는 방법/함혜리 논설위원

    박근혜 정부의 조직 중 핵심으로 꼽히는 미래창조과학부를 두고 말들이 많다. 부처 명칭에서 어디에 방점을 찍어야 할지 갈피를 잡을 수 없다. 역할이 아닌 비전을 담은 것부터 문제이고, 영문 명칭도 달갑지 않다고들 한다. 순수·기초과학이 단번에 성과를 내는 응용과학에 밀릴 것이라고 벌써부터 과학계는 우려한다. 그런가 하면 정보통신기술(ICT) 전담 차관을 두기로 한 데 대해서는 ‘개악’이라며 전담 부처 신설을 다시 추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여전하다. 하지만 이미 방향은 정해졌다. 지금 이런 논쟁을 하는 것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 이제는 어떻게 하면 제 역할을 할 수 있을지를 놓고 머리를 맞대야 할 때다. 미래창조과학부는 교육과학기술부에 가 있던 기초과학 및 융합과학의 연구지원 기능, 방송통신위원회와 지식경제부의 ICT 진흥 기능, 국가과학기술위원회와 기획재정부의 국가 연구개발(R&D) 예산배정 및 조정 기능, 원자력안전위원회의 안전 및 규제 기능 등을 흡수 통합하게 된다. 여기에 미래성장동력 발굴 및 관련 정책 수립과 일자리 창출까지 책임져야 한다. 열거하기도 숨이 찰 정도다. 여기저기 흩어져 있던 과학기술 분야를 한군데에 모은 것은 옳지만 조직이 커
  • [서울광장] 2월 25일 밤 놓아야 할 것들/진경호 논설위원

    [서울광장] 2월 25일 밤 놓아야 할 것들/진경호 논설위원

    그날 밤이 어떤지는 김대중 자서전에 나와 있다. “…청와대에 밤이 왔다. 나를 그토록 핍박했던 역대 집권자들이 머무르던 곳. 깊이 생각했다. 그들은 과연 여기서 무슨 생각을 했을까…. 아내는 방이 너무 넓어서 놀라는 눈치였다. 그것을 불편해하고 있었다. 70대의 우리 부부는 잠을 이루지 못했다.” 1998년 2월 25일, 정권교체의 새 역사를 쓴 날 15대 대통령 김대중은 청와대에서의 첫 밤을 그렇게 적었다. 멀리 박정희가 있었고, 전두환·노태우가 있었고, 바로 그제 자신의 영원한 맞수 김영삼이 밤새 뒤척였을 그 침실에서, 김대중은 헤쳐온 날들과 헤쳐갈 날들이 뒤엉킨 군무(群舞)에 그만 잠을 잃었다. 한 달 뒤면 ‘김대중을 그토록 핍박했던 집권자’의 딸이, 어린 시절 격동의 18년을 보냈고, 끝내 부모를 모두 빼앗아간 청와대에 들어선다. 아버지가 비운을 맞았던 만 61세의 나이로, 33년 4개월 전까지 아버지가 있었던 침소로 들어선다. 어떠할까. 질곡의 정치사와 개인사를 씨줄과 날줄로 엮어 품은 그가 2013년 2월 25일 밤 홀로 대면할 상념은 무엇일까. 누구에게 견줘야 어림할 수 있을까. ‘잘살아보세….’ 그 밤 박근혜를 짓누를 상념의 무게를 헤아릴
  • [서울광장] 을파소 총리가 보고 싶다/임태순 논설위원

    [서울광장] 을파소 총리가 보고 싶다/임태순 논설위원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부처 업무보고를 받는 등 새 정부 출범에 속도를 내고 있다. 어제 정부조직 개편안이 발표된 데 이어 다음 주에는 국무총리를 지명하고 장관 인선 등의 후속 조치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새 정부 조각의 꽃으로는 단연 국무총리일 것이다. 총리는 의전서열 5위로 대통령, 국회의장, 대법원장, 헌재소장 다음이지만 행정부를 관장한다는 점에서 매력적이고 상징성이 크다. 누가 초대 총리가 되느냐에 따라 새 정부의 방향을 가늠해볼 수도 있다. 하늘 아래 태양이 하나이듯이 권력은 생리적으로 나누기를 싫어한다. 그래서 흔히들 권력은 나눌 수도, 나눠질 수도 없다고 말한다. 하지만 박 당선인은 지난 대선에서 스스로 권력을 나누겠다며 총리에게 권한을 부여하는 책임총리제를 국민들에게 약속했다. 이는 물론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도 마찬가지였다. 헌법에 정해진 국무총리의 국무위원 임명제청권에 부정적이었던 그가 이런 주장을 펼친 것은 다소 의외로 받아들여진다. 그는 자서전 ‘운명’에서 “국민에 의해 선출된 대통령이 국민에게 약속한 정책을 펼치기 위해서는 내각 구성권을 가져야 하며 따라서 국민들에 의해 선출되지 않은 국무총리가 국무위원 임명에 관여할 합리적 근
  • [서울광장] 일자리 창출 역발상 필요하다/오승호 논설위원

    [서울광장] 일자리 창출 역발상 필요하다/오승호 논설위원

    대기업을 두둔하는 발언이라도 하면 시대 흐름을 모르는 사람으로 매도당할 분위기다. 기업정책이 ‘중소기업 지원, 대기업 규제 확대’로 압축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지난해 말 첫 정책 행보로 중소기업인들을 만난 자리에서 중소기업 대통령이 되겠다고 밝힌 이후 중소기업 지원책들이 봇물 터지듯 쏟아질 기세다. 중소기업 하면 무조건 측은하게 여기고, 대기업은 뭇매만 맞는 양상으로 전개될 때 일자리 창출에 마이너스 효과는 없는지 생각해 봐야 한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즉 1%대 99%의 대결 구도로 몰아가는 이분법적 사고에서 벗어나야 상생할 수 있다. 경제 논리를 들이대지 않더라도 가계부채, 청년실업, 중산층 복원, 세대 간 갈등 등의 과제는 일자리로 풀어야 한다. 베이비 부머들이 직장 밖으로 쏟아지는데 일자리 없이 하우스 푸어를 어떻게 해결하나. 중산층은 어떻게 해서 70%까지 끌어올리나. 좋은 일자리를 많이 만들기 위해 인식의 전환을 해보자. 박 당선인은 민생 중에서도 일자리를 취임 첫해 국정의 최우선 과제로 삼아야 할 것으로 본다. 위기는 곧 기회라는 말이 있다. 1987년 영국 국왕에게서 기사작위를 받은 역발상 투자의 귀재 존 템플턴 경은 늘
  • [서울광장] ‘상시 접속’ 그리고 사립문/정기홍 논설위원

    [서울광장] ‘상시 접속’ 그리고 사립문/정기홍 논설위원

    미국 동북부에서 문명사회를 거부하며 농경생활을 하는 아미시(Amish)족의 청년들은 19살이 되면 ‘럼스프린가’(Rumspringa)라는 의례를 치른다. 이들은 공동체를 떠나 바깥세상을 경험한 뒤 세례를 받고 공동체 생활을 할 것인지를 결정한다. 공동체를 선택하는 비율이 90%를 넘는다. 아미시족은 휴대전화와 인터넷을 못 쓴다. 유선전화는 이용하지만, 들판 헛간에 설치해 두고 공동으로 사용한다. 집안에 전화를 두면 수다를 떨거나 남의 흉을 본다는 것이다. 이들이 이 같은 삶을 고집하는 것은 종교적인 이유도 있지만 가족, 이웃과 접촉을 많이 하기 위해서라고 한다. 첨단 기기에 몰입해 자신마저 잃어가는 요즘, 미국사회에서 이들의 생활상이 주목을 받으며 연구가 한창이다. 지금은 농익은 ‘스마트 세상’이다. 인터넷과 스마트폰으로 연결된 20억 세계인의 여가 시간을 합치면 무려 1조 시간에 달한다. 이 시간의 1%만 창조적으로 활용하면 한 해에 100개 이상의 위키피디아를 만들 수 있다. 이는 ‘새로운 대중’의 탄생을 적시한 ‘많아지면 달라진다’를 쓴 클레이 셔키의 주장이다. 이처럼 우리는 스마트한 세상에 깊숙이 들어섰고, 첨단 기기를 이용하며 하루를 보낸다. 손
  • [서울광장] 박 당선인, 국민과의 허니문이 가기 전에/구본영 논설실장

    [서울광장] 박 당선인, 국민과의 허니문이 가기 전에/구본영 논설실장

    독일의 역사학자 위테크는 “신은 누군가를 멸망시키기에 앞서 뜨거운 권력을 누리게 한다”는 ‘섬뜩한’ 명언을 남겼다. 부디 당선인이 국민행복시대를 열겠다는 초심만 잃지 않았으면 좋겠다. 허니문. 인생에서 가장 달콤한 시절이다. 하지만 그 꿈같은 밀월은 아쉽게도 금세 가 버린다. 신혼 여행지의 해변에 부서지는 물보라처럼 말이다. 평생 혼자 살았던 엘리자베스 1세가 “나는 영국과 결혼했다”고 했던가. 지난 대선에서 독신 박근혜 후보도 나이 육십에 대한민국에 청혼했다. 국민은 “오로지 국민만 바라보며 국민행복시대를 열겠다”는 그의 프러포즈를 받아들였다. 박 당선인에게는 앞으로 짧으면 6개월, 길어야 취임 후 1년이 가장 행복하면서도 중요한 시간일 듯싶다. 미국에서도 6개월∼1년이란 허니문 기간엔 야당과 언론이 백악관에 대한 거친 비난을 자제한다지 않는가. 안타깝게도 박 당선인은 야당과의 긴 허니문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전망도 나온다. 그는 1987년 직선제 재도입 이후 처음 과반 득표, 최다 득표로 당선되긴 했지만, 상대 후보에 표를 던진 48% 역시 역대 최대 비율이기 때문이다. 물론 국민 다수는 문재인 후보의 ‘급격한 변화’보다 당선인의 ‘책임감 있는 변
  • [서울광장] 부석사의 통합정신 생각한다/서동철 논설위원

    [서울광장] 부석사의 통합정신 생각한다/서동철 논설위원

    부석사의 사례는 화해와 통합이 말로만 되는 게 아니라, 겸손하게 ‘실망한 쪽’ 진영에 깊숙이 들어가 어려움을 무릅쓰고 상대의 마음을 얻어 내는 노력을 지속해야 실마리를 풀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영주 부석사를 두고 아름다움을 넘어 감동을 주는 절집이라고들 한다. 그랬다. 아홉단의 돌계단을 오르며 숨이 적당히 차오를 무렵 안양루 기둥 사이로 자태를 드러내는 무량수전이 반가웠고, 뒤돌아보면 끝간 데를 모르는 소백산맥의 연봉이 시야를 가득 채우는 순간 무언가 뜨거운 것이 저 아래서부터 올라오는 느낌마저 들었다. 언제부터인가 새해를 맞으면 부석사에 가고 싶다는 생각을 하는 것도, 무량수전 앞에 펼쳐진 봉우리의 파도 너머에서 희망의 실마리가 보이는 듯했기 때문이다. 벌써 대통령선거는 묵은 해의 얘기가 됐다. 이제 대통령직인수위원회를 구성하는 작업에도 속도가 붙을 것이다. 그런데 박근혜 당선인의 인수위에는 전에 없던 두 개의 조직이 일찌감치 문패를 내걸었다. 국민대통합위원회와 청년특별위원회가 그것이다. 인수위가 가진 본연의 역할은 새 정부가 추진할 정책의 밑그림을 그리는 일일 것이다. 특별한 기능을 가진 조직이 서둘러 출범했다는 것은, 이들에게 주어진 과제가
  • [서울광장] 탕평, 희망의 다른 이름이어야 한다/김종면 수석논설위원

    [서울광장] 탕평, 희망의 다른 이름이어야 한다/김종면 수석논설위원

    바야흐로 탕평시대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당선 일성으로 탕평을 내세운 이후 탕평이라는 말은 그야말로 ‘국민단어’가 됐다. 박 당선인은 “반세기 동안 이어져온 극한 분열과 갈등의 고리를 화해와 대탕평책으로 끊겠다.”고 약속했다. 더 구체적으로는 지역과 성별, 세대 구분 없이 인재를 널리 구해 골고루 등용하겠다고 했다. 그 다짐이 온전히 실천으로 이어지고 인사의 대원칙으로 확고히 자리잡는다면 이보다 더한 국민통합의 묘방이 따로 없을 것이다. 탕평을 통한 국민통합의 당위성은 새삼 강조할 필요도 없다. 이번 대선 과정에서도 드러났듯 우리는 지역과 이념, 세대로 갈라진 ‘분열사회’에 살고 있다. 고질적인 지역주의는 다소 느슨해졌지만 여전히 넘기 어려운 벽이다. 철 지난 보수·진보 헤게모니 싸움도 변함없다. 더욱 걱정스러운 것은 갈수록 악성으로 치닫는 세대 갈등이다. 2030세대와 5060세대는 선거에서 대쪽처럼 갈렸다. 20, 30대는 자신들이 지지하지 않은 후보에게 표를 몰아줬다고 50, 60대를 적대시하며 지하철 노인 무임승차를 폐지해야 한다는 감정섞인 주장을 펴기도 한다. 가파른 현실에 대한 변화의 열망이 어디 특정 세대의 전유물인가. 무절제한 욕구 분출
  • [서울광장] 박근혜 정부의 아이콘/박정현 논설위원

    [서울광장] 박근혜 정부의 아이콘/박정현 논설위원

    짧은 메시지는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의 화법이다. 19일 밤 당선 확정 뒤 여의도 당사에 이어 찾은 광화문광장에서 “민생·약속·대통합의 대통령이 되겠다.”는 간결한 소감을 남겼다. 박 당선인이 성탄 전날 찾은 곳은 난곡 사랑의 밥집. 선거를 앞두고 있을 때는 정치인이 찾는 방문지이지만 이미 대선이 끝난 당선인 나들이 치고는 무척 뜻밖의 장소다. 박 당선인의 인사 스타일이 화제가 되고, 말 한마디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는 상황이다. 주중에 나올 인수위원장이 누가 될지와 국무총리와 빅5(감사원장·국가정보원장·검찰총장·국세청장·경찰청장) 인선에 세인들도 촉각을 세우고 있지 않은가. 이런 시점에 박 당선인은 난곡 사랑의 밥집에서 기초생활수급대상자에게 나눠줄 도시락을 만들면서 민생을 챙기겠다는 당선 첫날 약속을 몸으로 보여주려 한 것으로 짐작된다. 박 당선인의 공약 이행 여부가 관심거리다. 당선된 다음 날부터 공약 이행이 당장 논란이다. 새누리당은 박 당선인의 공약 이행을 위해 새해 예산에 6조원을 증액한다는 방침이다. 복지사각지대 축소, 일자리 창출, 영·유아 무상보육, 하우스푸어 대책, 대학생 반값 등록금 등의 공약을 내년에 이행하려면 이 정도 돈이 추가로 필요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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